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인 미셸 스틸 주한미대사 지명 반갑지만, 극우 소비 우려도 크다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된 미셸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셸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을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한국계 정치인이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됐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의미가 크다. 한미 양국의 역사와 정서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외교 현장에 선다는 점에서 기대를 가질 만하다. 한인 사회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가움만으로 이 인선을 바라보기에는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이 너무 예민하다. 지금 한국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깊다. 탄핵 정국의 후유증도 남아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반공 프레임, 강경 진영 논리가 정치와 사회를 계속 흔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이 강한 보수 색채를 가진 인물을 주한 미국대사로 보내는 것은, 의도와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미셸 스틸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에서 어떻게 소비되느냐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중심축이다. 그런 미국이 한국에 보내는 대사는 단순한 외교관이 아니다. 하나의 메시지다. 하나의 상징이다. 그래서 주한 미국대사의 정치적 이미지와 언어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미셸 스틸은 미국 정치권에서 선명한 보수 성향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중국 강경론, 반공 메시지, 이념적으로 분명한 정치 언어를 사용해 온 인물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국 정치 안에서는 이런 성향이 낯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르다. 지금 한국의 극우 진영 역시 반공, 반중, 부정선거 프레임을 강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틸의 지명이 자칫 미국이 한국의 극우와 코드가 맞는 인물을 보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우려스럽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 미셸 스틸이 그런 의도를 갖고 움직이지 않더라도, 한국의 강경 보수 세력이 그를 자신들의 우군처럼 포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식의 정치적 소비가 시작되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는 개인의 외교 역량보다 상징 정치가 앞서게 된다.

더구나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 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국 정치 안에서는 더 강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한국을 잘 아는 미국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반대로 특정 진영이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계라는 상징성은 축복일 수도 있고 부담일 수도 있다.

물론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미셸 스틸을 곧바로 한국 극우의 대리인처럼 단정하는 것도 무리다. 북한 인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는 평가도 있다.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낙인찍기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검증이다. 그의 외교 철학이 무엇인지, 한국 사회의 민감한 균열을 얼마나 신중하게 다룰 수 있는지, 한미동맹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려 하는지를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써 이번 한국계 정치인인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지명 자체는 환영한다. 그러나 환영과 우려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매우 갈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선이 어느 한 진영을 지지하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그 자체로 외교적 부담이 된다.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읽히는 순간 문제는 이미 시작된다.

주한 미국대사에게 한국이 기대하는 역할은 분명하다. 한국 내부의 갈등을 자극하는 인물이 아니라, 그 갈등의 한가운데서도 거리를 지키는 인물이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한국 사회의 균열을 더 깊게 만들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 미셸 스틸 지명은 바로 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한인 사회는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는 자부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 섞인 박수만이 아니라, 더 신중한 시선이다. 이번 지명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읽히고 어떤 정치적 효과를 낳을지, 미국과 한국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최정현 베이뉴스랩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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