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택권 축소 논란…2028년 가을학기부터 시행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SFUSD)가 15년간 운영해 온 초등학교 추첨 배정제도를 폐지하고 학생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이 시 전역의 학교를 선택해 지원하던 기존 방식이 대폭 바뀌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회는 10월 13일 저녁 정기회의에서 기존의 시 전역 학교 선택 및 추첨 방식을 거주지 중심 배정제로 전환하는 이른바 ‘C안‘을 찬성 5표, 반대 2표로 채택했다. 새 제도는 2028~2029학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초등학교 신입생 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 전환이다. 다만 이날 표결은 새 배정제도의 기본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통학구역과 세부 배정 규정은 향후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현행 SFUSD 제도에서는 학부모들이 시 전역의 초등학교 가운데 희망 학교를 순서대로 선택해 지원하고, 학교별 정원과 우선순위에 따라 학생을 배정받는다. 거주지 인근 학교에 우선순위가 부여되지만 실제 배정을 보장하지 않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학교 추첨제‘로 불려 왔다.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교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운영됐지만, 배정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일부 학생이 집에서 먼 학교에 다녀야 하는 문제로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입학을 앞둔 가정에서는 복잡한 지원 절차와 배정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부담으로 지적됐다.
이번에 채택된 C안은 학생의 거주지 주소를 기준으로 지정된 동네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처럼 여러 초등학교를 희망 순서대로 나열해 지원할 필요가 없으며, 정해진 지원 기한을 놓친 가정에도 거주지 지정 학교의 배정이 보장된다.
다만 모든 학교 선택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 몰입교육,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운영되는 통합학교, 특수교육 등 교육구가 시 전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일부 프로그램에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반면 일반 초등학교의 경우 거주지 밖 학교로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어든다. 이는 거주지 학교 입학을 보장하면서도 시 전역의 일반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B안과 가장 큰 차이다.
마리아 수 SFUSD 교육감은 이날 회의에서 C안을 권고하며, 학부모들이 학교 배정 결과를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주지 인근 학교가 학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구의 설명이다.
필 김 교육위원장 역시 이번 결정이 거주지 중심 배정제도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거주지 인근 학교에 안정적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학교 간 교육 수준과 자원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FUSD가 지난 9월 11일부터 10월 9일까지 실시한 학부모 및 지역사회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978명 가운데 72%가 B안이 자신의 요구를 충족할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최종 채택된 C안에 대해서는 48%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과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부모들은 거주지 중심 배정제가 학교 간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다른 지역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이러한 선택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날 C안에 반대표를 던진 교육위원은 알리다 피셔와 수프리야 레이였다. 피셔 위원은 교육구가 학교 간 자원 격차를 해소하기도 전에 배정제도부터 변경하는 것은 일부 지역 가정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구 내부에서도 제도 시행까지 남은 2년 동안 학교 간 교육 격차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존 데이비스 부교육감은 일부 학교의 높은 교사 이직률과 임시교사 의존 문제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교사진을 구축하려면 5~10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찬성 측은 기존 추첨제가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지원 절차를 잘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정이 유리한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선택권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통학구역 경계 조정과 학교별 정원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구 분석에 따르면 현재 통학구역을 기준으로 58개 구역 가운데 19개 구역에서 향후 유치원 정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학교별 학생 수요를 고려한 통학구역 재설정과 교육 프로그램 재배치가 필요할 전망이다.
SFUSD는 오는 11월부터 학교별 프로그램 배치와 통학구역 조정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2027년 4월 13일 교육위원회에서 새로운 학생 배정 정책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이후 전산 배정 시스템 개편과 학부모 안내 등을 거쳐 2028년 가을학기부터 시행한다.
새 제도는 2028~2029학년도에 처음으로 공립학교의 유치원 예비과정 또는 유치원에 입학하는 학생과 교육구에 새로 등록하는 초등학교 및 유치원~8학년 통합학교 학생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SFUSD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이번 제도 변경으로 인해 강제로 다른 학교로 옮겨지지 않는다.
이번 결정으로 샌프란시스코 공립학교 배정제도는 시 전역의 학교 선택을 중시하던 방식에서 거주지 학교 입학을 우선 보장하는 체계로 전환하게 됐다. 그러나 새 제도가 학부모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별 교육 격차까지 완화할 수 있을지는 향후 학교 투자 계획과 통학구역 조정 결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