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사망자 2천681명으로 늘어

골든타임 72시간 임박…산간 일부 마을 전체가 잔햇더미로
모로코 정부, 4개국 지원만 수용…일각 비판에 "추가 가능"

모로코 산간마을 물라이 브라힘의 한 주민이 지난 8일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물품을 찾아 나오고 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강진 발생 나흘째인 11일(현지시간) 지진으로 숨진 희생자가 2천600명을 넘어섰다.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면서 생존자를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시간과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모로코 내무부는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오후 3시 현재 2천681명이 숨지고 2천50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이 전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4시 현재 기준 2천122명에서 만 하루도 채 안 돼 559명이 늘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천59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가 809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2천530명(94%)이 매몰돼 숨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부상자 중에서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 전망이다.

피해가 큰 진앙 인근 아틀라스산맥 산간 지역 마을의 가옥 대부분이 지진에 취약한 진흙과 벽돌이나 돌, 목재 주택인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린 실종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철강·콘크리트 구조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재해로 인산 사망자가 1만∼10만명에 달할 가능성도 21%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실제 진앙에서 동북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알하우즈 주의 산간 마을 타페가그테는 서 있는 건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체가 거대한 잔햇더미로 바뀌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현장에 도착한 모로코 군 구조대는 민간 구조대와 함께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하고자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미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모로코 군의 한 구조대원은 로이터 통신에 “벽과 천장 대부분이 무너지면서 흙더미로 변해 사람들을 산 채로 끌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마을 전체 주민 200명 중 무려 90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여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의 수도 다수라고 영국 BBC 방송은 보도했다. 생존자들은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병원에 있거나 죽었다”고 말했다.

모로코를 돕기 위한 외국 구조대가 속속 합류하는 등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가 현지에 도착한 데 이어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를 파견해 구조 활동에 나섰다. 영국도 수색·구조 전문가 60명, 수색견 4마리, 구조 장비를 모로코에 파견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수색 및 구조팀과 구호물자를 보낼 방침이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유럽연합(EU)은 모로코에 있는 비정부 구호단체에 100만유로(약 1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모로코 정부는 전날 스페인과 카타르, 영국, UAE 등 4개국의 지원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 피해 마을 일부에서는 필요한 구호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의 더딘 초기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모로코 정부 대변인은 “필요할 경우 추후 다른 나라의 지원 요청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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