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미국 비자 30만 건 이상 취소”…이민 규제 전방위 확대

지난해 1월 이후 취소 급증…두 달 만에 12만5천 건 추가
범죄·사기·국가안보 위협 이유…유학생 비자도 대거 취소
인권단체 “표현의 자유 침해”…적법절차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인에게 발급된 미국 비자 30만 건 이상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불법체류자 단속과 국경 통제를 넘어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에 대한 심사와 취소 조치까지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의 이민정책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취소한 비자가 3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비자 취소라고 주장했다. 다만 30만 건이라는 수치는 정부가 발표한 누적 집계로, 취소 대상자의 국적과 비자 종류별 세부 내역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다.

국무부 대변인 토미 피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국 법률을 위반하거나 사기를 저지르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 비자 소지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자 취소가 미국 시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비자 취소 규모는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했다. 국무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취소 건수는 10만 건 이상이었으며, 8월에는 17만5천 건을 넘어섰다.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소 12만5천 건이 추가되면서 누적 취소 건수가 30만 건을 돌파했다.

백악관이 같은 날 공개한 이민정책 성과 자료에 따르면, 취소된 비자 가운데 최소 4천 건은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해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려는 이른바 ‘원정출산‘과 관련된 것으로 분류됐다. 또 범죄를 저질렀거나 테러와 연관성이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6천 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백악관은 지난 8월 원정출산 방지 전담조직이 출범한 이후 중국 국적자의 비자 700건 이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이러한 분류에는 범죄 혐의와 국가안보 관련 판단이 함께 포함돼 있어 모든 대상자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무부가 앞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폭행, 음주운전, 절도, 마약 관련 범죄 등이 주요 비자 취소 사유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 밖에도 비자 조건 위반, 허위 진술, 사기, 미국인에 대한 폭력 선동 등을 취소 사유로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제는 범죄와 이민법 위반뿐 아니라 외국인의 정치적 발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에 대한 심사로도 확대됐다.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과 보수 성향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의 피살 사건에 관한 온라인 발언을 이유로 비자가 취소된 사례들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조치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적법절차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채 비자를 취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특정 국적이나 소수민족 출신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입국과 체류를 위한 비자는 법률과 규정을 준수해야 유지할 수 있는 자격이며, 정부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위해 비자 적격성을 지속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과 취업비자 소지자들에게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생비자와 취업비자로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비자 취소와 체류자격 변경 여부에 따라 향후 출입국, 학업, 취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자 취소가 곧바로 미국 내 합법적인 체류자격의 자동 상실이나 추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자는 미국 입국에 사용하는 문서이며, 미국 내 체류 허가와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비자가 취소되면 해당 비자로 미국에 재입국할 수 없지만,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인 사람의 법적 지위는 개별 사유와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한편 이번 30만 건의 비자 취소 가운데 한국 국적자가 몇 명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무부가 국적별 취소 현황이나 학생·취업·관광비자별 전체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만으로 한국인 유학생이나 취업비자 소지자의 비자 취소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비자 발급 제한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발급된 비자에 대한 사후 심사와 취소 조치를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범죄 예방과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비자 취소 기준의 투명성, 표현의 자유, 적법절차 보장 문제가 향후 이민정책 논쟁의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