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조지아 등 5개 주 주지사직 민주당으로
트럼프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중대한 변화
미국의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탈환하고 주요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장악했던 지역을 잇따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특히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하면서 미국 정치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4일 오전까지 집계된 선거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 의석 7석을 빼앗으며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하원에서도 과반인 218석을 넘어 공화당으로부터 의회 주도권을 되찾았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텍사스와 조지아, 아이오와, 오하이오,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주지사직을 민주당이 탈환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방의회와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백악관과 연방의회를 모두 장악했던 공화당의 정치적 주도권에도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연방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 7석을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4일 오전 개표 현황에서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은 모두 54석을 확보했고, 공화당은 44석을 확보했다. 나머지 2석은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거 이전 공화당이 보유했던 53대 47의 의석 우위를 뒤집고 상원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상원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텍사스다.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텍사스에서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이 선거를 통해 탄생하게 됐다.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텍사스 유권자들이 이번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캔자스에서는 민주당 애덤 해밀턴 후보가 공화당 현역 로저 마셜 상원의원을 꺾었다. 캔자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승리한 것은 1932년 이후 처음이다. 90년 넘게 이어졌던 공화당의 상원 선거 우위가 무너진 역사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 후보가 공화당 달린 그레이엄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남부의 대표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을 확보하면서 이번 선거의 전국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민주당 로이 쿠퍼 전 주지사가 공화당 마이클 와틀리 후보를 물리쳤다. 민주당이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 의석을 차지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쿠퍼 당선인은 주지사 재임 기간 축적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공화당이 보유했던 의석을 민주당으로 가져왔다.
오하이오에서는 민주당 셰로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공화당 현역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을 꺾고 연방 상원에 복귀하게 됐다. 허스테드 의원은 JD 밴스 부통령이 남긴 의석을 승계한 인물로,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해당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아이오와에서는 민주당 조시 튜렉 후보가 공화당 애슐리 힌슨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아이오와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승리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메인주에서도 민주당 트로이 잭슨 후보가 공화당 현역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을 꺾으면서 민주당의 상원 의석 확대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공화당 의석 탈환과 함께 기존 의석을 지키는 데도 성공했다. 조지아에서는 존 오소프 상원의원이 공화당 마이크 콜린스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뉴햄프셔에서는 크리스 파파스 후보가 공화당 존 수누누 전 상원의원을 꺾었으며, 미네소타에서도 페기 플래너건 후보가 승리해 민주당 의석을 유지했다.
연방 하원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이어졌다. 전체 435석 가운데 과반 기준인 218석을 넘어서면서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했던 하원 운영권을 되찾았다. 4일 오전 확인된 개표 현황에서는 민주당 228석, 공화당 139석이 확정됐으며 나머지 68개 선거구는 개표와 당선자 확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하원 선거에서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제1선거구의 밥 하비 후보가 공화당 현역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을 꺾었으며, 제7선거구에서는 밥 브룩스 후보가 공화당 라이언 매켄지 의원을 물리쳤다.
제8선거구에서도 민주당 페이지 코그네티 후보가 공화당 롭 브레즈나한 의원을 꺾었고, 제10선거구에서는 민주당 자넬 스텔슨 후보가 공화당 스콧 페리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펜실베이니아 한 주에서만 공화당 현역 의원 4명이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하원 다수당 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뉴저지 제7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레베카 베넷 후보가 공화당 현역 톰 킨 주니어 의원을 꺾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제11선거구와 켄터키 제6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 현역 의원들을 잇따라 낙선시키면서 의석 확대에 성공했다. 특히 선거구 재획정이 진행된 여러 주에서도 민주당의 의석 증가가 이어졌다. 공화당이 선거구 조정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정치적 이점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전국적인 득표 확대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두드러졌다. 가장 상징적인 결과는 텍사스와 조지아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이들 지역을 포함해 아이오와, 오하이오,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직을 탈환했다.
텍사스에서는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공화당 현역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었다.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주지사 선거에 승리한 것은 앤 리처즈 전 주지사가 당선된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텍사스 최초의 라틴계 여성 주지사라는 기록도 세웠다.
텍사스는 공화당이 오랫동안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해 온 대표적인 보수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원의원과 주지사 선거를 동시에 승리하면서 텍사스의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민주당 키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이 공화당 릭 잭슨 후보를 꺾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조지아에서 민주당 주지사가 탄생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며, 바텀스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주지사에 당선된 흑인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하이오에서는 민주당 에이미 액턴 후보가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를 물리쳤다. 오하이오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주지사로 선출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아이오와에서도 민주당 롭 샌드 후보가 공화당 잭 란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아이오와 역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주지사를 선출하게 됐다. 민주당은 연방 상원 선거에 이어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아이오와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네바다에서는 민주당 에런 포드 주 법무장관이 공화당 현역 조 롬바도 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포드 당선인은 네바다 최초의 흑인 주지사가 됐다.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경합주로 분류되는 네바다에서도 민주당이 주지사직을 확보하면서 주정부 권력 구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민주당은 주지사직 탈환뿐 아니라 기존 주지사직을 유지하는 데도 성과를 거뒀다.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와 일리노이의 JB 프리츠커 주지사, 메릴랜드의 웨스 무어 주지사 등 주요 민주당 현역 주지사들이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공화당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바이런 도널즈 후보가 민주당 데이비드 졸리 후보를 누르며 주지사직을 유지했다. 일부 남부 지역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확보한 주지사직 탈환 성과가 더해지면서 전국 주지사 정당별 구도는 민주당 우위로 바뀌었다.
4일 오전 공개된 집계에서는 민주당이 전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27개 주의 주지사직을 확보했고 공화당은 20개 주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추가 집계에서는 민주당 28개 주, 공화당 20개 주로 민주당의 우위가 확대됐다. 나머지 주에서는 개표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이 전국 주지사직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는 높은 생활비와 물가 상승, 관세 정책, 이란 전쟁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민주당은 기존 지지 기반인 대도시와 진보 성향 지역을 넘어 공화당이 강세를 보였던 중서부와 남부 지역에서도 승리했다.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상원 선거 결과는 이번 중간선거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전국적인 정치 변화였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주요 법안 처리와 연방정부 예산 편성, 행정부 고위직 인준 과정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행정부를 상대로 청문회와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상원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주요 공직자와 연방 판사 인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과 상원의 의사진행 규칙 때문에 모든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202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 지위와 주요 주정부 권력을 확보하면서 정책 추진 기반을 확대했고, 공화당은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의 패배 원인과 향후 선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탈환한 데 이어 텍사스, 조지아 등 오랫동안 공화당이 장악했던 지역의 주지사직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 정치 권력의 균형을 변화시킨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