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쐐기 적시타…위트콤과 나란히 선발, 자이언츠 2차전 7-2 승리

이정후 4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7회 추격 흐름 끊어
위트콤 3루수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
엘드리지 4안타 4타점·마르테 데뷔전 4⅔이닝 1실점

7회 적시타를 치고 있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의 쐐기 적시타와 신예들의 활약을 앞세워 더블헤더 2차전을 잡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승리를 나눠 가졌다.

자이언츠는 29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7-2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1-7로 패했던 자이언츠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분위기를 바꿨다.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더블A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주니오르 마르테가 데뷔전에서 4⅔이닝 1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정후와 한국계 내야수 셰이 위트콤은 각각 4번 우익수와 5번 3루수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필요한 순간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반면 최근 자이언츠 이적 후 첫 홈런을 터뜨렸던 위트콤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정후의 안타는 애리조나가 다시 추격을 시작하던 7회에 나왔다. 자이언츠가 4-1로 앞선 7회초 애리조나가 일데마로 바르가스의 적시타로 4-2까지 따라붙자 7회말 곧바로 응수했다. 드류 길버트가 출루한 뒤 엘드리지가 내야안타로 기회를 이어갔고, 이정후가 중견수 쪽으로 시속 102.6마일의 강한 타구를 날려 길버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점수는 5-2. 애리조나가 한 점을 만회한 직후 다시 3점 차로 벌리는 적시타였다.

이정후는 앞선 5회에도 볼넷을 골라 만루를 이어갔다. 자이언츠가 1-1 균형을 깨고 4-1로 달아난 이닝이었다. 1회 중견수 뜬공, 4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5회 볼넷에 이어 7회 적시타를 때려내며 후반 두 차례 출루했다.

이날 더블헤더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이정후는 1차전에서도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두 경기를 합쳐 7타수 3안타 2타점 2볼넷을 올리며 하루 동안 네 차례나 출루했다. 시즌 타율은 .291을 기록했다.

위트콤은 이정후 바로 뒤에서 타선을 받쳤지만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1회 좌익수 쪽 뜬공, 4회 삼진, 5회 1루수 뜬공 등으로 물러났고 최종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26일 신시내티전에서 자이언츠 이적 후 첫 홈런을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후 애리조나와의 시리즈에서는 방망이가 다소 주춤했다.

이날 공격의 중심에는 엘드리지가 있었다. 엘드리지는 1회 조나 콕스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고, 1-1로 맞선 5회에는 라파엘 데버스의 결승 적시타에 이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4-1을 만들었다. 8회에도 내야안타로 타점을 추가해 5타수 4안타 4타점을 완성했다. 자이언츠 신인이 한 경기에서 4안타 이상과 4타점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연고 이전 후 역대 10번째로, 2010년 버스터 포지 이후 처음이다.

엘드리지는 경기 후 올 시즌 자신의 성장에 대해 “올해가 선수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시즌인 것 같다”며 “거의 한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경쟁을 경험하면서 선수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부진할 당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 크게 느꼈다는 엘드리지는 “지난해 경험을 통해 감정의 기복을 줄이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며 “올해는 그 부분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성숙해지고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한 브라이스 엘드리지.
토니 바이텔로 감독도 엘드리지의 숫자보다 경기 접근 방식의 변화를 높게 평가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오지만 계속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며 “1루 수비도 좋아지고 있고 주루도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접근 방식이 성숙해졌고, 그것이 이제 성숙한 경기력과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선수는 이기고 싶어 한다”며 엘드리지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이미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마운드에서는 이날 처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은 마르테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마르테는 4⅔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묶었다. 더블A 리치먼드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선발로 데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뒤 마르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굉장했다”고 운을 뗐다. 바이텔로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춤까지 추고 있었다. 보통 데뷔전을 앞둔 선수라면 감독이 진정시켜야 할 것 같은데, 나와 마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인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마운드에서도 똑같았다”고 웃었다.

이어 마르테의 가장 큰 장점으로 ‘확신’을 꼽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내가 늘 ‘확신’이라는 말을 하는데, 마르테는 ‘이게 내 공이다. 한번 쳐봐라’는 식으로 공을 던진다”며 “실제로 좋은 구위까지 갖고 있다. 몇 차례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마르테를 단순히 더블헤더를 소화하기 위한 일회성 선발로 보지 않는다는 뜻도 밝혔다. 바이텔로 감독은 “체격도 좋고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아직 자신의 잠재력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자신감과 여유가 있다. 오라클 파크에서 던지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테 자신도 긴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올라간 뒤부터 편안해졌다”며 “스스로에게 ‘그냥 경기를 즐기고 재미있게 하자’고 계속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이날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제프 켄트의 영구결번 행사가 열린 날이었고, 구단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오라클 파크를 찾았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최초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전 자이언츠 투수 후안 마리샬을 경기 전에 만난 마르테는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몇 가지 조언을 받았다”며 “이 순간을 즐기고 볼넷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5회 마운드를 내려가며 팬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는 주니오르 마르테.
경기 뒤 받은 기념구와 스코어카드는 가족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형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쳤다. 마르테는 “야구공과 스코어카드를 가족에게, 특히 지난해 세상을 떠난 형에게 바치고 싶다”며 “형의 가장 큰 꿈 중 하나가 내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자이언츠에서는 마르테까지 14명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전체적으로는 22명의 신인이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잇따른 부상으로 많은 젊은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간 현실 자체는 반갑지 않지만, 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었다면 누구든 한 경기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믿는다”며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재료는 이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 없이 좋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조직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는 자이언츠의 젊은 선수들이 그 말을 뒷받침하는 하루가 됐다. 마르테가 데뷔전에서 선발 역할을 해냈고, 엘드리지가 4안타 4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조나 콕스는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경기 초반 애리조나 배터리를 흔들었다. 자이언츠가 한 경기에서 4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은 2025년 6월 1일 이후 처음이었다.

여기에 이정후가 애리조나의 마지막 추격 기세를 끊는 적시타를 보탰다. 위트콤의 방망이는 이날 침묵했지만 두 선수는 중심 타선에 나란히 배치돼 자이언츠가 시즌 막판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라인업의 한 축을 맡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제프 켄트의 영구결번 행사와 배리 본즈 등 구단의 전설들이 지켜본 가운데 거둔 승리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조직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성공의 전통이 깊고, 성공이 기대되는 곳”이라며 “켄트가 한 말을 선수들이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차전 1-7 패배 뒤 2차전 7-2 승리. 더블헤더 성적은 1승1패였지만 자이언츠에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과 이정후의 꾸준한 생산력을 동시에 확인한 하루였다. 자이언츠는 이번 홈 7연전을 4승3패로 마쳤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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