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17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에도 자이언츠 연패…“득점권 한 방이 부족했다”

내셔널스에 홈에서 또 승리 내줘…시리스 패배
엘드리지, 홈런 포함 2안타, 이정후와 함께 맹활약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
이정후의 한국인 빅리거 최장 17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도,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홈런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자이언츠는 9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전날 9회 역전패에 이어 이틀 연속 내셔널스에 경기를 내준 자이언츠는 시즌 27승 41패가 됐다. 내셔널스는 35승 33패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워싱턴이 가져갔다. 내셔널스는 1회초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의 2점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고, 5회와 7회, 9회에도 추가점을 보태며 자이언츠의 추격을 따돌렸다. 자이언츠는 5회말 이정후의 2타점 2루타로 한때 2-3까지 따라붙었고, 9회말 엘드리지의 솔로 홈런으로 마지막 추격에 나섰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가장 빛난 장면은 5회말 이정후의 타석에서 나왔다. 자이언츠가 0-3으로 끌려가던 5회말, 라파엘 데버스와 루이스 아라에스가 출루하며 만든 득점 기회에서 이정후는 우측 깊숙한 2루타를 터뜨렸다.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자이언츠는 순식간에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정후의 2루타에 득점을 올린 루이스 아라에스.
이 안타로 이정후는 전날 기록한 16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한국인 빅리거 최장 연속 안타 신기록이다. 이정후는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시즌 타율은 .335까지 끌어올렸다. 시즌 15번째 2루타와 24번째 타점도 함께 기록했다.

최근 이정후의 타격감은 단순한 상승세를 넘어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전날 4안타 경기로 개인 최다 16경기 연속 안타를 만든 데 이어, 이날도 멀티히트와 함께 결정적인 2타점 장타를 기록했다. 자이언츠 타선 전체가 답답한 흐름을 보인 경기에서도 이정후는 가장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경기 내내 찾아온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자이언츠 타선은 이날 안타 9개와 볼넷 7개를 얻어냈지만 득점은 3점에 그쳤다. 1회말에는 아라에스가 3루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고, 5회말 이정후의 2타점 2루타 이후 계속된 기회에서도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경기 후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이틀 연속 이어진 득점권 침묵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공통점은 많은 기회가 2아웃 상황에서 왔다는 점”이라며 “그럴 때는 결국 2아웃 적시타가 필요하다. 주자들은 나가 있었지만 승리할 만큼 충분히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이언츠 선발 애드리안 하우저.
선발 애드리안 하우저는 4.1이닝 4피안타 3실점, 6탈삼진, 무볼넷을 기록했지만 시즌 6패째를 안았다. 1회초 제임스 우드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에게 우월 2점 홈런을 맞은 장면이 뼈아팠다. 이후 하우저는 안정을 되찾고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지만, 초반 실점을 만회하기에는 타선의 지원이 부족했다.

하우저는 경기 후 “1회에는 좋지 않은 구종 선택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리듬을 찾았고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홈런을 허용한 장면에 대해서는 “던지면 안 되는 공이라는 걸 알면서도 던졌고, 그 공이 홈런이 됐다. 그런 실수에는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불펜도 흔들렸다. 7회초 에릭 밀러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안타와 볼넷 2개를 허용했고, 이어진 위기에서 폭투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셔널스가 2점을 추가했다. 자이언츠 불펜은 이날 4.2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 볼넷 5개를 허용하며 추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최근 불펜진의 볼넷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것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경기 자체가 원래 어렵다. 결국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와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타를 맞거나 강한 타구를 허용했다고 해서 선수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던지지 않으면 타자를 잡을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솔로포를 포함해 2안타 2볼넷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브라이스 엘드리지.
타선에서는 이정후와 함께 엘드리지의 활약도 돋보였다. 엘드리지는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9회말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3호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앞서 2루타도 만들어냈다. 그의 시즌 타율은 .300, OPS는 .885까지 올라갔다.

엘드리지는 경기 후 “최근 공이 잘 보인다”며 “트리플A에서도 콘택트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2스트라이크 이전에 좋은 공을 치려는 접근, 삼진을 줄이고 볼넷을 늘리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석에서 한 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기보다 한 구, 한 구에 집중하려고 한다. 숨을 고르고, 투수가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면서 내 계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엘드리지는 이정후에 대한 강한 찬사도 남겼다. 그는 이정후의 연속 안타 행진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며 “지금 이정후는 세계 최고의 타자라고 생각한다.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바로 뒤 타순에 있기 때문에 온덱 서클에서 그의 타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정말 특별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개인 활약에도 엘드리지는 팀 패배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홈런과 멀티히트에 대한 만족감을 묻는 질문에 “기분은 좋지만 우리는 이기고 싶었다. 결국 경기에서 졌다면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이날 내셔널스보다 더 많은 출루 기회를 만들고도 패했다. 이정후가 한국인 빅리거 신기록을 세웠고, 엘드리지가 장타력과 선구안을 동시에 보여줬지만, 득점권 집중력 부족과 불펜 제구 난조가 승부를 갈랐다.

바이텔로 감독은 10경기 원정과 이동 후 이어진 홈 3연전의 피로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경기 출전 여부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의지, 트레이닝 스태프의 판단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경기는 육체적인 싸움이라기보다 감정적인 싸움에 가깝다”며 “다음 날 휴식일이 있는 만큼 주전 선수들의 출전 여부는 선수들과 트레이닝 스태프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역사적인 기록과 엘드리지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장면을 남겼지만,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필요한 적시타와 스트라이크 승부가 부족했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자이언츠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정후에게 집중된 공격 흐름을 팀 전체의 득점력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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