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살리려 가자지구서 빠져나온 엄마 “남은 세 아이 어떡해”

전쟁 발발 직전 출산한 막내, 호흡곤란에 알시파 병원 입원
이스라엘군 '표적' 된 병원 상황 악화, 위독한 아이와 이집트로
가자지구 남은 세 아이와 작별 인사도 못 해…“폭격당할지도”

대피한 병원서 분유 먹는 알시파 병원 미숙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가는 20일(현지시간) 위독한 미숙아를 데리고 가까스로 전장을 빠져나온 한 엄마의 이야기가 알려졌다.

이날 ‘생명 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갓난 딸아이와 이집트로 출국한 로브나 알사이크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 아이들은 죄 없는 미숙아들일 뿐”이라며 “이제 충분하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알사이크는 지난달 7일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가자지구에서 막내를 낳았다. 조산아였다. 달수를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딸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고, 알사이크는 아이를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으로 데려갔다.

아기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전쟁이 시작됐고, 알사이크는 일단 갓난아이를 병원에 남겨둔 채 다른 세 아이부터 데리고 남쪽으로 피신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군(IDF)의 공격은 거세졌고, 알시파 병원의 상황도 전기와 식수, 의약품 등이 부족해지며 날로 악화했다. 아기는 살이 빠지고 시름시름 앓았다. 운이 좋게도 이 아기는 다른 조산아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 이집트에서 치료받을 기회를 얻게 됐다.

알사이크는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관문 중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장소인 라파 검문소에서 아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아기와 함께 이집트로 가려면 다른 아이들은 가자지구에 남아야 한다”고 설명했고, 알사이크는 어쩔 수 없이 세 아이를 뒤로하고 국경을 건넜다.

알사이크는 “딸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면서도 “다른 아이들은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했고, 작별 인사도 못 했다”고 흐느꼈다. 그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폭격당할지도 순교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괴로워했다.

이날 알시파 병원에서 이송된 신생아 총 31명 중 상당수가 영양실조, 탈수, 저온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에 군사시설을 숨겨두고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는 판단하에 지난 15일 이곳을 급습했다. 이후 무기와 작전본부, 근방에서 수습된 시신 등을 공개하며 하마스를 비난했다.

하지만 외신과 인권단체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를 지나쳤으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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