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관 무단 조회 논란에 규제 강화…오남용 처벌 추진
샌프란시스코가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촬영·분석하는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 카메라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기로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접근과 공유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이 운용하는 자동번호판인식 카메라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관리 정책을 발표했다. 범죄 수사에 카메라를 계속 활용하되 장기간 축적된 차량 이동정보가 외부 기관이나 승인받지 않은 사용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시내 곳곳에 약 500대에 가까운 플록 카메라와 관련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카메라는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과 차량 이미지를 자동으로 촬영해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저장하며, 경찰은 이를 총격사건 용의자 추적이나 차량 절도, 실종자 수색 등 각종 수사에 활용해 왔다.
가장 큰 변화는 경찰관이 별도 승인 없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간을 촬영 후 30일로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이 최대 12개월 동안 번호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촬영 후 30일이 지나면 일반적인 경찰 접근이 차단된다. 30일이 지난 자료를 수사에 사용하려면 경찰 지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해당 자료가 구체적인 범죄 수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다만 ‘30일 제한’이 데이터가 30일 후 모두 삭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은 필요한 데이터를 최대 12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촬영 30일이 지나면 해당 데이터는 플록의 플랫폼에서 제거된다.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며 경찰 내부에서도 지휘부 승인을 거쳐야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플록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분리함으로써 다른 기관이 회사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통해 접근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새로운 정책은 경찰이 번호판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때마다 해당 검색을 경찰 출동기록 번호 또는 사건번호와 연결하도록 요구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특정 차량을 검색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샌프란시스코의 번호판 정보가 승인되지 않은 외부기관에 접근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논란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이 실시한 내부 감사에서는 외부 주 경찰기관과 연방기관 등이 샌프란시스코의 자동번호판인식 시스템에 부적절하게 접근한 사례가 확인됐다. 캘리포니아법은 원칙적으로 캘리포니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나 법원 명령 없이 번호판 인식 데이터를 다른 주 또는 연방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의 플록 번호판 데이터베이스가 외부 기관의 조회 대상이 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스템 전체의 관리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됐다. 개인정보 보호 단체들은 번호판 데이터가 범죄 혐의와 관계없는 일반 시민들의 이동경로까지 대규모로 기록한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해 왔다.
특히 이민단속이나 낙태·생식의료, 성별확정 의료서비스, 집회·시위 참가자 등의 이동정보를 추적하는 데 데이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샌프란시스코경찰국의 현행 정책은 자동번호판인식 시스템을 민사상 이민단속, 생식 및 성별확정 의료 이용자 조사,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활동 감시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루리 시장은 카메라 시스템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루리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공공안전 카메라가 수집하는 데이터에 보다 엄격한 제한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번호판 인식 기술이 차량 침입 절도와 상점 강도 등 범죄 수사에 필요한 도구라는 입장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경찰국 역시 자동번호판인식 시스템이 총격 용의자 검거, 절도 차량 추적, 실종자 발견 등에 활용되고 있다며 시스템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플록 측은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카메라 사용을 시작한 이후 차량 절도와 재산범죄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번호판 카메라가 하루 평균 3~4건의 체포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플록이 제시한 자체 분석이다.
반면 시민자유단체들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북가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경찰 내부 승인만으로 30일 이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운전자들의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ACLU는 번호판 데이터처럼 시민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를 검색할 경우 내부 승인보다 법원의 영장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번호판 데이터의 개인적 이용을 처벌하기 위한 주 차원의 법안도 추진된다.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둔 맷 해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공공안전 담당자가 합법적인 수사 목적 없이 번호판 등 민감한 정보를 조회하거나 이를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니 의원은 오는 12월 주의회가 다시 개회하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해니 의원은 “공공안전 담당자가 사람들이 언제 어디를 다니는지를 알 수 있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한다면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업무와 무관한 개인 추적이나 제3자 제공에 대해서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산호세에서 발생한 번호판 정보 오용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산호세 경찰관 한 명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차량을 자동번호판인식 시스템에서 검색한 뒤 그 위치를 자신의 친척인 가해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4월 해고됐다.
미국 전역에서도 플록 카메라를 둘러싼 논쟁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공유 문제를 이유로 계약을 중단하거나 카메라 운영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시스템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의 접근 권한과 데이터 공유 방식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정책은 자동번호판인식 기술을 범죄 수사 수단으로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민들의 이동정보가 무분별하게 검색되거나 외부기관에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쟁점은 30일 이후 경찰 지휘부의 승인을 통한 접근이 실제로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되는지, 외부기관의 데이터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주의회가 번호판 데이터 오용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