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성장률 낮아지고 물가는 올라…실업수당 청구 증가까지 겹치며 경기 둔화 우려 확대

1분기 성장률 1.6%로 하향 조정…소비 둔화 확인
4월 PCE 지수 3.8% 상승, 근원 물가도 3.3% 올라

오클랜드 항구 모습. 사진 = Port of Oakland.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라는 두 가지 압력을 동시에 맞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당초 발표보다 낮아졌고, 4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여기에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기존 평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8일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수정치를 발표하며 실질 성장률이 연율 1.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발표된 속보치 2.0%에서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5%보다는 높지만, 소비와 투자 흐름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경기 회복의 힘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핵심은 소비 둔화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축이다. 그러나 1분기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기존 추정치보다 낮아졌고, 재고 투자와 일부 투자 항목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업의 설비 투자가 일부 성장세를 떠받쳤지만, 가계 소비가 둔화되면서 전체 경제의 추진력은 약해졌다.

물가 지표는 더 부담스러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날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이는 3월 3.5%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3.3% 상승해 3월 3.2%보다 높아졌다. 전월 대비 근원 물가는 0.2% 상승했다.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특히 근원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성장률은 낮아졌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연준은 경기 둔화를 이유로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소비 여건도 약해지고 있다. 4월 개인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세금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은 0.1% 줄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은 0.5% 증가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지출하고 있지만 실제 구매력 증가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개인 저축률도 2.6%로 낮아져 가계의 여유 자금이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시장에서도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 미 노동부 자료를 인용한 AP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5천 건으로, 전주 21만 건보다 5천 건 증가했다. 4주 이동평균도 20만9천 건으로 올라섰다. 이미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사람은 179만 명으로 늘었다. 해고가 급격히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에 들어섰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성장과 물가, 고용이 동시에 불안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률은 낮아졌고, 소비의 실질 증가세는 약해졌으며, 고용시장도 이전보다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 물가는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며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당분간 낮아지는 성장률과 꺾이지 않는 물가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소비가 더 약해질 경우 경기 둔화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의 정책 선택지도 제한된다. 5월 28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점차 더 복잡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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