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MOMA, 2027년 일본 현대미술 거장 나라 요시토모 대규모 회고전 개최

북가주 최초 작품세계 총망라…회화·조각 등 100여 점 전시
대표 설치작 ‘달의 여행’ 첫 해외 공개
고독과 저항, 인간 내면의 감정 담은 예술 조명
나라 요시토모의 2026년 작품 ‘마트료시카(Matryoshka)’. 사진=케이타 사이키/SFMOMA 제공.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의 대규모 회고전을 2027년 가을 개최한다. 북가주에서는 처음으로 나라의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로,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설치미술, 사운드,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약 100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SFMOMA는 10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고전이 미술관 7층 전시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특히 나라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창작 활동까지 폭넓게 살펴보며,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해 온 독창적인 예술언어와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나라 요시토모는 커다란 눈과 무표정하거나 반항적인 표정을 지닌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언뜻 순수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독과 불안, 저항,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다.

특히 단순한 배경 속에 홀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관람객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며 복잡한 감정적 교감을 이끌어낸다. 민속음악과 펑크 문화, 전후 대중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개인의 자유와 내면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소외와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낸다.

크리스토퍼 베드퍼드 SFMOMA 관장은 “나라 요시토모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베이 지역에 소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관람객들에게 깊은 영감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가 폭넓은 관람객과 소통하고 예술 및 미술사에 관한 지역적·세계적 대화를 확대하려는 미술관의 비전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는 2006년 제작된 대형 설치작품 ‘달의 여행(쉬고 있는 달·Voyage of the Moon, Resting Moon)’이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 밤하늘에 대한 기억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동화 속 작은 집을 연상시키는 구조물 위에 커다란 달 모양의 얼굴이 자리한 이 작품은 나라가 작업실을 상상 속 공간으로 재구성한 설치미술이다. 지붕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달의 모습은 고독과 사색,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라의 예술세계는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더욱 깊은 내면적 성찰로 발전했다. 이후 제작된 회화에서는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물감의 표면과 부드럽게 번지는 붓질, 무언가를 찾는 듯한 인물의 시선이 두드러진다.

최근 선보인 조각 작품에서도 작가의 손길과 제작 과정에서 생긴 불완전한 흔적을 그대로 남겨 인간적인 감각을 강조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형태보다 작품에 남아 있는 손의 흔적과 감정의 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나라의 작품은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는 여행 중 촬영한 사진을 통해 원주민과 식민지배를 경험한 공동체 등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왔으며, 반전과 반핵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정치적 구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이미지와 글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라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개인의 내면적 성찰이 어떻게 사회적 공감과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1959년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서 태어난 나라 요시토모는 아이치현립예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 뒤 1988년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이후 약 12년 동안 독일에 거주하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펼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 일본, 아시아 각국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개최했으며, 현재는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등 미국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다.

최근에도 2021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2022년 상하이 유즈미술관, 2023년 일본 아오모리현립미술관, 2024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2025년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번 SFMOMA 회고전은 미술관이 직접 기획하며, 객원 큐레이터 미카 요시타케와 SFMOMA 회화·조각 부문 부큐레이터 낸시 림이 공동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SFMOMA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나라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예술이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어떻게 지속되는지, 개인의 내면세계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2027년 가을 개막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개막일과 종료일, 관람료 등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SFMOMA 공식 홈페이지(sfmom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이 강 기자 / ray.kang@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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