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대기 74만 건 넘어…신규 신청 감소 폭보다 승인 감소 커
산호세 승인 96% 급감…샌프란시스코도 90% 이상 감소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귀화 신청 승인 건수가 1년 사이 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심사와 신원 검증을 강화하면서 시민권 신청 처리 속도가 크게 느려진 가운데,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신청자는 74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등 베이 지역 이민서비스국 사무소에서도 승인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이 공개한 2026회계연도 3분기 귀화 신청서(N-400) 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현장 사무소에서 승인된 시민권 신청은 5만7,6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만1,326건과 비교하면 18만3,629건, 약 76.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 시민권 신청도 줄어들었다. 올해 4~6월 접수된 귀화 신청은 14만5,8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만1,467건보다 약 42% 감소했다. 그러나 승인 건수의 감소 폭은 신규 신청 감소 폭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단순히 시민권을 신청하는 이민자가 줄어든 것만으로는 승인 건수의 급격한 감소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사 적체도 심화됐다. 6월 말 기준 처리되지 않은 귀화 신청은 74만2,138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52만9,018건보다 약 40% 증가했다. 1년 동안 약 21만3천 건이 추가로 심사 대기 상태에 놓인 것이다.
심사가 완료된 사건 가운데 승인 비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4~6월 약 91.2%였던 승인 비율은 올해 같은 기간 약 81.8%로 떨어졌다. 이는 신청자 개인이 시민권을 취득할 확률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실제 심사가 끝난 사건 가운데 거부된 사건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베이 지역에서는 산호세의 감소 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산호세 이민서비스국 사무소의 귀화 신청 처리 실적은 지난해 같은 분기 9천여 건에서 올해 약 400건 수준으로 줄어 약 96%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변화는 캘리포니아 전체에서도 나타났다. UCLA 산하 지역사회지식센터가 28일 발표한 연구에서는 캘리포니아의 귀화 승인 감소가 전국 평균보다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호세뿐 아니라 프레즈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시민권 취득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시민권 취득 감소가 2025년 늦여름부터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시민권 시험과 신청자의 도덕적 품성에 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신원 확인 절차를 확대하면서 귀화 처리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UCLA 연구에 따르면 월별 귀화 승인 규모는 2025년 4월 약 8만8천 건에서 2026년 8월 1만6천 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감소 폭은 약 83%에 달한다. 귀화 신청 처리에 걸리는 평균 기간도 2024년 초와 비교해 2026년 여름에는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민권 심사 강화가 이민 사기 방지와 국가안보, 신청 자격 검증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민서비스국은 강화된 신원조회와 적격성 심사를 통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시민권 심사 지연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귀화 요건을 충족한 영주권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민권 취득 시기가 늦어지면 선거권 행사와 가족 초청 등 시민권 취득에 따른 권리 행사도 함께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민권 승인 지연이 유권자 등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권을 취득해야 연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영주권자들이 승인 지연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통계에서 나타난 승인 건수의 감소를 모두 심사 기준 강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청 건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귀화 신청서가 접수된 시점과 최종 승인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규 신청 건수보다 승인 건수가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심사 대기 건수는 증가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귀화 행정 처리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한인 영주권자가 많이 거주하는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승인 실적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앞으로 베이 지역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 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