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세사르 차베스 광장’, ‘플라자 데 산호세’로 명칭 변경

시의회 27일 만장일치 승인…주민 1만여 명 의견 반영
차베스 성폭력 의혹 이후 40여 년 만에 이름 교체
산호세 다운타운에 위치한 세사르 차베스 광장이 플라자 데 산호세로 명칭이 변경됐다. 자료사진.

산호세 다운타운의 대표적 광장인 ‘세사르 차베스 광장’이 ‘플라자 데 산호세’로 이름을 바꾼다. 노동운동 지도자 세사르 차베스의 이름을 사용해 온 지 40여 년 만으로, 올해 초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 따른 명칭 변경 논의가 최종 마무리됐다.

산호세 시의회는 10월 27일 회의에서 기존 ‘플라자 데 세사르 차베스’를 ‘플라자 데 산호세’로 변경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수개월간 진행된 주민 의견 수렴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명칭 변경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3월 제기된 차베스의 성폭력 의혹이다. 미국 농장노동자 권익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아 온 차베스가 여성과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그의 이름을 딴 공공시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차베스와 함께 미국 농장노동자연합을 설립한 노동운동가 돌로레스 우에르타도 피해자로 지목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에 산호세시는 광장에 새겨진 차베스의 이름을 가리고 관련 기념물을 철거하는 한편, 새로운 명칭을 선정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시는 주민 간담회와 공개 제안을 통해 610개의 명칭을 접수한 뒤, 시 소유 공공시설의 명명 기준에 따라 후보를 검토했다. 이후 5개 후보를 대상으로 선호도 순위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1만506명이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플라자 데 산호세’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명칭을 1순위로 선택한 응답자는 4,116명으로, 2위와 3위 후보의 1순위 선택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다른 주요 후보에는 농장노동자들의 공헌을 기리는 ‘팜워커스 플라자’와 ‘플라자 델 푸에블로’ 등이 포함됐다.

다만 최종 명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다. 산호세 공원·레크리에이션위원회는 지난 10월 7일 회의에서 시민 선호도가 높았던 두 명칭의 의미를 결합한 ‘플라자 델 푸에블로 데 산호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위원들은 단순한 도시 이름보다 광장의 역사성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주민과 이민자 지원단체에서는 산호세의 이민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플라자 데 로스 인미그란테스’, 즉 ‘이민자 광장’이라는 이름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주민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명칭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플라자 데 산호세’를 최종 채택했다.

광장이 위치한 다운타운 지역을 대표하는 앤서니 토르디요스 시의원은 주민들이 새 명칭에 대한 선호를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광장을 특정 인물의 기념 공간이 아닌 산호세 시민 모두의 공공장소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맷 마한 산호세 시장도 이번 명칭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시 관계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산호세 중심부에 위치한 이 광장은 북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집회 공간 가운데 하나로, 도시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캘리포니아 초기 주도였던 산호세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과거 시청이 자리했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1983년 차베스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농장노동자 인권운동의 상징적 장소로 인식돼 왔다. 현재는 연말 대표 행사인 ‘크리스마스 인 더 파크’를 비롯해 각종 문화축제와 공연, 시민행사가 열리는 산호세 다운타운의 주요 명소다.

시는 앞으로 광장의 안내 표지판과 시설물에 새 명칭을 반영할 예정이다. 명칭 변경에 따른 시설 정비는 올해 말 계약 절차를 거쳐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광장 무대와 관련 시설의 정비도 연말 크리스마스 행사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광장의 공식 명칭은 변경됐지만, 기존 농장노동자 인권운동의 역사와 라틴계 공동체의 기여를 어떻게 기념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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