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등록국·실업급여 등 민원서비스 차질 우려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들이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10월 21일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주정부 최대 공공부문 노동조합인 국제서비스노동조합(SEIU) 산하 로컬 1000 소속 직원들이 이날 하루 업무를 중단하고 새크라멘토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이번 파업은 약 10만 명의 주정부 직원을 대표하는 로컬 1000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파업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들의 파업으로는 2023년 주정부 과학자들의 집단 업무 중단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노조는 개빈 뉴섬 주지사 행정부가 새로운 노동계약 협상에서 성실하게 교섭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에 나섰다.
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새크라멘토의 주정부 청사와 인사관리국 주변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파업에는 행정직과 회계 담당자, 정보기술 직원, 간호사, 시설관리 직원 등 다양한 직종이 참여했다. 노조는 필수 공공서비스 담당 인력을 제외한 약 9만5,000명에게 파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파업 참여 인원이 9만5,000명에 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노동쟁의의 핵심은 임금과 의료보험료, 재택근무 정책이다. 노조는 3년에 걸쳐 총 2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의료보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정부 지원 확대와 재택근무 유연성 보장도 촉구하고 있다.
노조와 주정부의 기존 노동계약은 지난 6월 30일 만료됐다. 양측은 새로운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왔지만 임금 인상 규모와 근무 조건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주정부가 임금과 복리후생에 관한 요구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정부는 재정 여건을 고려한 책임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정부의 사무실 출근 확대 정책이 갈등을 키웠다. 뉴섬 행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상당수 주정부 직원에게 주 4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같은 정책이 통근 비용과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데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까지 일률적으로 출근을 확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정부는 대면 근무가 직원 간 협업과 행정 운영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협상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재택근무 제도를 어느 범위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확대됐다.
파업으로 인해 차량등록국과 고용개발국을 비롯한 주요 주정부 기관의 민원서비스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차량등록국은 파업 참여 인원에 따라 일부 사무소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업무를 조기에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업급여 신청과 관련 상담, 저소득층 식품지원 업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립공원과 관광시설 운영에도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의 허스트 캐슬은 파업에 대비해 사전 예약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투어 일정을 조정했다. 다만 주정부 전체 기관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며, 실제 서비스 중단 여부와 범위는 기관별 파업 참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 지역에서도 파업 집회가 진행됐다. 노조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밴네스 애비뉴 505번지 공공시설위원회 본부 앞에서, 오클랜드에서는 클레이 스트리트 1515번지 일라이후 해리스 주정부 청사 앞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피켓 시위가 예정됐다.
주정부는 이번 파업에 앞서 필수 공공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일부 직원의 파업 참여를 제한해 달라고 노동관계위원회에 요청했다. 위원회는 공공안전과 보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인력 약 5,000명에 대해서는 근무를 유지하도록 했지만, 나머지 직원들의 파업은 허용했다.
필수 근무 대상에는 교정시설 의료인력과 일부 정신병원 직원, 재향군인 시설 종사자, 캘트랜스의 교통 관련 필수 인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와 교정시설 운영 등 핵심 기능은 유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파업은 이달 초 노조원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됐다. 로컬 1000은 투표 참여자의 약 96%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앞서 주정부 공공고용관계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관련 이의를 제기했으며, 위원회는 주정부 인사관리국이 성실교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로컬 1000의 아니카 월스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주정부가 직원들이 식료품과 자녀 양육비, 주거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노동계약을 체결하도록 성실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정부 인사관리국은 공정하고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합의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협상에 계속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각 기관과 비상 운영계획을 마련해 파업에 따른 행정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21일 하루로 한정했으며,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은 해당 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계약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파업은 뉴섬 주지사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내년 1월 퇴임할 예정으로, 임금과 근무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현 행정부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차기 주정부에도 노동협상 과제로 남을 수 있다.
한편 21일 오후 현재 노조와 주정부의 새로운 노동계약 체결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파업이 이날 하루로 마무리되더라도 임금 인상과 의료보험 지원, 재택근무 조건을 둘러싼 협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