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동부 산불 재앙…스포캔 6만명 대피·건물 600채 소실

강풍 타고 주택가 덮쳐…스포캔 일대 산불 진화율 0%
주 전역 25만 에이커 불길, 비상사태·야외 소각 금지
오커나건 신라헤킨 산불도 7만3천여 에이커로 급확산

스포캔 지역에서 발생한 페어뷰 산불 모습. 사진=스포캔 밸리 소방국.
워싱턴주 동부 지역에서 강풍을 타고 번진 대형 산불이 스포캔 주택가를 덮치면서 약 6만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지고 주택과 상업시설 등 최소 600채가 불에 타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8월 2일 밤 현재 스포캔 일대에서 발생한 올드 트레일스 산불과 페어뷰 산불, 오텀 레인 산불은 모두 합쳐 약 5,390에이커를 태웠다. 산불 진화율은 여전히 0%로 보고됐으며, 당국은 여러 산불을 ‘스포캔 복합 산불’로 묶어 통합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산불로 약 5,000채의 주택과 건물이 대피 구역에 포함됐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소실 건물은 약 600채에 달한다. 피해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실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사망자나 중상자, 실종자는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은 불길과 연기로 접근이 어려워 인명 피해 여부를 완전히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사 브라운 스포캔 시장은 이번 산불을 스포캔 지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불길은 인디언 트레일과 파이브 마일 프레리 등 주택 밀집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전체가 불에 타 굴뚝과 차량만 남은 모습이 확인됐다.

가장 위협적인 올드 트레일스 산불은 8월 1일 정오 무렵 스포캔 서북쪽 올드 트레일스 로드와 유클리드 애비뉴 인근에서 시작됐다. 불은 시속 40∼50마일에 달하는 강한 돌풍을 타고 건조한 풀과 관목을 빠르게 태운 뒤 스포캔강을 넘어 주택가까지 확산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스포캔강 주변의 가파른 협곡과 경사면도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협곡을 따라 바람이 집중되면서 불길이 비탈을 빠르게 타고 오르고 있으며, 강풍에 날린 불씨가 기존 화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새로운 불을 일으키는 비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진화선 뒤쪽에서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진화 인력의 안전에도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

산불이 주택가와 주요 시설로 접근하면서 스포캔의 연방 재향군인병원 환자들도 긴급 대피했다. 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다른 의료시설로 옮겨졌으며, 레벨 3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에게는 즉시 집을 떠나라는 긴급 경보가 전달됐다.

워싱턴주의 대피 경보는 위험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레벨 1은 대피 준비, 레벨 2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의미이며, 레벨 3은 생명이 위험한 만큼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이다. 당국은 레벨 3 지역 주민들에게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즉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스포캔 컨벤션센터에는 대규모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으며, 8월 2일 기준 약 400명의 주민이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적십자와 지역 구호단체들은 대피 주민들에게 식사와 식수, 침구, 의약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주민들을 위한 별도 공간과 의료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한 시설도 마련됐다.
스포캔 지역에서 발생한 페어뷰 산불 모습. 사진=스포캔 밸리 소방국.
산불로 인한 정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전력회사 아비스타는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전력 차단과 송전시설 피해로 한때 약 3만 가구와 사업체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이 복구됐지만 8월 2일 오후에도 약 1만 고객이 정전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개의 주요 송전선도 산불 피해로 수리가 필요한 상태다. 당국은 무더운 날씨 속에 냉방기 사용이 늘어날 경우 전력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추가 정전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휴대전화 기지국과 인터넷 시설 일부도 영향을 받아 대피 지역에서 통신이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피해는 스포캔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미 국립합동화재센터 집계에 따르면 워싱턴주에서는 17개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산불 피해 면적은 25만 에이커를 넘어섰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산불 가운데 하나는 스포캔에서 북서쪽으로 약 80마일 떨어진 네스필럼 인근의 카이저 캐니언 산불이다. 이 산불은 약 13만4,000에이커를 태우며 주택과 농장, 목장, 전력시설과 통신시설을 위협하고 있다.

오커나건 카운티 토나스켓 서쪽에서 발생한 신라헤킨 산불도 약 7만3,794에이커까지 확대됐다. 진화율은 0%로 보고됐으며, 오커나건강 서쪽에서 북쪽 오로빌과 팔머 마운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레벨 3 즉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신라헤킨 산불 역시 강풍에 날린 불씨가 본 화선에서 수마일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면서 새로운 불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산불 면적이 하루 사이 급격히 늘었으며, 일부 주민들은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 전부터 가축과 차량, 주요 소지품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밥 퍼거슨 워싱턴주지사는 8월 1일 주 전역에 산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외 소각을 전면 금지했다. 주정부는 모든 가용 자원을 산불 진화와 주민 대피, 피해 복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주방위군도 동원돼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 물자 운송, 소방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주정부는 연방재난관리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재난 지원과 진화 인력 추가 투입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주 전역에서는 약 4,000명의 소방 인력이 산불 진화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2개 이상의 다른 주에서도 산불 전문 대응팀과 소방차, 항공기, 장비를 파견했다.

캘리포니아 다기관 산불대응팀은 스포캔 복합 산불의 지휘를 지원하고 있으며, 다른 대응팀은 오커나건 카운티의 신라헤킨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헬리콥터와 대형 공중급유기, 산불 진화용 항공기도 동원됐지만 강한 바람과 짙은 연기로 항공 진화가 제한되는 시간대가 반복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인명과 주택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주요 도로와 주택가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불길이 병원과 학교, 전력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진화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주민들의 긴급 대피가 이어지면서 일부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당국은 대피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지 않도록 지정된 대피 경로를 이용하고, 도로를 벗어나 임의로 이동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산불 발생 당시 워싱턴주 중부와 동부 지역에는 매우 위험한 수준의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극도로 건조한 식생과 낮은 습도, 강풍이 동시에 겹치면서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강풍은 정점에서 다소 약해졌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기존 산불이 다시 크게 확산하거나 새로운 산불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는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산불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산불 연기는 워싱턴주 중부와 동부뿐 아니라 아이다호 북부와 주변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늘이 주황색이나 회색으로 변하고 가시거리가 크게 줄었으며, 대기질도 건강에 해로운 수준까지 악화됐다.

보건당국은 어린이와 노인, 임신부, 천식과 심혈관 질환이 있는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실내에서는 창문과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며,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대피 명령이 해제되기 전에는 피해 지역으로 돌아가지 말 것을 강조했다. 산불이 지나간 지역에는 쓰러진 전선과 가스 누출, 불안정한 건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잔불 등 위험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진화율이 높아지더라도 산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불길이 통제선 안에 머물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 규모와 발화 원인, 인명 피해 여부에 대한 조사는 진화 작업이 진전된 뒤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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