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대표 미술관 ‘드영·리전 오브 아너’, 2027년 개최 특별전 일정 공개

프랑스 거장 로트레크·부에 회고전 주목
‘사랑의 여름’ 60주년 기념 전시 마련
베이 지역 미술사·현대미술 집중 조명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 ‘여성 기수-페르난도 서커스에서(Equestrienne-At the Cirque Fernando)’, 1882~1892년. 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미술관 소장. 사진=시카고 미술관.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드영 미술관과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이 2027년 한 해 동안 선보일 12개 특별전 일정을 발표했다. 프랑스 미술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예술운동, 현대미술과 원주민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가 마련된다.

두 미술관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은 이번 전시 프로그램이 7개 큐레이터 부서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성됐으며, 과거의 예술적 유산과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특히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반문화 운동인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과 전후 미국 현대미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베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토머스 캠벨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관장 겸 최고경영자는 “2027년 관람객들이 드영과 리전 오브 아너 전시실에서 만나게 될 예술적 전통과 표현의 다양성이 특히 기대된다”며 “이번 전시 프로그램은 과거와 현재의 예술과 사상을 관람객들에게 연결하려는 미술관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2027년 전시 일정의 중심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미국 현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했던 역사를 살펴보는 ‘메이드 인 샌프란시스코(Made in San Francisco)’가 있다.

4월 10일부터 10월 24일까지 드영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70명 이상의 예술가가 제작한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전체 작품의 거의 절반은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에서 선정됐다.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캘리포니아 미술학교가 새로운 예술운동의 중심지로 성장한 과정을 조명한다. 훗날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로 발전한 이 학교에서는 리처드 디벤콘, 마크 로스코, 클리퍼드 스틸 등이 활동하며 추상표현주의와 베이 지역 구상미술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비트 세대와 펑크 아트, 아상블라주 미술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실험정신과 사회적 저항문화가 어떻게 예술로 표현됐는지도 살펴본다.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에서는 6월 5일부터 9월 5일까지 ‘사랑의 여름’ 6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1967년 샌프란시스코 헤이트애시베리를 중심으로 확산한 히피 문화와 반전운동, 자유와 평화를 추구했던 청년세대의 문화적 실험을 당시의 포스터와 사진, 의상, 음악 등을 통해 되돌아본다.

특히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글씨체로 제작된 사이키델릭 록 공연 포스터, 타이다이 염색 의상, 자수와 가죽공예, 재활용 데님 등 당시 패션과 시각문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자료가 소개된다.

미술관은 이 전시를 통해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형성된 대안문화가 이후 미국의 예술과 음악, 패션, 사회운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할 계획이다.

프랑스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도 2027년 주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드영 미술관은 9월 18일부터 2028년 1월 30일까지 ‘툴루즈 로트레크: 집착(Toulouse-Lautrec: Obsessions)’을 개최한다.

19세기 말 파리의 밤문화와 공연예술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묘사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짧은 생애와 예술적 관심사를 재조명한다.

전시는 로트레크가 태어난 귀족사회와 그가 즐겨 찾았던 파리의 대중문화 공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신체적 장애와 중독, 정신건강 문제 등 개인적 경험이 작품 세계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도 다룬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이 보유한 아헨바흐 판화재단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미국과 해외 주요 기관에서 대여한 작품들이 함께 소개된다. 유명인과 친밀감, 사회적 소외, 기억이라는 주제를 통해 로트레크의 예술을 새롭게 해석할 예정이다.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에서는 10월 30일부터 2028년 2월 27일까지 ‘시몽 부에: 회화와 권력(Simon Vouet: Painting and Power)’이 열린다.

17세기 프랑스 궁정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몽 부에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부에는 당시 파리에서 대규모 공방을 운영하며 왕과 왕비, 추기경, 교황 등 유럽 권력층의 의뢰를 받아 궁전과 교회, 저택을 장식했다. 전시에서는 유럽과 북미의 여러 소장처에서 모은 회화와 드로잉, 태피스트리를 통해 예술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살펴본다.

현대미술 분야에서는 영국계 나이지리아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미국 서부 주요 특별전이 주목된다.

8월 14일부터 2028년 3월 26일까지 리전 오브 아너에서 열리는 ‘잉카 쇼니바레: 비상(Yinka Shonibare: Taking Flight)’은 작가의 주요 조각 작품 12점을 유럽 고전미술 소장품과 함께 전시한다.

쇼니바레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독창적인 조각과 설치작품으로 표현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럽 미술의 역사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보다 포용적인 미술사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된 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이 구입한 ‘정신과 영혼의 반환을 위한 기념비(Monument to the Restitution of the Mind and Soul)’가 주요 작품으로 소개된다. 작품은 미술관 전시실뿐 아니라 야외 공간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드영 미술관에서는 미국 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수채화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경이로운 자유: 앤드루 와이어스와 현대 미국 수채화’가 2월 13일부터 7월 18일까지 열린다.

와이어스의 유족이 보관해 온 작품을 포함해 약 80점이 전시되며, 그가 초기 작품에서 수채화를 관찰과 실험,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과정을 살펴본다. 펜실베이니아 농촌과 메인주 해안지역의 풍경과 인물들이 주요 소재다.

2월 27일부터 11월 7일까지는 찰스 게인스의 판화작품을 소개하는 ‘그라운드워크(Groundwork)’가 열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게인스가 버클리의 폴슨 폰테인 프레스와 협업해 제작한 ‘숫자와 나무(Numbers and Trees)’ 연작이 중심이다. 작가는 수학적 체계와 공식으로 나무의 형상을 재구성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이 문화적·인종적 관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이 최근 구입한 2025년 대형 회화작품도 처음 공개된다.

베이 지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비)가시성: 스베인 기증 컬렉션과 그 너머’도 6월 26일부터 2028년 7월 2일까지 드영 미술관에서 열린다.

2022년 스베인 가족재단의 작품 기증을 계기로 시작된 전시 시리즈의 네 번째 프로그램으로, 베이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가와 예술가 그룹 8팀이 참여한다.

전시는 영상과 설치미술, 직조, 목조각, 사진 등을 통해 이민과 인종의 역사, 감시체계, 성별 문제를 살펴본다. 사회에서 누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되는지, 가시성이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질문한다.

참여 작가에는 시드니 케인, 미를란드 콩스탕, 아나 테레사 페르난데스, 트레버 패글런, 포스트커머더티, 스테퍼니 슈주코, 알린 코레아 발렌시아, 디디에 윌리엄 등이 포함된다.

원주민과 태평양 지역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도 마련된다.

6월 12일부터 2028년 9월 24일까지 열리는 ‘말라간: 뉴아일랜드의 예술’에서는 파푸아뉴기니 뉴아일랜드 지역의 전통 조각과 가면 등 15점이 소개된다.

말라간은 공동체 구성원의 죽음을 기리고 애도 기간을 마무리하는 의식에서 사용되는 정교한 목조 조각과 가면을 가리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1910년 이전 수집된 희귀 울리 조각상 2점도 선보인다.

6월 26일부터 2028년 7월 2일까지 열리는 ‘우리가 이어가는 것: 캘리포니아 원주민 예술’은 캘리포니아 중부 시에라 지역의 마이두, 미웍, 콩코, 니세난 공동체 예술가들의 역사적·현대적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적 연속성과 전통의 계승, 재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리전 오브 아너에서는 베이 지역 수집가 커크 에드워드 롱이 기증한 유럽 판화와 회화 등을 소개하는 ‘상상력의 작업(Imagination at Work)’이 4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다.

16세기 매너리즘과 20세기 초현실주의를 중심으로 상상력이 예술적 표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며,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퐁텐블로 화파의 판화 30여 점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매년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꽃꽂이 특별행사 ‘부케 투 아트(Bouquets to Art)’는 3월 2일부터 7일까지 두 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미술관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은 꽃 장식이 전시실 곳곳에 설치되며, 행사 수익금은 특별전과 작품 보존, 교육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은 골든게이트파크의 드영 미술관과 링컨파크의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으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최대 공공 미술기관이다.

드영 미술관은 미국과 세계 각 지역의 현대미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의 예술, 의상과 섬유예술 등을 폭넓게 소장하고 있다. 리전 오브 아너는 유럽 회화와 조각, 고대 지중해 미술, 판화 및 드로잉을 중심으로 약 6천 년에 걸친 예술사를 소개한다.

2027년 전시 프로그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예술운동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유럽 고전미술과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별 세부 일정과 관람 정보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www.fams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이 강 기자 / ray.kang@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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