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조의 스타트 대한민국, 체코에 2-1 역전승…월드컵 첫 경기부터 ‘붉은 투혼’ 폭발

황인범 1골 1도움 맹활약, 오현규 후반 80분 결승골
체코 장신 축구·세트피스 공세 넘고 A조 첫 승점 3점 확보

동점골을 기록한 황인범. 사진 = 대한축구협회 / 곽동혁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출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11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후반 59분 체코에 먼저 실점했지만, 후반 67분 황인범의 동점골과 후반 80분 오현규의 결승골이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조별리그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또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3연승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이며, 통산 12번째 본선 무대다.

경기 초반 흐름은 대한민국이 잡았다.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은 빠른 패스와 중앙 침투를 앞세워 체코 수비를 흔들었다. 체코는 전반 내내 라인을 깊게 내리고 버티는 데 집중했다. 대한민국은 전반 14분 이강인의 중거리 슈팅으로 첫 유효한 위협 장면을 만들었고, 전반 39분에는 손흥민이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체코는 예상대로 피지컬과 세트피스를 앞세웠다. 장신 선수들을 활용한 공중볼, 긴 스로인, 프리킥 상황에서의 제공권 싸움으로 대한민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반전 전체 흐름은 대한민국 쪽이었다. 대한민국은 공을 더 오래 소유하며 점유율을 가져가는 축구를 했고, 짧고 빠른 패스 연결로 체코 수비 사이 공간을 공략했다. 다만 결정적인 마무리가 부족했다. 손흥민에게 몇 차례 기회가 왔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두 팀 모두 신중하게 경기에 들어갔고, 체코는 수비적으로 내려앉아 역습과 세트피스를 기다렸다. 대한민국은 주도권을 잡고도 골을 만들지 못했다. 흐름은 대한민국이 잡았지만, 스코어는 움직이지 않은 답답한 45분이었다.
드리블 돌파하는 이강인. 사진 = 대한축구협회 / 곽동혁
후반 초반에도 대한민국이 공격을 이어갔다. 후반 56분 손흥민이 다시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체코 골키퍼 마테이 코바르의 선방에 막혔다. 대한민국이 흐름을 잡고도 골을 넣지 못하던 순간, 체코가 먼저 한 방을 터뜨렸다. 후반 59분 블라디미르 쿠팔이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던진 스로인이 페널티 지역 안으로 향했고,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머리로 방향을 바꿔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실점 이후 오히려 템포를 더 끌어올렸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황인범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67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체코 수비 두 명을 앞에 두고 침착하게 방향을 틀었다. 슈팅 동작으로 수비를 속인 뒤 공간을 만들었고,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며 감각적인 마무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골 이후 경기는 완전히 대한민국 쪽으로 기울었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경기 리듬을 조율했고, 이강인은 패스와 탈압박으로 공격의 방향을 열었다. 이재성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전방 압박과 연결 플레이를 도왔다. 손흥민은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체코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대한민국은 전반보다 더 과감하게 측면과 중앙을 오갔고, 체코는 수비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체코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77분 토마시 소우체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체코 입장에서는 다시 앞서갈 수 있었던 장면이었고, 대한민국에는 결정적인 위기였다. 이 판정 이후 대한민국은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승부는 후반 80분 갈렸다. 이번에도 시작은 황인범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황인범은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으로 보냈다.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이 공을 놓치지 않고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후반 막판 터진 결승골이었다. 오현규는 자신의 월드컵 무대 첫 경기에서 곧바로 골을 터뜨리며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진 뒤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 = 대한축구협회 / 곽동혁
황인범은 이날 경기의 확실한 주인공이었다. 동점골을 직접 넣었고, 결승골까지 도왔다. 기록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황인범은 월드컵 한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세 번째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앞서 최순호가 1986년 이탈리아전에서, 홍명보가 1994년 스페인전에서 같은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이강인의 존재감도 컸다. 옵타는 이강인이 패스 37개를 모두 성공시키고, 14차례 경합 중 10차례를 이겼으며, 3개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대한민국 공격의 흐름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했다. 황인범의 동점골 장면에서도 이강인의 패스가 출발점이 됐다.

대한민국은 경기 내용에서도 체코를 앞섰다. 대한민국은 62%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패스 성공 수에서도 464개로 체코의 242개를 크게 앞섰다. 옵타 기준 기대득점도 대한민국 2.3, 체코 0.81로 나타났다. 점유율, 패스, 공격 찬스, 기대득점 모두 대한민국이 더 우세했던 경기였다.

체코는 월드컵 본선에 20년 만에 돌아온 팀답게 신중하고 단단한 운영을 택했다. 전방의 파트리크 시크와 중원의 토마시 소우체크를 중심으로 높이와 힘을 살리려 했고, 실제로 선제골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하지만 오픈플레이에서는 대한민국의 속도와 기술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체코의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도 경기 뒤 “더 나은 팀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의 집중력과 단합을 높게 평가했다. 홍 감독은 “첫 경기라 매우 어려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한 점이 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전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 함께 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4,985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경기장 곳곳에 빈 좌석도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로이터는 과달라하라의 현지 멕시코 관중 상당수가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독일을 꺾으며 멕시코의 16강 진출에 도움을 준 기억이 여전히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대한민국은 이 승리로 A조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같은 날 열린 개막전에서는 개최국 멕시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었다. 이에 따라 A조는 멕시코와 대한민국이 나란히 승점 3점으로 출발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다음 상대는 멕시코다. 대한민국은 6월 18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고, 체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반등을 노린다.

이번 체코전 승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여러 의미를 남겼다. 첫째, 선제 실점에도 무너지지 않는 회복력을 보여줬다. 둘째, 손흥민에게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경기에서도 황인범, 이강인, 오현규 등 다른 공격 자원이 승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셋째, 피지컬과 세트피스에 강한 유럽 팀을 상대로 기술과 조직력, 후반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 경기 승점 3점이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월드컵에서는 각 조 1·2위뿐 아니라 성적이 좋은 3위 팀도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첫 경기 승리는 계산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남은 경기에서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대한민국은 체코의 높이에 먼저 당했지만, 자신들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빠른 패스, 중원 장악, 측면 전개, 교체 카드까지 맞아떨어지며 첫 경기부터 월드컵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황인범의 침착함, 이강인의 창의성, 오현규의 결정력,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팀 전체의 투지가 만든 2-1 승리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첫 문장은 ‘역전승’이었다. 다음 문장은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쓰이게 된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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