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년 맞는 SF위안부 기림비…세계 인권 위한 상징물로 ‘우뚝’

김진덕・정경식 재단, CWJC, 13개 위안부 피해 연합 기념식 개최
서울 기림비 2주년 및 김학순 할머니 증언 30주년도
김한일 대표“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에 경의”

기념식에 참석한 한인들이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4주년 및 서울 위안부 기림비인 ‘정의를 위한 연대’ 2주년을 맞아 이제는 세계인권을 위한 상징물로 자리잡은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식이 9월 19일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있는 샌프란시스코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기림비 건립을 주도했던 김진덕・정경식 재단과 위안부정의연대(CWJC)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13개 커뮤니티 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념식에는 김진덕・정경식 재단 김한일 대표와 김순란 이사장, CWJC 릴리안 싱, 쥴리 탱 공동대표와 주디스 머킨슨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한인 단체 관계자들과 학생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는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자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부인 정락경 여사 그리고 서울 위안부 기림비 건립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허성호 PD도 참석해 기념식의 의미를 더했다.

기념사에 나선 김한일 대표는 “미국내 대도시에서는 처음이자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13개 위안부 피해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참여한 유일한 위안부 기림비”라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의미를 부여한 뒤 “2년전에는 서울 남산에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의 정신을 그대로 잇는 기림비가 세워졌다”며 “이 기림비들은 역사의 진실을 전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런 참혹한 역사가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세계 인권을 위한 상징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위안부 기림비의 김학순 할머니 동상을 가리키며 “특별히 올해는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군 위안부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이 침묵을 깨고 진실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기념식에 참석한 한인들이 허성호 PD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위안부정의연대(CWJC) 릴리안 싱, 쥴리 탱 공동대표와 주디스 머킨슨 의장도 단상에 올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숱한 증언과 기록에도 일본은 여전히 진실을 외면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가 손을 맞잡고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것 처럼, 앞으로도 힘을 모아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내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싸워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순란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들이 힘을 모아 건립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와 서울 위안부 기림비는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세계 인권을 지키는 상징물이 되었고 다시는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된다고 소리없이 울부짖고 있다”며 “일본은 지금이라도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일본이 세계화에 함께 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로 후세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기념사를 전하고 있는 김한일 대표.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30년 전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외침으로 시작된 전쟁을 근절하고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평화의 이념이 담긴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앞에 다시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한 뒤 “2년전 서울 남산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다시는 고통스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이 서울로 이어지게 됐다”며 “반성 없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우리가 아픈 과거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 나간다면 미래의 평화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념사를 전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허성호 EBS PD는 “서울 위안부 기림비는 건립 2년이 지난 지금 역사 정의를 상징하는 명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며 “서울의 자랑스러운 소식을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허 PD는 “한국의 위안부 운동은 여러 이유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야 했다”며 “그렇기에 샌프란시스코 한인들이 보여주신 높은 도덕성과 한 차원 높은 창의성은 더욱 빛나고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연대의 힘을 보여주신 한인 여러분들과 선한 리더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신 김한일 대표, 김순란 이사장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기념식을 주최한 김진덕・정경식 재단과 CWJC, 일본군 위안부 피해 13개 커뮤니티 연합은 행사에 참석한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허성호 EBS PD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감사패는 2년전 건립된 서울 위안부 기림비가 남산에 건립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전달됐다. 이종걸 대표와 허성호 PD는 서울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난항을 겪을 때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순 전 미주총연 회장과 이석찬 전 미주총연 서남부협의회장, 송지은 KOWIN 미서부담당관, 곽정연 SF한인회장, 박승남 SV한인회장, 조현포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이동일 미주한인세탁총연합회장, 박성희 전 KOWIN-SF지회장, 안상석 전 SV한인회장 등도 단상에 올라 기념사를 전했다. 이들 한인 단체장들은 기념사를 통해 “위안부 기림비 건립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의 주인공인 후세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물려주는 장으로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으며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은 미래를 위한 후세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BS 허성호 PD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기념식에는 베이 지역 학생들도 참석했다. 산라몬 한국어사랑모임 소속 박현준 학생과 화랑청소년재단 실리콘밸리 지부 송가영 학생은 단상에 올라 위안부 기림비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역사의 진실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소년 작품 공모전에서 수상한 또한 화랑청소년재단 실리콘밸리 지부 클로이 윤, 김은서 학생은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나와 의미를 설명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또한 화랑청소년재단 실리콘밸리 지부 학생 20여 명은 행사에 참석해 위안부 기림비 포스터를 들고 행사 진행을 돕는 등 자원봉사 활동도 펼쳤다.
릴리안 싱 CWJC 공동대표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그 옆으로 쥴리 탱 CWJC 공동대표와 주디스 머킨스 CWJC 의장.
기념식에서는 살풀이와 창작 무용 등 공연도 펼쳐졌다. 최수경 무용단의 최수경 단장이 살풀이를, 중국 무용수인 마이라 정 씨가 추모의 의미가 담긴 창작 무용을 펼쳐 보였다. 이날 기념식은 제임스 카터와 산라몬 한사모 박현준 학생의 선창으로 ‘정의를 위해 함께 뭉치자’ 등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한편, 김진덕・정경식 재단과 CWJC, 일본군 위안부 피해 13개 커뮤니티 연합은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4주년과 서울 위안부 기림비 건립 2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홍보 현수막도 설치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1년간 설치되는 홍보 현수막은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와 서울 위안부 기림비 사진이 담겼으며,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성노예’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홍보 현수막은 캘리포니아, 파인, 커니, 워싱턴, 몽고메리, 포스트, 선셋 스트리트 등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중심가 24곳에 설치돼 있다.
김순란 이사장이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