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경영진 회의실에 비밀 녹음장치…사우디 국적 직원 체포

TV 뒤 숨긴 장치 이어 직원 가방서도 유사 기기 발견
자체 AI로 설치자 추적…“핵심 정보 유출 징후 없어”
오픈AI 회의실에 설치된 보안카메랑에 찍힌 압둘라흐만 알보잔. 사진=연방 법무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의 경영진 회의실에 비밀 녹음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직원이 체포됐다. 핵심 연구와 제품 전략이 논의되는 공간에서 장치가 발견되자 회사가 연방수사국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해당 직원은 해고됐다.

미 법무부는 13일 오픈AI 엔지니어였던 압둘라흐만 알포잔(35)이 대화 내용을 가로듣기 위해 전자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 한 혐의로 지난 9일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입사한 알포잔은 13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했다.

검찰이 공개한 형사고발장에 따르면 회사 직원들은 지난 9월 30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경영진 회의실에서 TV 뒷면의 USB 단자에 연결된 녹음장치를 발견했다. 장치는 휴지로 감춰져 있었고 저장 내용은 암호화돼 있었다. 회사는 설치 시점을 9월 28일께로 판단했다.

검찰은 해당 회의실에서 독자 연구와 제품 출시 계획, 사업 개발을 비롯해 기술 진척 상황과 전략적 결정, 정부와의 협의, 기업 간 거래 관계 등 비공개 정보가 자주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알포잔에게는 이 회의실에 출입하거나 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주장이다.

수사당국은 보안카메라 영상과 장치 관련 질의 기록 등을 혐의의 근거로 제시했다. 알포잔은 장치 발견 전 여러 날에 걸쳐 회의실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10월 5일에는 회의실에 들어가 장치가 연결돼 있던 TV 뒤쪽을 살펴보는 듯한 모습이 촬영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같은 날 회사 내 다른 방에 알포잔이 두고 간 가방에서도 유사한 녹음장치가 나왔다는 내용이 고발장에 담겼다. 회사 보안요원들이 가방을 열어 확인했을 당시 안에는 그의 지갑과 신분증도 함께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알포잔은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앞서 업무 지원 도구로 사무실 주소와 회의실 위치·수용 인원·일정, 경영진이 있는 장소와 외부 협력사 회의 장소 등을 여러 차례 조회했다.

배우자와 연계된 챗봇 계정의 기록도 제시됐다. 검찰은 이 계정이 알포잔의 계정과 여러 식별 정보와 특성을 공유했으며,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연속 녹음과 무선 연결, 실시간 청취, 저장장치 암호화, 기기 은닉·원격 접속 등에 관한 질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9월 27~28일에는 발견된 장치의 고유 네트워크 식별 주소 등에 관한 질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오픈AI 회의실에 설치됐던 녹음장치. 사진=연방 법무부.

오픈AI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사건 조사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입장문에서 사무실에 숨겨진 정교한 녹음장치를 발견한 뒤 모델로 장치의 특성과 출처를 분석했으며, 며칠 전 이를 설치한 직원을 특정해 연방수사국에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회사는 다만 “현재까지 해당 직원이 모델 가중치나 소스코드, 고객 정보에 부적절하게 접근하거나 이를 외부로 빼돌렸다는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해고했으며, 진행 중인 연방수사국 조사에도 계속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픈AI는 기술과 데이터, 직원 보호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자와 사이버범죄자, 국가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보안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이 정교한 보안 위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크레이그 미사키언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 사안으로 규정하며, 베이 지역과 실리콘밸리의 기술 혁신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된 법무부 발표에는 실제로 어떤 대화가 녹음됐는지, 녹음 내용이 외부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사우디 정부 등 외국 정부가 이번 행위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제시되지 않았다.

알포잔의 변호인 윌리엄 퍼닉은 CBS뉴스에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하며, 수사 초기의 단정과 국적에 따른 정치화를 경계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알포잔은 최고 징역 5년과 벌금 25만 달러, 출소 후 3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9일에는 구금 유지 여부를 심리하는 절차가 예정돼 있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수사당국의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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