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시행 전망…소규모 주택 개발 유연성 논란
레드우드시티가 신규 주거시설과 주거·상업 복합개발 사업에 적용되는 건축 설계 기준을 개편했다. 건축 심사의 객관성을 높여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동시에 침수 위험과 조류 충돌, 도시 녹지 부족 등 환경 문제에도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레드우드시티 시의회는 지난 10월 26일 열린 회의에서 주거 및 복합개발 사업에 적용할 객관적 설계 기준을 담은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약 60쪽 분량의 조례안에는 건축물 배치와 외관, 조경, 개방 공간, 주차시설, 보행 환경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계 요건이 포함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건축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관적 판단을 줄이고, 개발사업자가 사전에 명확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 당국은 건축물의 디자인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평가할 때 수치화된 기준을 활용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보다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사업자는 여러 설계 대안 가운데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정해진 기준과 다른 설계를 원하는 경우 별도의 재량 심사를 신청할 수도 있다.
제프 슈왑 레드우드시티 지역개발국장은 객관적 설계 기준이 일반 시민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 관련 설계 요건도 강화됐다. 특히 침수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 건축물 지상층에 주차시설을 배치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 주차장 외관을 개선하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새 기준에는 주차시설을 가리는 조경과 차폐시설 설치, 차량 출입구 주변의 시야 확보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주차시설이 도로와 보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철새 보호를 위한 건축 설계 기준도 주목된다. 레드우드시티는 북미 철새 이동 경로인 태평양 철새 이동로에 위치해 있어 유리 외벽과 야간 조명으로 인한 조류 충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유리 표면에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무늬를 적용하고, 반사를 줄이는 건축 요소를 활용하며, 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 모서리를 피하는 방안 등을 설계 기준에 반영했다.
야간 조명 역시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따뜻한 색상의 조명을 사용하고 빛이 불필요한 방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폐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마련했다.
도시 녹지 확대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새로 심는 나무의 최소 규격은 기존 15갤런 용기에서 24인치 박스 규격으로 확대된다. 보다 큰 나무를 심어 생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녹지 면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마르셀라 파디야 시의원은 지역별 나무 그늘 면적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녹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새로운 설계 기준이 소규모 주택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사벨라 추 시의원은 듀플렉스와 포플렉스, 소규모 아파트 등 이른바 ‘중간 규모 주택‘ 개발에 지나치게 엄격한 설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변 기존 주택과의 건축적 통일성을 강조하는 기준이 새로운 형태의 주택 개발이나 다세대 가족을 위한 주거시설 건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추 시의원은 건물의 비율과 도로·대지 경계선으로부터의 이격거리, 건축 양식 등에 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당국은 객관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설계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별도의 심사 절차를 허용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설계 기준 개편은 캘리포니아주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레드우드시티의 2023~2031년 주택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주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주택 개발사업을 심사할 때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레드우드시티 역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신규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해 왔다.
새로운 설계 기준은 이르면 12월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며, 시행 이후 새롭게 접수되는 주거 및 복합개발 사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시는 이번 조례가 주택 개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축물의 품질과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주택 공급 확대 효과와 소규모 개발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도 시행 이후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