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민주당 지방권력 탈환…서울 지킨 국민의힘도 생존 불씨

광역단체장 16곳 중 민주당 12곳·국민의힘 4곳
오세훈 서울시장 막판 역전…부산·울산은 민주당 승리
높은 투표율 속 지역주의 완화와 후보 경쟁력 동시에 확인

서울시장에 다시 당선된 오세훈.
6월 3일(한국시간)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지방권력 탈환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 경북, 경남 등 4곳을 지켰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차지하고 민주당이 5곳에 그쳤던 결과가 4년 만에 사실상 뒤집혔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가 16곳에서 치러진 것은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에 따라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는 민주당 민형배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경기지사 추미애, 인천시장 박찬대, 부산시장 전재수, 대전시장 허태정,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민형배, 울산시장 김상욱, 세종시장 조상호, 강원지사 우상호, 충북지사 신용한, 충남지사 박수현, 전북지사 이원택, 제주지사 위성곤 후보가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오세훈, 대구시장 추경호, 경북지사 이철우, 경남지사 박완수 후보가 당선됐다.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우상호 후보.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분명한 승리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강조한 여당의 국정 안정론에 더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경기와 인천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부산과 울산, 충청권, 강원, 제주까지 승리하며 전국 정당으로서의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를 완승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개표 막판에 역전하며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개표율 97.70% 기준 48.94%를 얻어 정 후보의 48.34%를 0.6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의 열세를 뒤집은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로 기록됐다.

서울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당 지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를 보여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승리했지만,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17곳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8곳에서 승리했다. 같은 유권자들이 시장과 구청장 선거에서 서로 다른 정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은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지역별 현안, 행정 경험이 정당 지지 못지않게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부산시장 당선자 전재수.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큰 패배를 당했지만 서울을 지켜내며 정치적 생존 기반을 확보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당의 전국적 열세 속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입증하며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을 제외하면 대구·경북과 경남만 지키는 데 그쳐 당의 외연 확장과 중도층 회복을 위한 쇄신 요구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부산과 울산의 결과는 전통적인 지역주의 구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꺾고 민주당에 8년 만의 부산시장 승리를 안겼고, 울산에서도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경남에서는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민주당 김경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전체가 한쪽 정당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대구에서도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선전하며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와 접전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추 후보가 승리해 보수 정당의 대구시장 계보를 이어갔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후보가 당선됐고, 대구 기초단체장 9곳도 국민의힘이 모두 차지했다.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대구·경북은 여전히 국민의힘의 가장 강한 지지 기반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시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자.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우위를 보였다. 전국 227개 기초단체장 선거 가운데 민주당은 119곳, 국민의힘은 95곳에서 승리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45곳, 민주당이 63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방 행정 권력의 중심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셈이다. 다만 광역단체장 선거만큼 격차가 크지는 않아 지역별 인물 경쟁력과 현직 단체장 평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에서는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지만, 선거 전 14곳 가운데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도 일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돼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지방선거의 잠정 투표율은 61.0%로 집계됐다. 이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의 68.4%에 이어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 50.9%보다 1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역 일꾼 선출을 넘어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전국적 정치 대결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선거 과정에서는 서울과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며 사과했지만, 선거 관리 체계와 투표용지 준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중앙정부와 국회에 이어 지방정부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패배는 민주당이 수도권 중도층과 도시 유권자의 표심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역시 서울 수성에 안도하기보다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지지를 잃은 원인을 분석하고 당의 노선과 인적 구성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어느 한 정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요구하면서도 주요 지역에서는 후보의 행정 경험과 개인 경쟁력을 따로 평가한 선택에 가까웠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탈환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국민의힘은 서울을 지키며 재기의 발판을 남겼다. 이제 선거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선출된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와 주거, 교통, 복지 등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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