샌프란시스코, 연방 이민단속 강화에 176만 달러 긴급 예산 편성 추진

체포 대응·변호사 지원·구금 적법성 심사 확대
시장·시의원 지지 확보…시의회 승인 남아
이민자 법률변호와 지역사회 긴급 대응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긴급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재키 필더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샌프란시스코시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자 법률지원과 긴급 대응체계에 176만5,000달러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베이 지역에서 이민당국의 체포와 구금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민자들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신속한 변호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재키 필더 의원은 지난 20일 시청 앞에서 이민자 권익단체 및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자 법률지원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2026~2027 회계연도 시정부 일반예비비에서 176만5,000달러를 배정해 이민자 법률변호와 지역사회 긴급 대응 서비스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필더 의원을 비롯해 시의원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으며, 대니얼 루리 시장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23일 현재 예산안은 시의회 예산재정위원회 심의를 앞둔 상태로, 최종 승인과 실제 예산 집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예산이 확보되면 이민당국에 체포되거나 구금된 주민들이 신속하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긴급 출동과 법률 상담을 연결하는 지역 대응체계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민단속 현장 확인, 구금자 가족 지원, 이민당국 출석 동행과 불법 구금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예산 일부는 구금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다투는 인신보호청구 소송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절차는 이민당국에 구금된 사람이 구금의 법적 근거와 적법성을 연방법원에서 심사받도록 요청하는 제도로, 부당한 구금에 대응하는 중요한 법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역 비영리 법률지원단체인 베이 지역 인신보호청구 네트워크에는 12만5,000달러가 지원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과 구금 적법성 심사 청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재정 지원으로 관련 활동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민단속 긴급 대응 네트워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 네트워크는 하루 24시간 이민단속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실제 단속 여부를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법률지원단체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민당국의 출석 통보를 받은 주민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도 추가 예산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 추진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 사우스오브마켓 지역에서 발생한 이민당국의 체포 사건이 있다. 당시 복면을 착용한 연방 요원들이 한 남성을 체포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으며, 체포 과정에서 강제력 행사와 당사자의 권리 침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체포된 남성은 밀턴 라모스 로드리게스로 확인됐으며, 가족이 공개한 사진에는 체포 과정에서 입은 것으로 알려진 상처가 나타났다. 사건 이후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연방 단속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구금자에게 신속하게 법률지원을 제공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필더 의원은 20일 시의회 회의에서 최근 이민단속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지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긴급 대응 네트워크와 인신보호청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가 이민자 보호도시로서 주민들의 법적 권리와 적법절차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민자 지원단체들도 추가 예산 확보를 환영하면서 법률지원 수요가 현재의 인력과 재정 규모를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구금자 소재 파악, 변호인 접견, 가족과의 연락, 법원 제출 서류 준비 등은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해에도 연방 이민단속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350만 달러의 이민자 법률지원 추가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시의회는 2025년 10월 관련 예산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해 12월 4일 최종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지원체계에 추가 재원을 확보해 급증하는 이민자 법률지원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예산 집행은 시장실 산하 주택·지역사회개발국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시정부는 이민자 지원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법률변호와 긴급 대응 서비스에 재원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다만 추가 예산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시의회 심의와 표결 절차가 남아 있다. 시 헌장에 따라 일반예비비를 사용하는 이번 조례안은 시의회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시의회 의장은 신속한 심의를 위해 통상 적용되는 30일의 대기기간을 면제했으며, 이르면 11월 4일부터 표결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예산안은 샌프란시스코가 연방 이민단속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정부가 연방정부의 이민법 집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주민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대응책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연방정부의 단속 강화 속에서 법률지원 확대와 주민 보호를 위한 재정 투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추가 예산안의 최종 승인 여부와 구체적인 지원기관별 배분 규모가 향후 이민자 보호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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