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교육·시니어·이민자 지원 약속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한 민주당 피오나 마 캘리포니아주 재무장관이 11월 3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부주지사에 당선됐다. 마 당선인은 공화당 글로리아 로메로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면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부주지사에 오르게 됐다.
3일 밤 공개된 개표 현황에 따르면 마 당선인은 약 64%의 득표율로 36%를 기록한 로메로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개표가 진행 중인 잠정 결과지만 두 후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마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서 출발해 주하원의원과 주 조세형평위원, 주 재무장관을 거친 마 당선인이 주정부 최고위 지도부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아시아계 정치인의 대표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 당선인은 선거를 불과 12일 앞둔 지난 10월 22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관을 직접 방문해 한인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당시 김한일 한인회장과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의 정치 경력과 정책 비전을 설명하며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당시 마 당선인은 아시아계 정치인으로서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 유리천장을 깨고자 한다“며 아시아계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마 당선인은 중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부모의 맏이로 성장한 자신의 가족사도 소개했다. 부모가 단돈 3,000달러를 가지고 미국으로 이주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 집을 마련하고 자녀들을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부모의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도 정치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며 이를 ‘캘리포니아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마 당선인이 가장 강조한 정책은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 완화였다. 그는 식료품과 공공요금, 임대료, 휘발유 가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도 관심이 높은 시니어 지원 정책에 대해 고령 주민들이 익숙한 주거환경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돌봄이 필요한 경우 합리적인 비용으로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이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 기회를 연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마 당선인은 당시 “우리도, 우리 자녀도, 손주들도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경제·교육·주거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인 소상공인 지원에도 관심을 보였다. 공인회계사이자 소규모 사업체 운영자로 활동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창업과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장관 재임 기간 주정부의 보조금과 융자, 채권을 활용한 자금조달 프로그램 등을 소개해 왔다며 한인사회에도 이러한 지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당시 간담회에서는 연방 이민단속 강화에 대한 한인사회의 우려도 제기됐다. 마 당선인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부모와 같은 기회를 얻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민단속 요원들이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겁이 나서 일터에 가거나 학교에 가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것은 제 부모가 찾아왔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며,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지지하는 미국의 모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 경제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며 이민자 커뮤니티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주정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시 간담회에서 새로운 이민자 보호사업이나 구체적인 단속 대응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마 당선인은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인회관 방문 당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며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하루의 긴장을 푼다고 소개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휴식과 위안을 얻는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전하며 한인 참석자들과 친근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인회관 방문에서 나타난 마 당선인의 행보는 선거를 앞두고 아시아계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특히 생활비와 교육, 시니어 복지, 이민자 보호 등 한인사회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현안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마 당선인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으로 6년간 활동했으며, 주 조세형평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8년 주 재무장관에 당선됐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뒤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해 왔다.
주 재무장관 재임 기간에는 공공재정 관리와 주정부 채권 발행, 주택 및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 경제정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공공자금을 활용한 주택 공급과 지역경제 지원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맞붙은 로메로 후보는 과거 민주당 소속으로 주상원의원과 상원 다수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다. 이후 공화당으로 당적을 변경했으며 교육개혁과 정부 재정의 투명성, 행정 효율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캘리포니아 부주지사는 주지사 유고 시 직무를 승계하는 주정부의 두 번째 고위 선출직이다. 주상원의장을 겸하며 표결이 동수일 때 결정권을 행사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한다. 이 밖에도 주 토지위원회와 환경보호 관련 기구에서 정책 결정에 관여한다.
마 당선인은 2027년 1월 엘레니 쿠날라키스 현 부주지사의 뒤를 이어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당선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한 아시아계 정치인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핵심 지도부에 진입하게 되면서 베이지역 한인사회와의 교류 확대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특히 선거 직전 한인회관을 찾아 생활비와 교육, 시니어 지원, 이민자 보호를 약속한 만큼 향후 부주지사로서 이러한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한인 커뮤니티와 협력을 이어갈지도 또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