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버클리 한국학 전공 첫 졸업생 배출…1943년 첫 한국어 수업 시작 후 83년만의 결실

문하늘·김소영·장재희 등 3명 첫 학사 학위
안진수 교수 “많은 분들의 도움있어 가능”
안 교수 “대학원 과정 개설도 적극 추진할 것”
김경년·클레어 유 등 은퇴 교수 공로도 기려

지난해 개설된 UC버클리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한국학 전공 졸업생들에 대한 학위 수여식이 19일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문하늘, 장재희 학생을 비롯한 교수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진, 안진수 교수, 문하늘, 장재희 학생. (오른쪽부터) 김민숙, 최인아 교수.
UC 버클리가 한국학 전공 개설 이후 첫 졸업생을 배출하며 미국 내 한국어·한국학 교육사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UC 버클리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는 지난해 가을학기 한국학 전공을 공식 개설한 데 이어 5월 19일 UC 버클리 동문회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문하늘, 김소영, 장재희 등 3명의 학생에게 학위를 수여하며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로버트 애쉬모어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장은 축사를 통해 “올해 우리는 학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기념하게 됐다”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 프로그램의 정착과 확장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애쉬모어 학과장은 첫 졸업생 배출의 의미를 설명하며 UC 버클리 한국어 교육의 역사를 되짚었다. 그는 “우리 학교는 한국어 연구와 교육에서도 매우 이른 시기부터 앞서 나간 곳이었다”며 “1943년 최봉윤 박사가 이 대학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강의를 개설한 것은 미국 대학 환경에서 이루어진 한국어 교육의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고, 한국어 교육과 사용이 억압받던 시기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버클리에서 한국어 강의가 시작됐다는 점은 UC 버클리 한국어 프로그램이 단순한 대학 강좌를 넘어 한국어 보존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1943년 1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한 UC 버클리 한국어 수업은 현재 연간 400~500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인기 과목으로 성장했다.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는 한국어 수업을 전담하는 7명이 교수가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15개 한국어 관련 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한국의 날’ 행사도 열리며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확산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국학 전공의 개설 의미와 UC버클리 내 한국어 교육의 역사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로버트 애쉬모어 UC버클리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장.
애쉬모어 학과장은 “오랜 기간 한국어 프로그램은 헌신적인 학자들과 교육자들의 공헌을 통해 유지되어 왔지만, 정식 학부 전공을 개설하는 목표는 교수진과 인력의 한계로 오랫동안 과제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문학 전공인 케빈 샤델 교수와 고전문학을 담당하는 스텔라 김 교수 등 신임 교수진이 합류하면서 정식 학부 전공 개설이 가능해졌다”며 “UC 버클리 한국어·한국문화 전공은 고급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학, 미디어, 문화사 연구를 결합한 과정으로, 전근대와 현대 한국 문헌을 함께 다루며 한국의 문화적 변화와 역사적 맥락을 학문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애쉬모어 학과장은 또한 “오늘 우리는 처음으로 한국학 전공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순간을 기념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것은 하나의 전공이 신설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 분야의 새로운 교수 두 명을 임용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는 한국학 프로그램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며 “다양한 강의와 연구 분야를 갖춘 풍부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한국학 전공 개설을 이끌어 온 안진수 교수는 첫 졸업생 배출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깊은 감회를 밝혔다. 안 교수는 “지난 가을 한국학 전공이 개설되고 올해 세 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며 “그동안 한국학을 지원하고 후원해 준 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가 가능했다”고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기금 지원이 2019년 케빈 샤델 교수 임명으로 이어졌고, 이후 대학 측의 승인으로 전근대 한국학 분야의 젊은 교수 두 명을 추가로 임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UC 버클리 한국학 교수진은 현대 한국학 2명, 전근대 한국학 2명 등 모두 4명으로 확대됐다. 올해 가을학기부터는 고전문학 전공인 마조리 버지 교수도 새롭게 교수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안 교수는 밝혔다.
UC버클리 한국학 전공 첫 졸업생인 문하늘(왼쪽), 장재희 학생.
안 교수는 앞으로의 목표로 대학원 프로그램 개설을 꼽았다. 그는 “네 명의 교수진이 확보됐기 때문에 대학원 프로그램 개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약 2년 후 개설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 전공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졸업생 배출, 학생들의 관심 유지가 당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 다른 학과에서도 한국을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국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학술 행사와 문화 행사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UC 버클리 한국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최봉윤 선생이 한국어 수업을 개설했을 때는 일제강점기였고, 한국의 학교에서조차 한국어 수업이 금지된 상태였다”며 “버클리의 한국어 수업과 한국학은 단순히 한 대학의 역사가 아니라 전체 한국어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특별한 유산은 우리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의 중심”이라며 “한국에 계신 분들과 동포사회가 이 역사에 깊이 공감해 주는 것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첫 한국학 전공 졸업생들도 소감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장재희 학생은 비교문학과 한국어를 함께 전공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릴 때 교회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번역하는 일을 하면서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문학과 영문학을 서로 번역하고, 한국과 미국의 문학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하늘 학생은 1학년 때 정치경제학 전공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국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주로 사용하며 자랐다는 그는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한국어 수업을 계속 들으며 한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결국 한국학 전공 첫 졸업생이 됐다.

문하늘 학생은 졸업 후 하와이에서 연구 지원 과정을 통해 한국 여성사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학 또는 역사 분야의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미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후학을 길러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못한 김소영 학생도 한국학 전공 과정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김소영 학생은 “근현대사뿐 아니라 향찰 같은 고대 표기법과 고전문학 1차 사료까지 직접 연구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UC 버클리 한국학 커리큘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첫 한국학 졸업생인 문하늘, 장재희 학생과 함께한 김경년 전 UC버클리 교수(왼쪽).
UC 버클리 한국어 교육의 기반을 다져 온 김경년 교수도 한국학 전공 개설과 첫 졸업생 배출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김 교수는 버클리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학 정식 전공이 개설되고, 올해 3명의 첫 졸업생이 배출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어 학부 전공을 개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쉽지 않았다”며 “한국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이제 동아시아를 논할 때 한국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한국학 전공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80년이 늦었지만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뿌듯하고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이어지고, 한국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전통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수진, 최인아, 김민숙 교수도 참석해 한국학 전공 첫 졸업생들에게 축하를 전했다.

로버으 애쉬모어 학장은 이날 졸업식 연설에서 UC 버클리 한국어·한국학 교육의 토대를 다져온 은퇴 교수들의 공헌도 함께 조명하며 이들의 공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

애쉬모어 학과장은 오랜 기간 한국어 교수이자 한국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김경년 선생의 헌신을 소개하며, 그가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한국 문학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알리는 번역 작업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동주의 대표 시집을 비롯한 한국 문학 작품 번역을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는 데 힘써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클레어 유 교수에 대해서도 “한국어 프로그램을 25년 넘게 이끌며 한국어 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의 기초가 된 교재들을 공동 집필했고, 한국 문학 작품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한 번역가로도 활동해 왔다.

이번 첫 졸업생 배출은 단순히 새로운 전공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아니다. 1943년 UC 버클리에서 처음 한국어 수업이 열린 이후 83년 만에 맺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C 버클리 한국어 프로그램은 최봉윤 선생이 1943년 처음 개설한 한국어 수업에서 출발했다. 당시 한국어 교육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한국어 보존과 계승의 의미까지 지니고 있었다. 1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한 한국어 수업은 이제 버클리 캠퍼스에서 가장 많이 수강되는 언어 과목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1943년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한국어 수업은 83년이 흐른 지금 정식 한국학 전공으로 확장됐고, 마침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일제강점기 속에서 한국어를 지키려 했던 한 교육자의 노력은 이제 미국 최고 공립대학 가운데 하나인 UC 버클리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 역사, 문화 연구를 이어갈 새로운 세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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