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실질소득 최대 쟁점 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미국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경제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약 8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물가 상승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10월 9일 발표된 로이터와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8%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물가 상승에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제 상황에 대한 단순한 불만을 넘어 대통령의 정책이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미국 성인 4,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문항에 따라 약 ±2~3%포인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공화당 지지층의 반응이다.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7%는 물가가 자신의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에서도 실질적인 구매력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권 2기 들어 고율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물가를 압박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기업의 비용 증가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압박받는 상황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퓨리서치센터가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미국 성인 5,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경제 상황을 개선했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공화당 및 공화당 성향 응답자 중에서도 경제정책이 상황을 개선했다는 비율은 지난 1월 57%에서 10월 39%로 떨어졌다. 반대로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에서 35%로 높아졌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휘발유와 식료품, 주거비 등 일상적인 지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을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식료품 및 소비재 가격은 73%, 의료비는 69%, 주거비는 66%가 심각한 걱정거리로 꼽았다.
특히 에너지 가격에 대한 우려는 지난 1월 43%에서 10월 74%로 급증했다. 반면 주식시장 상황을 매우 우려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주가 상승이나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경제 지표보다 당장 가계에서 지출하는 생활비가 미국인들의 경제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미시간대학교가 9일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46.3으로, 9월의 48.1보다 하락했다. 소비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떨어졌으며 역사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가 크게 악화하면서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제적 불만은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84%는 경제가 투표 결정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 후보 지지자는 88%, 공화당 후보 지지자는 82%가 경제를 핵심 쟁점으로 꼽아 정당을 가리지 않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제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서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10월 1일 공개된 AP-NORC 조사에서 생활비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정당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등록 유권자는 38%였으며, 공화당을 선택한 비율은 27%였다. 다만 두 정당 모두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충분히 얻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는 이번 중간선거가 집권 2기 경제정책에 대한 첫 전국적 평가라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관세와 물가 상승, 생활비 부담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경제성장과 고용, 감세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와 소득 수준이 표심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지표 개선을 강조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식료품과 휘발유, 주거비 부담에서 뚜렷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여론조사들은 경제에 대한 불만이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가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간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문제가 백악관과 공화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정치적 과제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