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회 타운홀 미팅 개최…“이민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한인사회 힘 모아야”

진이준 변호사, 영주권·시민권·재입국 위험 집중 설명
한인회관 확보·단체 간 협력·정치력 강화 등 현안 논의
김금희 회장 “한인회 소통의 중심…정기 타운홀로 해법 찾겠다”
실리콘밸리 한인회가 개최한 타운홀 미팅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국 이민정책에 대한 한인들의 불안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실리콘밸리 한인사회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강화되고 있는 이민 심사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한편, 한인회관 확보와 단체 간 협력, 정치력 신장 등 지역 한인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실리콘밸리 한인회(회장 김금희)는 지난 10월 22일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공동으로 ‘변화하는 이민정책,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나’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나상덕 부총영사와 이민법 전문가 진이준 변호사, 지역 한인 단체장 및 동포들이 참석했다.

이번 타운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변화에 따라 비자와 영주권, 시민권 취득 및 미국 재입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고, 한인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전문가 강연에 이어 참석자들이 직접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이 폭넓게 다뤄졌다.

행사에서 나상덕 부총영사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재외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체류 신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유학이나 취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입국한 뒤 장기 체류하거나 정착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체류 신분과 관련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 부총영사는 한국 국적자가 미국에서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총영사관을 통해 영사 조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안내했다. 다만 영사 조력은 미국의 법적 절차 안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동의와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외국민등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나 부총영사는 해외에 90일 이상 체류할 의사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재외국민등록 대상이라며, 등록 정보가 대형 사고나 자연재해 발생 시 재외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이민법 강연에서 진이준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 심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합법적인 영주권자나 비자 소지자라도 과거 기록과 체류 이력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적인 타운홀 미팅 개최로 한인회가 한인들의 소통의 중심으로 다시 서겠다고 말하고 있는 김금희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약 20년간 이민법 분야에서 활동해 온 진 변호사는 특히 영주권 갱신과 시민권 신청, 해외여행 후 재입국 심사는 각각 적용되는 기준과 검토 사항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주권자가 과거 형사사건과 관련해 처벌을 마쳤거나 기록 삭제 절차를 거쳤더라도 이민법상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형사법상 사건이 종결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민 심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 관련 범죄와 가정폭력, 도덕성 관련 범죄 등은 영주권 유지와 시민권 심사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법상 허용되는 마리화나 관련 행위도 연방 이민법에서는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인들이 비교적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음주운전을 꼽았다. 진 변호사는 단 한 차례의 음주운전이 모든 영주권자에게 자동으로 추방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성격과 반복 여부, 체류 신분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학생이나 취업비자 소지자는 음주운전 관련 기록이 비자 취소 또는 재입국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자신의 법적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주권자의 장기 해외체류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진 변호사는 영주권자가 미국 밖에서 장기간 체류할 경우 미국 내 영주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체류 일수만 계산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내 주거지 유지 여부와 세금 신고, 가족관계, 은행 계좌 및 생활 기반 등도 영주 의사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을 자주 오가거나 장기간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영주권자라면 재입국허가서 신청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민권 신청과 관련해서는 장기 해외체류가 연속 거주 요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권 신청을 준비하는 영주권자는 해외 출입국 기록과 거주 이력, 과거 법적 문제 등을 미리 정리하고, 필요한 서류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복지혜택과 관련된 공적부조 문제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진 변호사는 영주권 신청 단계에서 공적부조 관련 심사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정부 혜택을 받기 전 자신의 체류 신분과 해당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외국민들의 안정적 체류 신분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나상덕 부총영사. 나 부총영사는 재외국민등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특히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허위 정보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행위는 별도의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적부조에 해당하는 혜택과 이민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프로그램과 신청 유형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는 한국 국적 회복에 따른 복수국적 문제와 정부 복지혜택, 세금 신고 정보의 이민당국 공유 가능성, 투자비자 소지자의 해외여행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던 투자비자 소지자가 한국을 방문한 뒤 비자 문제로 미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비자 소지자가 해외여행에 앞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진 변호사는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 신분을 유지하는 것과 해외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새로 발급받는 것은 서로 다른 절차라고 설명했다. 특히 E-2 투자비자는 사업체의 운영 상태와 투자 규모, 비자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출국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이민 신청에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범죄 기록이나 장기 해외체류, 복잡한 신분 변경 이력 등이 있다면 사전에 상담받는 것이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법 강연에 이어 진행된 한인사회 현안 토론에서는 한인회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참석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김금희 실리콘밸리 한인회장은 현재 한인회가 자체 회관이나 사무실을 확보하지 못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지만, 지역 한인사회의 연결과 협력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인사회에 다양한 전문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단체 간 정보 공유와 협력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인회가 개별 단체의 사업을 중복해서 추진하기보다 각 단체의 전문성과 활동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케이센터가 개최한 정신건강 관련 행사를 사례로 들며, 좋은 프로그램이 마련되더라도 한인사회 전체에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면 참여와 성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한인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단체 간 역할과 협력 체계 정립, 지역에서 필요한 영사 서비스 접근성 개선, 세대 간 경험과 지혜를 연결하는 멘토링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민정책을 주제로 강연한 진이준 변호사는 변화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이민 정책의 변화에도 한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한인회관과 사무실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시니어 단체 관계자는 과거 한인회가 지역 한인사회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현재처럼 독립적인 사무공간조차 없는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한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케이센터를 비롯한 전문 봉사단체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인회관 확보와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시니어들을 위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활용 교육, 영어 교육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한인회가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저조하고 지역 정치인과의 관계 형성에도 소극적이라며, 투표율을 높이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정치 참여가 단순히 선거에서 투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한인의 존재감을 알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반영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타운홀에 참석한 로사 김 교육위원도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강조했다.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김 교육위원은 한인들이 투표뿐 아니라 지역 행사 참석과 후보자 후원, 자원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선거 안내자료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 한국어로 제공되는 선거 자료가 충분히 활용되고 배포될 수 있도록 한인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주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어 선거 자료가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지역사회에서 한인들의 존재감과 언어 접근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위원은 한국과 실리콘밸리 지역 도시 또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간 자매결연 추진 구상도 소개했다. 이를 위해 지역 한인들이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를 구성하고, 기금 마련과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한국과 지역사회의 협력 기반을 넓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사업이 한인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 문화와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차세대 한인들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선에 도전하고 있는 로사 김 교육위원은 오는 11월 실시되는 선거에 한인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금희 회장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단체 간 소통 창구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단체들이 좋은 행사를 기획하더라도 일정이 겹치거나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참여와 후원 기회가 분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인회 웹사이트나 공동 행사 일정표 등을 통해 주요 행사와 활동 정보를 공유하고, 각 단체가 서로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한인회가 직접 모든 행사를 주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 단체의 활동을 알리고 필요한 자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협력 중심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한인들도 단순히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날 타운홀에서는 오랜 기간 한인사회에서 활동해 온 단체장과 관계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한인회관 운영과 관리, 단체 간 역할 분담, 재정 확보, 차세대 참여, 정치력 강화 등 현안은 서로 달랐지만 한인사회가 보다 조직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김 회장은 타운홀을 마무리하며 이날 논의된 의견들이 단순한 제안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답을 할 수는 없다”며 “오늘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다음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타운홀 미팅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지역 한인 단체와 동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소통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혼자 하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하면 멀리 간다는 말을 절실하게 믿는다”며 한인사회 전체의 협력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번 타운홀은 급변하는 이민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인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참석자들이 제안한 공동 소통 체계와 단체 간 협력, 정치 참여 확대 방안이 향후 실질적인 사업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This Post Has One Comment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