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섬, 이민단속 규제 21개 법안 서명…ICE 단속·구금시설 감독 강화

연방 이민단속 투명성·책임 강화…민권 보호 확대
민간 구금시설 규제·연방요원 책임 범위도 넓혀
이민단속 규제 21개 법안에 서명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개빈 뉴섬 주지사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연방 이민단속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21개 법안에 한꺼번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29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을 비롯한 연방 이민단속 기관의 활동과 민간 이민구금시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단속 과정에서 주민들의 민권 보호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패키지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날 서명된 법안이 모두 21개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들은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확대된 연방정부의 이민단속에 대한 주정부 차원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민정책 자체는 연방정부의 권한인 만큼, 캘리포니아주는 연방 이민정책을 직접 변경하는 대신 주 소유 시설과 공공자원, 법집행 방식, 민간 구금시설, 공공기록과 주정부 프로그램 등 주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이민단속을 둘러싼 투명성과 책임,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할 경우 주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법안 가운데 하나는 경찰과 법집행기관의 ‘전기충격 장갑’ 사용을 제한하는 AB 2760이다. 이 장비는 착용자가 상대방을 붙잡거나 접촉할 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형태의 장비로, 뉴섬 주정부는 이를 제한하는 캘리포니아의 조치가 미국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법은 주 및 지방 경찰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연방 법집행 요원에게도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주 법무부에는 해당 장비의 안전성과 사용 기준을 검토하도록 했다.

법집행 요원의 복면이나 얼굴 가리개 사용을 제한하는 SB 1004도 포함됐다. 캘리포니아는 앞서 이민단속 요원의 얼굴 가리개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추진했지만 연방법원이 제동을 건 바 있다. 새 법안은 적용 범위를 수정해 연방 이민단속 요원뿐 아니라 주·지방 법집행기관까지 포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원 노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법집행 요원이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를 사용하는 데 제한이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이 같은 규제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연방 관계자와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주정부가 연방기관의 법집행 장비나 업무 수행 방식을 직접 제한할 수 있는지에 헌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방요원의 민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마련됐다. 샌프란시스코 지역구 스콧 위너 주상원의원이 발의한 SB 747은 연방정부 공무원이 개인의 연방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을 경우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확대했다. 이 법은 ‘No Kings Act’로 불리고 있으며, 기존에 주·지방 공무원에게 적용되던 민권 침해 관련 책임 범위를 연방 공무원에게까지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원 주변에서의 이민단속도 제한된다. SB 873은 소송이나 재판, 기타 합법적인 법원 업무를 위해 법원을 오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민사상 체포를 제한하도록 했다. 이민 신분 때문에 법원 출석이나 법적 절차 참여를 꺼리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패키지에서 또 다른 핵심은 민간 이민구금시설에 대한 규제다. AB 1633은 캘리포니아에서 민간 이민구금시설을 운영하는 업체에 25%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뉴섬 주정부는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고 밝혔다. 세금 수입은 이민 관련 법률 지원과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기금으로 들어가게 된다.

민간 구금시설이 일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부분도 손질된다. SB 420은 구금시설의 재산세 면제와 관련된 허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금시설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도 확대된다. SB 423은 민간 이민구금시설에서 발생한 긴급 상황과 관련한 공공기록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설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나 응급상황이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B 942와 SB 957은 민사 구금시설의 의료·안전 기준과 수용자 보호 규정을 강화하고, SB 1399는 주 법무장관의 민간 민사구금시설 점검과 감독 기능을 연장·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이민구금시설이 들어서는 과정도 까다로워진다. AB 1801은 지방정부가 새로운 이민구금시설 건설이나 기존 시설의 구금시설 전환을 승인하기 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승인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관련 규정에는 최소 180일의 대기 기간과 공개 절차가 포함됐다. SB 1367 역시 토지이용과 도시계획 절차를 통해 구금시설 신설에 대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검토를 강화하도록 했다.

연방 이민단속에 주정부 소유 시설이 이용되는 것도 제한한다. AB 1807은 주 소유 시설을 이민단속 작전의 집결지나 처리·구금 장소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했다.

AB 1650은 체포·구금·이송 등에 렌터카를 사용하는 법집행기관이 일정한 경우 차량에 소속 기관을 알리는 임시 표식을 부착하도록 해 일반 차량을 이용한 단속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민단속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연방요원의 향후 공공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AB 1627은 심각한 직무상 위법 행위가 확인된 이민단속 요원이 이후 캘리포니아의 경찰이나 공공기관 직원으로 채용되는 것을 제한한다. 또 SB 937은 섬광탄과 폭발물을 이용한 강제 진입 장비의 사용 기준을 강화했으며, 이민단속 활동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민단속으로 가족 구성원이 구금될 경우 저소득층 지원이 중단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법도 마련됐다. AB 1655는 특정 조건에서 가족 구성원이 연방 이민당국에 구금되더라도 캘웍스 지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AB 1994와 AB 2495 등은 범죄 피해자나 이민 관련 지원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신분 문제 때문에 신고나 지원 신청을 포기하지 않도록 보호 규정을 강화한다.

뉴섬 주지사가 이날 서명한 법안은 AB 1627, AB 1633, AB 1650, AB 1655, AB 1801, AB 1806, AB 1807, AB 1994, AB 2318, AB 2495, AB 2760과 SB 420, SB 423, SB 747, SB 873, SB 937, SB 942, SB 957, SB 1004, SB 1367, SB 1399 등 모두 21개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가운데 연방요원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일부 조항은 향후 연방정부와의 법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

전기충격 장갑 규제와 관련해서도 공화당 의원들과 일부 법집행기관은 기존의 치명적 무기보다 위험성이 낮은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연방 측에서도 캘리포니아가 연방요원의 장비와 직무 수행을 규제할 권한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21개 법률은 단순한 이민자 지원 정책을 넘어 연방정부의 이민단속 권한과 캘리포니아주의 공공안전·민권 보호 권한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새로운 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