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의 목소리’ 마이크 크루코 은퇴…36년 중계석에 작별

27일 다저스전 끝으로 마이크 내려놔…팬들 기립박수로 배웅
카이퍼와 함께 중계석에 이름 남겨…팬들과 웃음·눈물의 작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이언츠 경기 해설자에서 물러나는 마이크 크루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랜 해설자 마이크 크루코(74)가 마지막 중계를 마치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투수로 마운드를 지켰고, 은퇴 후에는 36년 동안 중계석에서 자이언츠의 희로애락을 전했던 목소리가 정규 중계에서 물러났다.

크루코는 27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해설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자이언츠는 연장 10회 끝에 1-5로 패했지만, 경기 후에도 수천 명의 팬이 자리를 지키며 그의 고별 행사에 함께했다.

구단은 오라클 파크 중계석에 크루코와 오랜 파트너 듀에인 카이퍼의 애칭인 ‘크룩과 카이프’를 붙였다. 두 사람의 손주들이 새 명칭을 공개했고,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두 사람에게 도시의 상징적인 열쇠를 전달했다. 구장 바깥 해안 산책로에는 두 사람의 마지막 공동 중계를 기념하는 명판도 설치될 예정이다.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고별 행사에서 크루코를 향해 “당신은 자이언츠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오랜 동료였던 윌 클라크와 밥 브렌리도 그라운드에 마련된 무대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 날에도 두 사람 특유의 유머는 사라지지 않았다. 카이퍼는 경기 전 우측 외야 펜스에 붙은 크루코 헌정 문구 옆에 자신을 표현한 배불뚝이 막대기 그림을 붙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구장에 도착했던 크루코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별을 앞두고도 서로를 웃게 만드는 모습은 수십 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1983년 자이언츠에서 팀 동료로 만났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위해 흉내 내던 중계는 훗날 두 사람의 두 번째 야구 인생으로 이어졌다.

가족과 자이언츠 중계를 36년간 함께 한 듀에인 카이퍼(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이크 크루코.

크루코는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 동안 124승 11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자이언츠에서는 1983년부터 1989년까지 7시즌을 뛰었다. 전성기였던 1986년에는 20승 9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해설자로서는 투수 출신의 전문성과 유머를 결합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역 에미상을 13차례 받았으며, 야구 방송인에게 주어지는 포드 프릭상 최종 후보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카이퍼와 함께 배리 본즈의 통산 756호 홈런과 맷 케인의 퍼펙트게임, 2010·2012·2014년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 여정을 팬들에게 전했다.

은퇴 결정의 배경에는 건강 문제가 있었다. 크루코는 2014년 근력이 점차 약해지는 봉입체근염을 앓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중계 일정을 줄이고 일부 원정경기는 스튜디오에서 원격으로 해설했다. 지난 8월 6일에는 시즌 종료 후 은퇴를 발표했다.

카이퍼에게도 이날은 특별한 작별이었다. 최근 인후암 치료 사실을 공개한 카이퍼는 크루코의 마지막 경기에 반드시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고별 연설에서 크루코와 함께했던 일상의 기억을 돌아봤다. 크루코도 카이퍼에게 “사랑해, 파트너. 고마워”라고 마음을 전했다. 카이퍼는 내년에도 중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크루코는 마지막 인사에서 유명 선수와 감독뿐 아니라 방송과 구단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 이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가족들이 곁에 모인 가운데 팬들을 향해 “우리는 자이언츠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다.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외쳤다. 연설 뒤에는 자녀들이 작별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고별 행사를 마무리했다.

크루코는 은퇴를 발표할 때 팬들과 보낸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선물이었다.” 마지막 중계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 박수는 그 선물을 함께 받아온 팬들의 답이었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