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55억 달러 예산 통과…서비스 예산 삭감됐지만 대규모 해고는 피했다

5천만 달러 적자에 예비비 투입·부서별 감축 병행
이민자 법률지원 100만 달러 회복, 호텔세 인상이 숨통

지난 9일 열린 산호세 시의회 모습. 사진=산호세시.
산호세시가 2026-27 회계연도 55억 달러 규모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5천만 달러가 넘는 재정 적자를 안은 상황에서 시는 예비비를 꺼내 쓰고, 여러 부서의 서비스 수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균형 예산을 맞췄다. 다만 우려됐던 대규모 정리해고는 피했다. 산호세 시의회는 지난 6월 9일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새 예산은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예산의 핵심은 ‘삭감은 있지만 해고는 없다’는 점이다. 산호세는 약 5,030만 달러 규모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예산안 곳곳에서 비용을 줄였다. 시 전체 예산은 55억 달러, 이 가운데 일반기금은 약 17억 달러 규모다. 일반기금은 경찰·소방, 도서관, 공원, 노숙자 대응, 도로·청소 등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핵심 서비스에 쓰이는 재원이다.

시가 발표한 감축 규모는 1,890만 달러다. 이는 정규직 85명에 해당하는 비용 절감 규모지만, 대부분의 자리가 공석이거나 다른 직무로 재배치될 수 있는 자리여서 실제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KQED는 이번 예산에서 순감되는 정규직은 19개이며, 일회성 재원으로 유지되던 66개 직위는 연장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매트 메이헌 산호세 시장은 이번 예산을 “어려운 재정 환경 속에서도 핵심 서비스를 유지하는 책임 있는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안전과 노숙자 대응, 도서관 및 청소년 서비스 등 우선순위 사업을 가능한 한 지켜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 통과의 이면에는 상당한 긴축이 있다. 산호세는 예산 안정화 예비비를 대거 사용해 적자를 메웠다. KQED에 따르면 시의 예산안은 비상 재정 예비금 성격의 예산안정화준비금(Budget Stabilization Reserve)을 8,75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단기 재정 압박을 완화했다. 이는 올해 예산을 방어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향후 경기 둔화나 추가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경우 시의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예산에서 가장 주목받은 항목 중 하나는 이민자 법률지원 예산이다. 당초 시 매니저 예산안에는 이민자 법률지원 및 교육 예산이 50만 달러로 줄어드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전년도 100만 달러에서 절반으로 삭감되는 것이어서 이민자 단체와 지역사회 반발이 컸다. 최종 예산에서는 시의회가 막판에 50만 달러를 추가하면서 총 100만 달러가 배정됐다.

이민자 지원 예산 회복은 최근 산타클라라 카운티와 산호세 일대에서 커지고 있는 이민 단속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 지역 단체들은 추방 위기에 놓인 주민들이 법률 상담과 방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피터 오티즈 시의원은 이민자 지원 서비스가 “가족을 지키고, 복잡한 법률 시스템을 헤쳐 나가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숙자 대응 예산도 조정됐다. 산호세는 최근 몇 년간 타이니홈과 임시 주거시설을 확대해 왔지만,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전용 재원을 넘어 일반기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예산은 테일러 스트리트의 56개 텐트 규모 지정 캠프를 폐쇄해 120만 달러를 절감하고, 도시 미관·불법투기·낙서·쓰레기 대응 프로그램인 ‘산호세 도시미관 개선 프로그램(BeautifySJ) 예산도 420만 달러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당국은 대형 노숙자 캠프 정리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일부 관련 예산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호세는 코요테 크릭과 콜럼버스 파크 일대 대형 캠프 정리를 진행해 왔고, 메이헌 시장은 이를 “주요 캠프 정리의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노숙자 문제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산타클라라 카운티가 쉼터 운영 비용을 일부 부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도서관과 청소년 서비스는 막판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방어됐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의원들은 총 78건의 예산 관련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67건이 시장의 6월 예산 메시지에 반영됐다. 반영된 사업에는 공공안전, 도서관, 청소년 서비스 관련 일회성 지출 약 1,1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이번 예산 통과에는 6월 예비선거에서 승인된 발의안(Measure) A, 즉 호텔세 인상안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발의안 A는 산호세의 호텔세를 기존 10%에서 12%로 올리는 내용이며, 이 가운데 일반기금 몫을 4%에서 6%로 늘린다. 산호세시는 이 조치로 연간 약 1천만 달러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의안 A가 없었다면 예산 삭감은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 KQED는 호텔세 인상 재원이 없을 경우 시 매니저의 예비 예산안에는 일요일 도서관 운영시간 축소와 다운타운 경찰 도보순찰 감축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올해 회계연도에는 발의안 A로 약 68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이 예상되며, 세금 인상은 2026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럼에도 산호세의 재정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시는 2027-28 회계연도에 2,680만 달러, 2028-29 회계연도에 1,180만 달러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 경기 둔화, 부동산 거래 부진, 예상보다 높은 은퇴 비용, 카드룸 관련 주 규제 변화에 따른 세수 감소 가능성 등이 향후 재정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번 산호세 예산은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분산한 ‘방어형 예산’으로 평가된다. 시는 예비비와 호텔세 인상, 공석 감축, 일부 서비스 축소를 조합해 해고를 피하고 핵심 서비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예비비를 크게 줄인 만큼 내년 이후에는 더 어려운 선택이 불가피할 수 있다. 산호세가 앞으로도 공공안전, 노숙자 대응, 이민자 지원, 도서관과 청소년 서비스 사이에서 어떤 우선순위를 정할지가 지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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