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섬 주지사 “연방정부의 근거 없는 선거 개입 막아”
미국 연방대법원이 캘리포니아 유권자 2만여 명의 투표용지를 별도로 분리하고 개표를 제한해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캘리포니아는 기존 선거 절차에 따라 투표용지 개표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2일 법무부가 제출한 긴급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별도의 기각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도 없었다. 이번 결정은 긴급 구제 요청에 대한 판단으로, 소송 자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캘리포니아 유권자 등록 명부에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2만여 명이 포함돼 있다며 이들의 우편투표 용지를 별도로 보관하고 시민권 확인이 끝날 때까지 개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연방 법무부는 국토안보부와 이민서비스국 등이 유권자 등록 자료와 이민 관련 정보를 대조해 비시민권자로 추정되는 명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연방 선거에서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불법인 만큼, 해당 유권자들의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는 투표를 집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선거 당국은 연방정부가 제시한 명단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선거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부 유권자의 투표를 분리하는 조치는 합법적인 유권자의 투표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UCLA 투표권 프로젝트가 연방정부의 명단 2만930명을 분석한 결과, 8,880명에 해당하는 약 42%가 캘리포니아 유권자 등록 자료에서 일치하는 기록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 시민권자가 명단에 잘못 포함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연구진의 분석 결과이며, 연방 법무부는 해당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0월 15일 연방 법무부가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연방 지방법원은 선거 직전 투표 절차를 변경할 경우 선거 운영에 혼란이 발생하고 유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제9연방항소법원도 연방정부의 긴급명령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기존 투표 절차를 변경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전날인 2일 연방대법원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으나,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대법원 결정 직후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연방정부의 선거 개입 시도가 사법부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뉴섬 주지사는 “하급심에서 거듭 패소한 데 이어 미국 최고 법원마저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의 근거 없는 캘리포니아 선거 절차 공격을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가 제 역할을 했다”며 “연방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모든 미국인이 환영해야 할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뉴섬 주지사는 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주정부가 언제나 그랬듯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며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개입 시도가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대법원에서 잇따라 거부됐다고 밝혔다. 본타 장관은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캘리포니아 선거 개입 시도를 네 차례나 거부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긴급 법원 명령을 통한 선거 절차 변경 시도가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셜리 웨버 캘리포니아 주 국무장관 역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하면서 유권자들이 선거 참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 보안 강화와 개표 절차 개선을 위해 약 4,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선거 관리 권한을 둘러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갈등 속에서 나왔다. 미국 헌법은 연방 선거 관리에 관한 주요 권한을 주정부와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선거 직전에 투표 규칙을 변경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법원도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비시민권자의 투표 의혹에 대한 조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 법무부는 불법 투표에 대한 조사와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며, 관련 소송도 이어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3일 중간선거에서 기존 절차에 따라 투표와 개표를 진행한다. 이번 결정은 연방정부가 제시한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유권자의 투표용지를 일괄 분리하거나 개표를 보류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