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멀티히트·호수비, 웹 8이닝 역투…자이언츠, 컵스에 5-1 승리

침묵 깬 이정후, 시즌 24번째 멀티히트
8회 담장 앞 호수비로 웹의 승리 지켰다

2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던 이정후가 안타를 만들어 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카고 컵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에이스 로건 웹의 호투와 이정후의 공수 활약을 앞세워 스윕 패배를 막아냈다.

자이언츠는 14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컵스와의 홈 3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1, 2차전에서 모두 패했던 자이언츠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를 1승 2패로 마무리했고, 홈 6연전을 2승 4패로 마쳤다. 로건 웹은 8이닝 동안 컵스 타선을 1실점으로 묶으며 에이스다운 투구를 펼쳤고, 타선은 5회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 승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던 이정후는 이날 다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5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이후 다니엘 수삭의 희생번트와 드루 길버트의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맷 채프먼이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자이언츠는 3-0으로 앞서갔다.

이정후의 활약은 방망이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이언츠가 4-1로 앞선 8회 초, 로건 웹은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남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웹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웹은 계속 던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로 다음 타구가 경기의 승부처가 됐다. 컵스 타자의 장타성 타구가 우측 외야 담장 쪽으로 뻗어갔고, 이정후는 끝까지 따라가 펜스 앞에서 공을 낚아챘다. 빠졌다면 경기 흐름이 흔들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정후의 호수비는 웹의 8이닝 역투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로건 웹.
8회초 멋진 호수비를 선보인 이정후가 투수 로건 웹의 환영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후 이 장면에 대해 “공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웹이 정후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더라”며 “정후가 웹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웹에게는 경이로운 등판이었지만, 정후가 거기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텔로 감독은 “안타 행진 같은 것도 물론 가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이기는 것”이라며 “정후가 지난 이틀 동안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타석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늘은 그것을 추가적인 동기부여로 삼아 멋진 하루를 보냈고,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로건 웹도 이정후의 수비에 고마움을 전했다. 웹은 “처음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후가 계속 달려가는 걸 보고 ‘혹시, 혹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잡아냈다.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텔로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상황에 대해 “감독이 팔을 들지 않는 걸 보고 물어보러 온다는 걸 알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며 “거의 끔찍한 결정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정후가 그 공을 잡았다”고 웃었다.

웹은 이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 “많은 구종이 잘 통했다. 존 한가운데로 몰리지 않으려 했고, 필요한 순간마다 공을 던져야 했는데 오늘은 그걸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이기는 날이 되길 항상 바란다. 이번 홈 6연전이 팀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오늘이 좋은 흐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타를 친 이정후가 팀의 첫 득점을 올린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바이텔로 감독은 최근 웹의 투구를 두고 “이 구단에 있었던 매디슨 범가너 같은 선수들과 대등한 수준이었다. 로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찬사”라고 말했다. 그는 “웹은 상황이 잘못 돌아갈 때 오히려 더 좋아지는 선수다. 많은 선수들은 역경 속에서 흔들리지만, 웹은 그 순간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타선에서는 맷 채프먼의 활약도 결정적이었다. 채프먼은 5회 이정후의 출루와 길버트의 선제 적시타 이후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자이언츠에 3점 차 리드를 안겼다. 경기 후 채프먼은 “웹이 저렇게 던질 때는 많은 점수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첫 점수를 내고, 홈런으로 3점 차 리드를 만든 것이 우리에게 좋은 느낌을 줬다. 수비도 잘했고, 마지막에 킬리안이 마무리를 잘 했다. 꽤 완성도 높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채프먼은 8회 마운드 방문 장면에 대해서도 웹의 승부욕을 설명했다. 그는 “웹은 항상 공을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는 선수다. 150개라도 던지라고 하면 던질 선수”라며 “건강을 되찾은 뒤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코스를 찌르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매 경기 후반까지 던지고 싶어 하는 투수”라고 말했다.

이날 리드오프로 나선 채프먼은 “아침에 알았다. 몇 번 해본 적도 있고, 팀이 이기는 데 가장 좋다고 판단한다면 뭐든 좋다”며 “타석에서 감이 좋기 때문에 더 많은 타석과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득점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올해는 주자가 득점권에 있어도 접근법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자를 불러들이려는 마음이 커서 투수가 어떻게 던질지 너무 많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단순하게 내가 노리는 공을 기다리고, 그 공이 오면 스윙을 한다.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면 인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8회 말 케이시 슈미트의 안타와 도루, 다니엘 수색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5-1로 달아났다. 이후 9회에는 케일럽 킬리안이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5회 2점 홈런을 터트린 맷 채프먼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자이언츠는 앞선 두 경기에서 컵스에 끌려갔고, 최근 경기 후반 운영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은 에이스가 긴 이닝을 책임졌고, 타선이 필요한 순간 점수를 냈으며, 이정후가 결정적인 수비로 흐름을 지켰다.

채프먼은 팀이 연승 흐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 “완성도 높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팀들을 상대로 이긴 적도 많지만, 그걸 매일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투수가 잘 던졌는데 타선이 침묵하거나, 타선이 터졌는데 투구가 흔들리면 안 된다”며 “지금 필요한 건 오늘 이기는 데 집중하고, 다음 경기에서 또 이기는 것이다. 너무 큰 그림에 매달리기보다 눈앞의 경기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텔로 감독 역시 “시리즈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 하는 건 확실했다”며 “경기 후반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지난 6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이제 애틀랜타 원정길에 오른다. 쉽지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자이언츠가 기대했던 이상적인 승리 공식에 가까웠다. 로건 웹은 에이스답게 마운드를 지켰고, 이정후는 방망이와 글러브로 승부처를 지배했다. 여기에 채프먼의 한 방과 리더십까지 더해지며 자이언츠는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