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활동 24시간 내 보고·개인정보 보호 강화
이민자 보호 확대…법적 구속력 놓고 논란
캘리포니아 마린 카운티가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활동에 카운티 소유 시설과 공공자원이 활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새로운 이민단속 대응 정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강화에 대응해 지방정부 차원의 이민자 보호 조치를 구체화한 것으로, 카운티 직원들의 단속 관련 보고 의무와 개인정보 보호 규정도 강화된다.
마린 카운티 감독위원회는 10월 20일 산라파엘에 있는 카운티 시빅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연방 이민당국의 카운티 시설 이용과 행정적 협력을 제한하는 정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카운티가 지난 10월 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정책 제안을 바탕으로 마련됐으며, 약 2시간 동안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됐다.
새 정책의 핵심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을 비롯한 이민당국이 카운티 소유 또는 관리 시설을 단속 준비 장소나 운영 거점, 구금 대상자 처리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주차장과 집결 장소 등 카운티 시설을 이민단속 작전 지원에 활용하는 행위도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연방법이나 법원의 명령에 따라 허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카운티 직원들이 연방의 민사상 이민법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예산이나 인력, 장비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연방 이민당국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카운티 시설 내부에 접근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나 그 밖의 법적으로 충분한 권한을 제시해야 한다. 카운티가 보유한 주민 개인정보와 비공개 정보 역시 관련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이민단속 목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
단속 활동에 대한 보고와 감독 체계도 강화된다. 카운티 직원은 카운티 시설에서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활동이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24시간 이내에 카운티 행정책임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안관실과 보호관찰국도 연방 이민당국과의 접촉 및 협력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으며, 관련 월별 보고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마린 카운티는 이번 조치가 연방 이민당국의 법적 권한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헌법과 연방법에 따라 지방정부는 연방 공무원이 일반인에게 개방된 공공장소에 들어오는 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 그러나 카운티가 관리하는 비공개 시설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지방정부의 인력과 예산이 연방의 민사상 이민법 집행에 동원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데릭 존슨 마린 카운티 행정책임자는 10월 9일 보도자료에서 이민단속으로 지역사회 많은 가정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이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받기 위해 지방정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카운티가 할 수 있는 일과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로도니 카운티 감독위원도 이민 신분 때문에 주민들이 공공서비스 이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쌓아온 신뢰를 훼손하는 이민단속 활동에 카운티 자원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 채택은 마린 카운티가 추진해 온 이민자 보호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카운티는 2026년 이민 관련 법률지원과 긴급 구호, 지역 신속대응 네트워크 지원을 위해 100만 달러를 추가 배정했다. 이에 따라 최근 2년 동안 이민자 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총 150만 달러에 이른다. 국선변호인실에도 이민 전문 변호사를 추가 배치해 법률 대응 역량을 확대했다.
법적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마린 카운티는 지방정부의 연방 이민단속 협조 제한 정책을 이유로 연방정부가 지원금을 중단하거나 조건을 부과하려는 조치에 맞선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길로이 인근에 추진된 연방 이민자 구금시설 계획에 반대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와 캘리포니아주의 법적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법정의견서 제출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정책의 법적 형식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이민자 권익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행정정책보다 법적 구속력이 명확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책이 행정부 내부 지침에 머물 경우 향후 수정이나 철회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카운티 법률 담당자들은 행정정책과 조례 모두 연방정부의 이민단속 권한을 직접 제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카운티 측은 행정정책을 통해서도 핵심적인 보호 조치를 시행할 수 있으며, 법률과 현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마린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와 알라메다, 산마테오, 산타클라라, 소노마 등 베이 지역 지방정부들이 추진해 온 이민단속 관련 공공시설 및 자원 사용 제한 정책에 동참하게 됐다.
마린 카운티는 앞으로도 연방 및 주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민자와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민들이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