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선제포·레이 8이닝 역투, 자이언츠 3연패 끊었다…바이텔로 “이정후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이정후 시즌 5호 414피트 대형 홈런
로비 레이 8이닝 2피안타 비자책 호투

2회말 솔로포를 터트리고 있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의 선제 홈런과 로비 레이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워 애슬레틱스를 꺾고 연패 흐름을 끊었다. 자이언츠는 23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자이언츠는 2회말 2점을 먼저 뽑았고, 3회초 1점을 내줬지만 7회말 라파엘 데버스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보태며 승부를 지켰다. 이날 승리로 자이언츠는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의 분위기를 바꾼 장면은 이정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정후는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애슬레틱스 선발 애런 시베일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시속 88.3마일 커터를 받아친 타구로, 타구 속도 99.9마일, 발사각 30도, 비거리 414피트를 기록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기록한 가장 긴 비거리의 홈런이다.

이정후의 홈런은 단순한 선제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최근 원정에서 흐름이 끊겼던 자이언츠는 홈으로 돌아온 첫 경기에서 초반부터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이정후가 먼저 장타로 문을 열었고, 이어 윌리 아다메스의 2루타와 맷 채프먼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자이언츠는 2-0으로 앞서갔다. 이정후는 이날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공격 전반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8이닝 2피안타 비자책으로 호투한 자이언츠 선발 투수 로비 레이.
자이언츠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선발 로비 레이였다. 레이는 8이닝 동안 애슬레틱스 타선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묶었다. 자책점은 없었다. 볼넷 4개를 내줬지만 삼진 6개를 잡았고, 102개의 공으로 8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9회에는 케일럽 킬리언이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애슬레틱스는 3회초 이정후의 수비 실책 이후 기회를 잡았다. 콜비 토머스가 출루했고, 맥스 먼시가 적시타를 때려 1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레이는 곧바로 위기를 정리했다. 먼시를 1루에서 견제사로 잡아내며 흐름을 끊었고, 이후 애슬레틱스 타선은 레이를 상대로 결정적인 추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자이언츠는 7회말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볼넷과 케이시 슈미트의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데버스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 3-1로 달아났다.

경기 후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레이의 투구에 대해 “정말 여러 가지를 해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레이가 싱커를 활용하고, 타자들의 잘못된 스윙을 유도하며, 경기 후반에는 직접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고비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이닝인 8회에 대해서는 “불펜이 개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스스로 마음먹고 그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며 “그가 경기를 리드하고 상황을 헤쳐 나가는 걸 보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8이닝을 마친 선발 투수 로비 레이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후 레이와 이정후가 더그아웃에서 서로를 안아준 장면도 언급했다. 이정후는 3회 수비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이어갔다. 바이텔로 감독은 “모두가 정후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안다. 그는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 거의 없는 선수”라며 “잠시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지만, 로비가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리드를 지켜냈다. 그건 로비에게도 큰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강인함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2루에서 충돌성 장면이 나온 것에 대해 바이텔로 감독은 “공이 그를 맞은 것으로 봤고, 맥닐의 팔꿈치가 실수로 턱에 닿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시 충격이 있었고 머리가 아팠겠지만, 시간을 갖고 나아졌다”며 “최근 정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점이다. 그는 감정을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지만 정말 강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이정후의 장타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늘 그의 배트 컨트롤을 봤다. 그런 재능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며 “결국 그의 힘은 타석에서 배트를 다루는 능력과 함께 발휘된다. 그 안에는 정말 큰 힘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바이텔로 감독의 말처럼 이정후는 올 시즌 정교한 타격과 출루 능력뿐 아니라 필요할 때 장타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보여주며 자이언츠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7회말 쐐기점이 된 득점을 올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엘드리지.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루이스 아라에스의 몸 상태도 변수로 떠올랐다. 아라에스는 1회초 자신의 타구에 발을 맞은 뒤 5회초 교체됐다.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후 “통증이 있는 것 같다. 아침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그는 항상 경기에 나서고 싶어 하는 선수이고, 갈 수 있다면 무조건 나설 선수”라고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했고 괜찮다”고 설명했다.

자이언츠는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타선에서는 이정후가 선제 홈런으로 흐름을 열었고, 채프먼과 데버스가 필요한 순간 타점을 보탰다. 마운드에서는 레이가 8회까지 버티며 불펜 부담을 크게 줄였다. 시즌 전체로 보면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이날 경기는 자이언츠가 원하는 승리 공식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정후의 장타, 레이의 노련한 경기 운영, 그리고 감독이 강조한 선수들의 강인함이 모두 맞물리며 자이언츠는 홈 팬들 앞에서 값진 3-1 승리를 거뒀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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