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패배 되갚아준 자이언츠, 화이트삭스에 10-3 대승…4연패 탈출

베이더 만루포·슈미트 3타점·하우저 호투까지 반등 신호
NC 다이노스 출신 에릭 페디, 3.1이닝 8실점 ‘패전’

만루홈런을 친 베이더가 홈에서 엘드리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전날 패배의 무거운 흐름을 하루 만에 끊어냈다.

자이언츠는 23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10-3으로 승리했다. 최근 4연패에 빠지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바꾼 승리였다. 단순한 대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전날 무기력했던 타선은 다시 응집력을 되찾았고, 불펜은 흔들릴 수 있던 승부처에서 흐름을 지켜냈다.

승부는 5회 말에 갈렸다. 3-3으로 맞선 5회 말, 자이언츠는 시카고 수비가 햇빛과 타구 판단에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루이스 아라에스의 안타로 기회를 만든 뒤 케이시 슈미트가 2점 홈런을 터뜨리며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이어진 만루 기회에서는 해리슨 베이더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화이트삭스 선발 에릭 페디는 자이언츠 타선의 집중력을 견디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페디는 이날 3.1이닝 동안 10안타 8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자이언츠는 4회와 5회 페디를 상대로 집중타를 몰아치며 전날 침묵했던 공격력을 되살렸다.

마운드에서는 맷 게이지의 역할이 컸다. 선발 애드리안 하우저가 4.2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내려갔고, 게이지는 5회 초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상대 중심타자를 잡아냈다. 자칫 흐름이 화이트삭스 쪽으로 넘어갈 수 있던 장면에서 추가 실점을 막아낸 것이 경기 전체의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자이언츠 불펜은 끝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켰다.
자이언츠 선발 애드리안 하우저. 4.2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회 동점을 허용한 뒤 게이지와 교체됐다.
하우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맷 게이지. 게이지는 팀 타선이 폭발하며 이날 경기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5회 말 햇빛이 만든 수비 혼선이 자이언츠에 기회가 된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승리를 단순한 행운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햇빛이 우리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맞다. 하지만 좋은 팀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좌익수 쪽으로 떨어진 빗맞은 안타도 몇 개 있었다. 야구에서는 결국 그런 장면들이 균형을 이룬다,. 사실 올 시즌 그런 타구들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보다 불리하게 작용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대량 득점이 선수들의 태도 변화에서 나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선수들이 어제 경기를 짧은 시간 안에 잘 정리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오늘의 승리는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자이언츠는 이날 경기 초반 3-0으로 앞섰지만, 5회 초 동점을 허용했다.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다시 경기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이텔로 감독은 덕아웃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우저는 정말 잘 던지고 있었다. 한동안 더 끌고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며 “다만 상대가 패스트볼에 적응했고, 주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 타자가 사실상 하우저의 마지막 타자였을 가능성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게이지가 들어와 4번 타자를 잡아낸 장면이 분위기를 조금 바꿨다. 우리는 홈팀이고 마지막 공격권을 갖고 있다. 상대가 반격하면 우리도 다시 반격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우저 역시 같은 장면을 경기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그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의 실수가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이용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낸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하우저에게 이날 등판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했다. 그는 지난해 몸담았던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우저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지난해 몇 달 동안 같은 클럽하우스에 있었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며 “화이트삭스는 젊고 지금 좋은 야구를 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경기하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5회 만루홈런을 기록한 해리슨 베이더.
이날 가장 강렬한 장면은 단연 베이더의 만루홈런이었다. 베이더는 5회 말 2사 만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앞서 파울 지역으로 뜬 타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다시 타석 기회를 얻었고,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베이더는 “처음에는 (파울플라이로) 아웃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상대가 공을 놓쳤고, 다시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최근 만루 상황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그는 차분했다. 베이더는 “특별히 상황이나 환경을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타석에 서면 이미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며 “투수가 나에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 내가 세운 계획을 어떻게 지킬지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가 타격감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베이더는 “이 수준에서 원하는 대로 플레이하려면 건강해야 한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좋고,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 자이언츠가 나를 영입했을 때 기대한 모습도 결국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텔로 감독도 베이더의 존재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베이더는 생산력뿐 아니라 팀이 붙잡을 수 있는 루틴, 세리머니, 재미, 개성을 제공하는 선수”라며 “팀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 베이더는 그런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케이시 슈미트. 사진은 5회 홈런을 치고 있는 장면.
슈미트의 2점 홈런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최근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긴 슈미트는 수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공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도 홈런과 수비에서 모두 존재감을 보여줬다.

슈미트는 포지션 전환이 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를 믿고,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타석에서는 계획을 지키려고 한다. 라인업 어디에 있든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좌익수 수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는 햇빛을 꼽았다. 슈미트는 “정말 만만하지 않다. 내야에서는 그런 것을 경험할 일이 많지 않았다”며 “공을 돌아서 잡는 법, 햇빛 속에서 타구를 처리하는 법을 계속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슈미트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포지션을 바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꺼이 하려는 마음이다. 자신이 밀려났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며 “케이시는 그 기회를 정말 즐기고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재미도 느끼고 있다. 그것이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바이텔로 감독이 이날 인상 깊게 본 또 다른 타자는 브라이스 엘드리지였다. 엘드리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출루하며 타석에서의 성숙함을 보여줬다.

바이텔로 감독은 “그 타석은 11구, 12구까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라인드라이브로 출루했다”며 “정말 성숙한 타석이었다. 그는 사람으로서도 그런 성숙함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래서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이언츠는 이날 공격뿐 아니라 경기 운영 전반에서도 긍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바이텔로 감독은 두 자릿수 득점이 매일 나올 수는 없지만, 좋은 경기력을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은 이 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경기장에 올 때 성공을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다. 평균적인 수비 플레이를 해내고, 주루를 잘하고, 브라이스처럼 끈질긴 타석을 만들고,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우저가 오늘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초구 이후 유리한 카운트를 많이 만들었다. 그런 장면들이 매일 필요하다”며 “그리고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거나 만루홈런 같은 장면이 나오면, 그것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3.1이닝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릭 페디가 5회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바이텔로 감독은 최근 팀이 패배 이후 반응하는 방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가 패배 뒤 어떻게 적절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며 “오늘 같은 공격적인 폭발도 이 팀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베이더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이 팀은 재능이 많다. 나는 덜 재능 있는 팀에도 있어봤다”며 “결국 매일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의 문제다. 경기장에 어떤 마음으로 들어오는지, 주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지, 스스로를 믿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그 재능이 결과로 연결된 좋은 예였다”며 “이 흐름을 내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외야에서 함께 세리머니를 하며 모처럼 밝은 분위기를 즐겼다. 베이더는 외야진 분위기에 대해 “정말 재미있다”며 “드루 길버트, 케이시 슈미트, 이정후, 엘리엇 라모스까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그런 분위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파크를 채운 홈 팬들에 대해서도 바이텔로 감독은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팬들이 우리에게 주는 에너지에 보답하지 못하면 맥이 빠지는 일”이라며 “선수들도 그것을 보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오라클파크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구장이다. 낮 경기 날씨는 정말 훌륭하고, 도시에는 활기가 있다”며 “팬들이 팀을 지지해주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다. 선수들도 최소한 매일 싸우는 모습, 개성,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패배로 무거웠던 자이언츠는 이날 10득점 승리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나 바이텔로 감독은 한 경기의 대승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다음 경기에서도 같은 태도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오늘은 어제의 패배나 전체 기록, 스코어보드에 매달리는 날이 아니었다. 오늘은 그냥 오늘에 집중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의 스윙, 한 번의 순간만으로 팀이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잡음, 과거의 일, 부수적인 것들을 무시하고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제 과제는 내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에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꾼 자이언츠는 내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리즈 마지막 3차전을 갖는다. 자이언츠는 로비 레이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 승리를 노린다. 최근 팀 분위기가 좋은 시카고는 노아 슐츠로 자이언츠 타선을 상대한다. 내일 경기는 같은 장소에서 오후 1시 5분 시작된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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