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합법이민 심사도 대폭 강화…전 세계 이민비자 인터뷰 일시 중단

‘공적부조’ 심사 강화 교육 위해 전 세계 미 공관 예약 조정
시민권자 배우자·부모·자녀 등 가족초청 이민 직접 영향
8월 예약자 9~11월로 연기…9월 중순께 정상화 예상

백악관.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에 이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미국 이민에 대해서도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이민비자 인터뷰 일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영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공적부조’ 심사 강화 교육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무부는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대상으로 이민비자 심사와 관련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예정돼 있던 이민비자 인터뷰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번 교육이 미국 정부의 공공복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 신청자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고, 전 세계 공관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8월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관계를 토대로 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밖에서 가족초청 방식으로 이민비자를 신청해 인터뷰를 기다리는 경우 예정됐던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AP는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8월 인터뷰가 예정돼 있던 신청자 상당수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인터뷰가 취소되기보다는 9월과 10월, 11월 등으로 다시 잡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으며, 국무부 내부에서는 9월 초에서 중순 사이 교육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취업 스폰서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하는 일부 취업이민 신청자는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주와 소득이 이미 확인돼 미국 정부의 공적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 강화의 핵심은 ‘공적부조’ 여부다. 미국 이민법은 이민자가 향후 정부 지원에 주로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입국이나 영주권 취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준을 보다 폭넓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은 식품지원, 메디케이드, 주거지원 등 정부 복지 프로그램 이용 여부를 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보다 엄격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국무부도 일부 이민비자 신청자에게 미국 입국 후 공적부조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달 초에는 일부 이민비자 신청자에 대해 ‘공적부조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하기 시작했다. 영사가 신청자의 재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정부 지원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보증금 납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무부는 현재 이를 일부 신청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에 집중했던 정책의 범위를 합법적인 이민 절차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불과 며칠 전 뉴욕 연방법원이 7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민비자 발급을 중단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해 폐기한 직후 새로운 전 세계적 인터뷰 조정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지넷 바르가스 판사는 지난 21일 국무부가 브라질, 콜롬비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75개국 신청자에게 국적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이민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국무장관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개별 이민비자의 발급 여부는 이민법상 영사가 신청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별도로 미국에 관광 또는 사업 목적으로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 가운데 최대 20만명의 B1·B2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에 따르면 대상은 2016년부터 2026년 사이 관광·상용 비자를 발급받은 뒤 망명을 신청했거나 현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실제 시행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괄 비자 취소 조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미국에서 망명을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인 경우 체류 자격은 망명 신청에 근거하기 때문에 관광비자 취소 자체가 즉각적인 추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정부 복지제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민자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민자 권익단체와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가족초청 이민까지 장기간 지연될 경우 미국 시민권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미 수개월 또는 수년간 인터뷰를 기다려온 신청자의 일정이 뒤로 밀리면 각국 미국 공관의 적체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 이미 발급된 모든 이민비자를 일괄 취소하는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밖에서 가족초청 등을 통해 영주권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신청자들에게는 실제 인터뷰 일정이 연기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국무부가 언제 정상적인 인터뷰 업무를 재개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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