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액 체납 퇴거·숨은 임대료 규제 법제화…루리 시장, 세입자 보호 조례 2건 서명

체납액 기준 미달하면 임대료 미납 퇴거 제한
임대주택 광고·계약서에 전체 월 비용 공개
미고지 수수료에 퇴거·연체료 부과도 금지
다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세입자 보호 조례안에 서명한 뒤 법안을 발의한 빌랄 마무드 시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시장실.

샌프란시스코시가 소액의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한 퇴거를 제한하고, 임대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숨겨진 추가 비용을 규제하는 새로운 세입자 보호제도를 도입한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임대료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29일 부당한 퇴거와 숨겨진 임대료 수수료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 2건에 서명했다. 두 조례는 27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를 최종 통과했으며, 시장의 서명으로 입법 절차를 마쳤다.

첫 번째 조례는 임대료를 소액 체납한 세입자가 곧바로 퇴거 위기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내용이다. 재키 필더 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는 세입자의 미납 임대료가 연방 주택도시개발부가 정한 동일 규모 주택의 지역별 공정시장 임대료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 미납을 이유로 퇴거시킬 수 없도록 했다.

기존에는 임대료 체납액이 적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근거로 퇴거 절차를 추진할 수 있었다. 새 조례는 일정 수준 이하의 체납에 대해서는 퇴거를 제한해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주거지 상실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의 공정시장 임대료 기준은 주택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적용되는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스튜디오는 월 2,485달러, 침실 1개 주택은 2,977달러, 침실 2개 주택은 3,604달러 수준이다. 이 기준은 실제 세입자가 계약한 월 임대료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산정한 금액이며 정기적으로 조정된다.

다만 이번 조례가 미납 임대료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는 체납한 임대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으며, 임대인 역시 다른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미납금을 청구할 수 있다. 체납액이 법으로 정한 기준을 초과하면 임대료 미납에 따른 퇴거 절차를 추진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조례는 임대주택을 광고하거나 계약할 때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전체 주거비를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빌랄 마무드 시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숨은 임대료 금지법‘은 임대인이 기본 임대료 외에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각종 수수료와 추가 비용을 포함해 예상 월 부담액을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은 온라인 주택 광고에서 기본 임대료와 함께 ‘월 예상 총비용‘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임대계약서에도 임대료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임대주택에서는 광고에 표시된 임대료와 실제 매달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다른 문제가 발생해 왔다. 공공요금이나 편의시설 이용료, 쓰레기 처리비 등 추가 비용이 계약 과정에서 별도로 부과되면서 세입자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많은 주거비를 부담하는 사례가 있었다.

새 조례는 이러한 비용을 계약 전에 공개해 세입자가 실제 부담액을 확인하고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임대인이 의무적인 수수료를 적절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면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위약금 없이 임대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대인은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수수료를 세입자가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거를 추진하거나 연체료를 부과할 수도 없다. 다만 조례가 모든 추가 수수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합법적인 의무 비용에 대한 사전 공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숨은 임대료 금지 조례의 온라인 광고 및 신규 임대계약 관련 공개 의무는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례 제정은 샌프란시스코의 주거비 부담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 성장과 주택 수요 증가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 임대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접수된 퇴거 통지 건수는 1,488건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필더 시의원은 최근 임대료 미납 관련 퇴거 소송 가운데 약 25%가 새 조례에서 정한 기준보다 적은 금액의 체납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루리 시장은 지난 9월에도 임대료 상승과 퇴거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세입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시 정부는 법률지원 확대와 주거 안정 지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서명된 두 조례는 그동안 추진해 온 세입자 보호 대책 가운데 소액 체납에 따른 퇴거와 임대계약 과정의 비용 공개 문제를 구체적인 법적 규제로 연결한 조치다.

다만 소액 체납에 따른 퇴거 제한 조례는 향후 법적 쟁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유사한 퇴거 제한 규정이 주법과 충돌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문제가 제기돼 있어 관련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번 조례를 통해 일시적으로 임대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의 퇴거 위험을 줄이는 한편, 임대주택을 구하는 주민들이 실제 주거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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