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3.7% 상승…금리 추가 인상 우려 확대

9월 물가상승률 3.7%…예상치 웃돌아
휘발유 가격 급등에 생활비 부담 가중
연준 10월 금리 결정 앞두고 시장 긴장
미국의 한 마트. 자료사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주거비와 서비스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노동통계국이 14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8월의 3.4%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시장 예상치인 3.6%도 웃도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로, 8월의 0.4%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9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9.1%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사이 5.2% 올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4%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34.2% 치솟았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과 원유 공급 불안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가계의 지출을 늘릴 뿐 아니라 운송비와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8월의 2.4%보다 높은 수준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5%를 넘어섰다.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주거비가 전월보다 0.4% 상승했고, 중고차와 의류, 항공요금, 의료서비스, 교육 및 여가 관련 비용도 올랐다. 식품 가격은 전체적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외식비는 0.2% 상승했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에너지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3.75~4.00% 범위로 인상했으며,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금융시장에서 예상하는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50% 수준까지 높아졌다. 물가 발표 이전에는 연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지표에서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가격은 전년 대비 28% 상승하며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장난감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공지능 산업의 수요 확대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서비스업체 레이먼드제임스의 유지니오 알레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여러 부문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흐름이 10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추가 긴축이 노동시장과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이자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 특히 주택가격과 생활비가 높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시장도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4일 물가 지표가 발표된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으며, 뉴욕 증시는 금리 인상 우려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번 물가 발표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약 3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식료품과 휘발유, 주거비 등 생활물가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률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공방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금리 인상을 미루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10월 말 연준의 결정은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방지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비자물가 발표에 이어 15일 공개되는 생산자물가지수와 추가 고용지표가 향후 금리 방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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