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비자 연장 심사 강화 추진…기존 승인도 원점 재검토

기존 비자 승인 존중 원칙 폐지 추진
동일 직장·직무도 재심사…연장 부담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를 비롯한 비이민 취업비자의 연장 심사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를 비롯한 비이민 취업비자의 연장 심사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에 비자를 승인받았더라도 연장 신청 과정에서 자격요건을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해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와 고용 기업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이민국은 14일 연방 관보에 기존 비자 승인 결정에 대한 존중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공식 게재했다. 이번 조치는 취업비자 연장 신청 시 과거 승인 결정을 원칙적으로 존중하도록 한 현행 규정인 연방규정집 8편 214.1(c)(5)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민국은 동일한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가 같은 직무와 근무조건을 유지하면서 비자 연장을 신청할 경우 이전 승인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승인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근무조건 또는 자격요건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새로운 심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새 규정이 시행되면 이민국 심사관은 과거 승인 결과를 반드시 존중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최초 비자 신청 때 이미 검토했던 고용관계와 직무 적격성, 신청인의 자격요건 등을 연장 신청 과정에서도 독립적으로 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개정안이 이민 혜택을 신청하는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에게 자격 입증 책임이 있다는 이민법의 기본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승인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 범위가 제한되면 기존 결정의 오류나 부정확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인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국토안보부는 과거 승인 존중 원칙이 심사관의 사실관계 조사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규정을 통해 연장 신청서에 포함된 자료를 보다 철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증빙서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규정 개정은 H-1B 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이민 근로자 청원서인 I-129 양식으로 신청하는 취업비자 전반에 적용될 수 있어 기업 내 전근자 비자인 L-1, 특출한 능력을 갖춘 인재에게 발급되는 O-1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 기업과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에 근무하는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비자 연장 절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인 엔지니어와 연구원, 기업 주재원 등 기존 취업비자 소지자들도 새 규정이 확정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비자 연장 과정에서 추가 증빙서류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이다. 이민국은 심사관이 기존 승인에 얽매이지 않고 자격요건을 재검토할 수 있게 되면 추가 서류 제출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안보부는 규정 개정에 따른 영향 분석에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고용주가 추가 서류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비자 연장 승인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7년에도 이민국은 과거 승인 결정을 존중하도록 한 기존 지침을 폐지한 바 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해당 원칙을 복원했으며, 2024년 발표된 H-1B 현대화 규정을 통해 이를 연방 규정에 명문화했다.

국토안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존 승인 존중 정책이 폐지된 이후 해당 정책의 적용 대상이었던 신청서의 추가 증빙서류 요구 비율은 비교 대상 집단보다 2.9%포인트 더 증가했다. 다만 정부는 당시 다른 정책 변화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정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기존 비자 승인 사실만으로 연장 심사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들 수 있다. 고용주는 연장 신청 때도 직무의 전문성과 근로자의 자격, 고용조건 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다만 과거 승인 존중 규정이 폐지된다고 해서 기존 H-1B 비자가 자동으로 무효화되거나 모든 연장 신청이 처음부터 다시 접수되는 것은 아니다. 이민국은 기존 승인 내용을 참고할 수 있으며, 과거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의무만 사라진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와 취업이민 제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앞서 연방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 일부 대형 기술기업의 취업이민 노동인증 절차 참여를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국토안보부는 11월 13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후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 최종 규정 시행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14일 현재 이번 조치는 확정된 정책이 아닌 공식적인 규정 개정 제안 단계다. 현행 비자 연장 심사 규정은 최종 개정안이 확정돼 발효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실리콘밸리에서 H-1B 등 취업비자로 근무하는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은 향후 규정 확정 여부와 시행일을 확인하고, 비자 연장에 필요한 고용 및 직무 관련 증빙자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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