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일반 공개…한국 근현대미술 미국서 대규모 조명
방탄소년단(BTS) RM이 지난 10여 년간 자신만의 시선으로 모아온 미술품들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개된다.
SFMOMA는 29일 미술관 7층에서 특별전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의 미디어 프리뷰를 열고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이날 RM도 직접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첫 공동 큐레이터 작업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RM의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첫 전시이자, 미국에서는 SFMOMA에서만 열리는 단독 전시다. 일반 공개는 10월 3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다.
RM은 이날 미디어 프리뷰에서 공동 큐레이터로 관객 앞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음악가가 아닌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 그리고 전시를 직접 구성한 큐레이터로 관객을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RM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전시는 RM이 소장한 작품 142점과 SFMOMA 소장품 36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미술관이 앞서 발표한 전체 기획 규모는 약 200점으로, RM 컬렉션이 전시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회화와 드로잉, 조각, 도자기, 섬유, 디자인 작품까지 장르도 다양하며 작품의 시대적 범위는 13세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히 ‘BTS RM이 소장한 작품’을 한곳에 모은 컬렉션 전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RM의 소장품과 SFMOMA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작가들이 자연과 기억, 인간의 존재, 일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서는 장욱진, 김윤신, 권옥연, 박래현, 도상봉, 윤형근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SFMOMA가 소장한 김환기와 백남준을 비롯해 도널드 저드, 이브 클라인, 아그네스 마틴, 앙리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마크 로스코 등의 작품이 함께 배치됐다. 한국미술과 서구 현대미술을 국적이나 미술사적 분류에 따라 나누기보다 RM이라는 한 컬렉터의 시선을 매개로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SFMOMA는 이번 전시를 미국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미술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전시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RM 소장품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전시장 전체는 RM의 감정과 관심사를 따라 8개의 서로 다른 공간으로 구성됐다. ‘열정’과 ‘집’을 비롯해 RM이 작품을 수집하고 바라보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개인적인 주제가 각 공간을 연결한다. 관객은 연대순으로 미술사를 따라가기보다 RM이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시선을 옮겨온 과정을 따라 전시장을 걷게 된다.
이러한 구성에는 RM의 컬렉션 철학도 반영돼 있다. SFMOMA에 따르면 RM은 시장의 유행이나 작품의 투자 가치보다 자신에게 어떤 감정과 울림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수집해왔다. 일상적인 장면과 고요한 풍경, 자연,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컬렉션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는 약 2년 동안 준비됐다. SFMOMA의 아메리카 카스티요 큐레이터가 RM의 개인적인 미술관 경험과 컬렉션을 하나의 전시로 풀어내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기획이 시작됐고, 카스티요와 SFMOMA 회화·조각 부문 효은 김 큐레이터가 RM과 함께 전시 구성을 발전시켰다. RM에게는 미술관 전시에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 첫 사례다.
RM 역시 작품 선정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전시 공간의 미술적 방향, 벽면 설명과 작품 라벨 작성까지 직접 관여했다. 수백 차례 라벨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첫 큐레이팅 작업의 어려움을 유머 섞인 말로 소개하기도 했다.
관람객은 RM의 목소리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RM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가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되며, 벽면 설명과 작품 라벨 역시 두 언어로 마련된다. 전시장에서는 RM이 직접 선정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음악과 미술을 결합해 RM의 창작 세계를 경험하도록 했다.
RM은 이번 전시를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과 보편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바라보는 자리로 설명했다. 그는 관객에게 특정한 감상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기를 바란다며,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술은 세계를 오가며 활동해온 RM에게 개인적인 안식처이기도 했다. RM은 이날 자신이 서울에 있을 때조차 어딘가를 계속 떠다니는 듯한 감각을 느껴왔고, 그런 불안정한 감정 때문에 오랫동안 미술에 의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음악 활동 중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찾으면서 시작된 관심은 결국 한국 근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인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왜 첫 소장품 전시 장소로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는 RM다운 간결한 답변도 나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초청 인사와 취재진만 참석할 수 있었던 이날 미디어 프리뷰 행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SFMOMA 주변에는 RM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의 모습도 나타났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팬들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예정된 회원 대상 사전 관람 티켓은 이미 매진됐다. 일반 관람 첫 주말 티켓 역시 대부분 판매된 상태다.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는 10월 3일부터 2027년 2월 7일까지 SFMOMA 7층에서 열린다. 일반 입장권과 별도로 시간 지정 전시 입장권이 필요하며, 평일에는 10달러, 주말과 공휴일에는 12달러의 특별전 추가 요금이 적용된다. SFMOMA는 전시 기간 횟수 제한 없이 다시 관람할 수 있는 75달러짜리 ‘Encore Pass’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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