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메이저리그 첫 5안타 경기…부상복귀 3연전서 15타수 11안타 폭발

부상 우려 지운 이정후, 콜로라도 원정서 완벽한 반등
자이언츠 25안타 19득점 대폭발, 5연패 끊고 분위기 전환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5안타 경기를 한 이정후.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이정후가 부상 복귀 후 완전히 달라진 타격감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대승을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31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25안타를 몰아치며 19-6으로 크게 이겼다. 최근 5연패에 빠져 있던 자이언츠는 콜로라도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시리즈 스윕패를 피했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을 상대로 이어졌던 부진한 흐름도 끊어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이정후였다.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6타수 5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한 경기 5안타를 때려낸 경기였다. 지난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뒤 여러 차례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었던 이정후였지만, 5안타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직후 만들어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컸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자이언츠 공격의 흐름을 열었다. 1회초 2사 1, 3루 기회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부상 복귀 후에도 타격 타이밍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고, 변화구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이정후 특유의 간결한 스윙과 정확한 콘택트 능력이 첫 타석부터 살아났다.

자이언츠는 2회에도 점수를 보태며 초반 리드를 잡았다. 콜로라도가 추격했지만 자이언츠 타선은 경기 중반부터 완전히 흐름을 가져왔다. 4회초에는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2루타로 출루했고, 다니엘 수삭이 몸에 맞는 공으로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케이시 슈미트의 적시타와 루이스 아라에스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자이언츠가 4-1로 앞서갔다.

하지만 콜로라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회말 자이언츠 선발 로비 레이가 수비 과정에서 흔들리며 실점했고, 콜로라도는 4-3까지 따라붙었다. 자이언츠 입장에서는 최근 연패 과정에서 반복됐던 불안한 흐름이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특히 전날까지 이어진 패배 흐름을 고려하면, 한 점 차 추격은 경기 전체의 분위기를 흔들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자이언츠는 5회초 불안을 완전히 지웠다. 이정후가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터뜨리며 대량 득점의 문을 열었다. 맷 채프먼도 2루타로 뒤를 이었고, 이후 드루 길버트의 3루타, 케이시 슈미트의 적시타, 라파엘 데버스의 2루타가 연이어 터졌다. 콜로라도가 루이스 아라에스를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웠지만, 윌리 아다메스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갈랐다.

이 한 이닝에서 자이언츠는 무려 7점을 뽑았다. 이정후는 이 5회에만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고, 이닝 시작을 알리는 2루타에 이어 다시 안타를 추가했다. 한 이닝 두 안타는 이날 이정후의 타격감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자이언츠는 5회가 끝났을 때 11-3으로 크게 앞서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경기 후반에도 멈추지 않았다. 7회초에는 1사 2루에서 다시 중전 적시타를 때려 타점을 추가했다. 이미 대량 리드가 만들어진 상황이었지만 이정후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8회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5안타 경기를 완성했고, 이후 대주자와 교체되며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 타석마다 타구 방향과 질이 좋았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을 보내는 모습은 이정후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난 경기였다.

이번 콜로라도 원정 3연전은 이정후에게 완벽한 반등의 무대가 됐다. 이정후는 부상에서 돌아온 첫 경기였던 29일 콜로라도전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복귀를 알렸다. 이어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5안타까지 몰아쳤다. 콜로라도와의 3연전 전체 성적은 15타수 11안타. 타율로 환산하면 .733에 달하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 .268이던 시즌 타율도 이번 3연전을 거치며 .304까지 치솟았다.

자이언츠도 이정후의 폭발과 함께 모처럼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브라이스 엘드리지는 홈런을 포함해 6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중심 타선에서 힘을 보탰다. 특히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은 이날 자이언츠 공격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라파엘 데버스도 2루타 3개를 포함해 4안타를 기록했고, 케이시 슈미트는 3안타로 하위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윌리 아다메스의 만루홈런은 경기의 결정타였다. 자이언츠가 5회 이미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아다메스의 한 방은 콜로라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자이언츠는 이날 19득점, 25안타, 장타 13개를 기록하며 올 시즌 가장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선발 출전한 타자 대부분이 공격에 가담했고, 경기 후반에는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조나 콕스까지 첫 안타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더했다.

마운드에서는 로비 레이가 4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 자책점 1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투구 수가 많아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선의 대량 지원 속에 자이언츠는 불펜을 가동해 리드를 지켰다. 8회에는 불펜 투수 조엘 페게로가 수비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되는 악재도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날 승리는 자이언츠에게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자이언츠는 콜로라도와의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아 있었다. 특히 29일 경기에서는 이정후가 4안타를 치고도 팀이 9회말 대량 실점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30일 경기에서도 타선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그러나 31일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끝까지 공격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연패를 끊었다.

무엇보다 이정후의 회복세가 자이언츠에는 가장 큰 수확이다. 허리 통증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던 이정후는 복귀 직후 오히려 시즌 중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안타 수가 많은 것만이 아니다.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변화구에도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으며, 스트라이크존 안의 공을 강하게 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상 이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스스로 지워낸 셈이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도 이정후의 타격 능력에 신뢰를 보냈다. 이정후가 주말 3연전에서 15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린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평가다. 이정후는 그동안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타구가 빈 곳을 찾아가며 결과까지 따라왔다.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 타구 질이 동시에 살아난 경기였다.

자이언츠는 이번 승리로 연패를 끊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선발 투수가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점은 불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비 실책과 경기 중반 집중력 문제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선이 보여준 폭발력, 특히 이정후를 중심으로 한 상위·중심 타선의 회복은 팀 분위기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정후에게도 이번 경기는 빅리그 커리어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게 됐다. 메이저리그 첫 5안타 경기, 부상 복귀 3연전 15타수 11안타, 시즌 타율 3할대 복귀. 숫자 하나하나가 이정후의 현재 타격감과 자신감을 보여준다. 자이언츠가 긴 시즌의 흐름을 다시 돌려세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출루와 정교한 타격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콜로라도 원정에서 이정후는 자신이 바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임을 다시 증명했다.

부상 복귀 직후 치른 3연전에서 이정후는 단순히 성공적인 복귀를 넘어 팀 공격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자이언츠는 19-6 대승으로 연패를 끊었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콜로라도의 높은 고도만큼이나 이정후의 타격감도 뜨겁게 치솟은 경기였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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