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전 애국지사 유해봉환식 엄수…한인들 배웅 속 그리던 조국 품으로

북가주 한인 150여 명 마지막 배웅
2세들도 “독립정신 이어가겠다” 다짐
대전현충원에 안장 조국의 품에서 ‘영면’

유해봉환식을 마치고 그리운 조국의 품으로 향하는 이하전 지사의 유해. 출발에 앞서 유가족과 한인 단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가 독립유공자 고 이하전 애국지사의 유해봉환식을 엄수했다. 봉환식은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렸다. 유가족과 한인 단체 관계자, 지역 한인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헌화와 추모로 이하전 지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하전 지사는 마지막 국외 생존 독립유공자로 알려져 있다. 평생 조국의 독립과 한인사회의 역사 교육을 위해 헌신했다. 이날 봉환식은 고인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가기 전 북가주 한인사회가 마련한 마지막 환송의 자리였다.

행사는 이하전 지사의 영정과 유해를 단상에 모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내에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곡조에 맞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어 이 지사가 생전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도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유해를 맞았다.

유해봉환식에서는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에는 이 지사가 생전 가족들과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북가주 한인들과 웃고 대화하며 노래하던 장면도 소개됐다. 국가보훈부, 유가족,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함께 준비한 영상이었다.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도산 안창호 선생과 유일한 박사의 영상 봉환사도 상영됐다. 영상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미주 독립운동의 역사 속에서 이하전 지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순서였다.
이하전 지사의 아들인 에드워드 리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영정과 유해를 들고 한인회관 대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하전 지사의 아들인 에드워드 리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영정과 유해를 들고 한인회관 대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하전 지사의 손자인 오스틴 리 씨가 할아버지의 생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하전 지사의 손자 오스틴 리 씨는 가족을 대표해 고인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훌륭한 업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정말 훌륭한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이는 큰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추모사도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메시지를 통해 “고국의 품에서 편안히 안식하시기 위해 유해 봉환이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걸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영상 추모사를 보냈다. 이 회장은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한 개인의 생애를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꺼지지 않는 뿌리”라고 추모했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장은 이하전 지사의 삶을 “시간과 국경, 세대를 초월하는 유산”이라고 표현했다.

김 회장은 “오늘 우리는 단순히 한 삶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 살았던 한 사람의 유산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은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통해 얻어지고, 용기로 보호되며, 기억을 통해 전승된다는 것을 이하전 지사님의 삶이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하전 지사를 “단순한 역사의 증인이 아니라 역사의 수호자”라고 했다. 그는 “이하전 지사님은 우리 곁에 서 계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한국 독립운동의 산증인이 되어 세대 간의 가교가 되셨다”고 말했다. 또 “그분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상기시켜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하전 지사의 유해를 받아들고 있는 임정택 총영사와 김한일 회장.
단상에 모셔진 이하전 지사의 영정과 유해.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추모사 하는 김한일 회장.
추모사 하는 김한일 회장.
김 회장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미주 독립운동사에서 갖는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도산 안창호 선생, 이대위 목사, 김종림 선생, 유일한 박사, 우당 이회영 선생, 장인환·전명운 의사, 문양목 지사, 그리고 이하전 지사께서 독립운동을 하신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우리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고인이 지난해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인사회 행사에 참석했던 일을 회고했다. 이 지사는 샌프란시스코 시청 로툰다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린 제123주년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에도 함께했다. 당시 이 지사는 2세와 3세들에게 독립운동과 애국심의 의미를 전했다.

김 회장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는 이하전 지사님의 독립운동가 정신과 애국심을 2세, 3세들에게 계속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봉환식은 작별이 아니라, 지사님을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권오을 장관의 추모사는 정영진 사무관이 대독했다. 권 장관은 “이하전 지사는 우리 독립운동의 산증인이자 꺾이지 않는 민족의 자긍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국외 생존 독립유공자였던 지사님을 조국의 품으로 정중히 모시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행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이하전 지사의 이름 석 자와 고귀한 희생정신은 우리 동포들의 가슴속에,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영상으로 추모사를 보내온 이종걸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회장.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권오을 장관의 추모사를 대독하는 정영진 사무관.
추모사하는 윤행자 광복회 미서북부지회 회장.
윤행자 광복회 미서북부지회 회장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되새겨야 할 큰 진실은 자유와 독립을 향한 불멸의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실천으로 옮긴 숭고한 헌신”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하전 지사가 샌프란시스코 지역 광복회의 기반을 세우고 독립운동 정신을 동포 사회에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도 추모사를 전했다. 임 총영사는 “이하전 지사님은 미주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국가유공자이자 동포 사회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시기에 자신의 안위보다 조국의 자유와 광복을 먼저 생각하셨다”고 추모했다. 그는 “지사님의 희생과 헌신은 동포 사회의 기억 속에는 물론, 우리 역사의 깊은 울림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애 이스트베이 한인회장은 “오늘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지사님의 귀환을 정중히 배웅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사는 한인 동포로서 우리는 지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정체성을 지키고, 서로를 도우며, 조국과 동포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모나 새크라멘토 한인회장은 “진정한 추모는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사님의 뜻을 이어가는 것은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을 닮아가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작은 부당함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올바른 것을 지키려는 용기, 서로를 향한 책임과 연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지사님의 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은 이 지사가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얼마나 젊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의 계보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순 전 미주총연 회장, 김순란 김진덕·정경식 재단 이사장, 이진희 미주총연 부회장, 오미자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장의 추모사도 전해졌다. 추모사는 박미정 수석부회장이 대독했다. 문양목 지사 유해봉환은 물론 이하전 지사 유해봉환을 위해 애쓴 최홍일 변호사도 봉환식에 참석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사 전하는 이정순 전 미주총연 회장.
김순란 김진덕·정경식 재단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이모나 새크라멘토 한인회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오미자 회장을 대신하 추모사 하는 박미정 민주평통 SF협외희 수석부회장.
이하전 지사를 추모하는 최홍일 변호사.
이날 봉환식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한인 2세 학생들의 추모사였다. 샌프란시스코 민주평통 주니어평통과 샌프란시스코 화랑청소년재단 소속 학생들은 이하전 지사의 삶을 기억했다. 그리고 독립운동 정신을 미래 세대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 민주평통 주니어평통의 나다나엘 학생은 “많은 희생으로 얻어진 독립으로부터 긴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세대인 우리는 그 독립의 처절한 사투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하전 애국지사님의 불타는 애국심은 우리 마음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으며, 그 뜻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화랑청소년재단의 이지수 학생은 “진짜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하전 지사는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어서는 선택을 했다”고 추모했다. 이지수 학생은 또 “한 사람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하전 지사의 삶은 그 반대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민주평통 주니어평통의 황현우 학생도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는 이하전 지사와 같은 분들의 용기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헌신은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앞서간 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준다”고 밝혔다. 황현우 군은 “더 나은 통일 한국을 향한 비전을 품고, 행사와 봉사, 배움을 통해 그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는 “이하전 지사의 정신이 한인 2세들의 가슴에도 깊이 전해졌다는 점에서 이번 봉환식은 더욱 뜻깊었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운동의 기억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정체성과 책임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라닛스코 민주평통 주니어평통 나다나엘 학생이 이하전 지사를 기리는 추모 연설을 하고 있다.
추모사 전하는 샌프란시스코 화랑청소년재단 이주수 학생,
추모사 전하는 샌프란시스코 민주평통 주니어평통 황현우 학생.
추모사 뒤에는 헌화가 이어졌다. 북가주 한인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이하전 지사의 영정 앞에 꽃을 바치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에 앞서 성악가 최기돈 바리톤의 추모 공연도 진행됐다. 최기돈 성악가는 ‘시인의 죽엄’과 ‘청산에 살리라’를 불러 봉환식 분위기를 더욱 엄숙하게 이끌었다.

이하전 지사는 1921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38년 평양 숭인상업학교 재학 중 동료 학생들과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독서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이후 조직 이름을 ‘축산계’로 바꾸고 항일 의식을 다지는 결의문을 작성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일본 유학 중이던 1941년에는 비밀결사 활동을 이어가다 일제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해 평양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당시 죄명은 ‘일본제국 타도와 조선독립운동’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으로 건너왔다. 몬터레이 미 육군 언어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교육자로서 미군 장병들에게 한국을 알렸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독립운동의 기억과 역사 의식을 전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이 지사는 흥사단 단우로도 활동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평생의 좌표로 삼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광복회 회장을 맡아 독립운동 정신을 알리는 데도 힘썼다. 대한민국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이번 유해봉환식은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었다.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조국으로 다시 연결하는 역사적 자리였다. 이하전 지사의 생애가 보여준 독립과 자유, 교육과 봉사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해봉환식을 마친 이하전 지사의 유해는 가족들과 함께 20일 오전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봉환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평생 그리워하던 조국의 품에서 영면에 들게 된다.
성악가 최기돈 바리톤이 추모공연으로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고 있다.
헌화하는 한인들.
헌화하는 유가족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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