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 전역 뒤덮은 ‘노 킹스’ 물결…반트럼프·반전 목소리 터져 나와

SF·산호세·오클랜드 등 베이 곳곳서 대규모 동시 집회
이민 단속·전쟁·민주주의 위기 우려에 시민들 다시 거리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 ProBonoPhoto.org / Photo by Nate Love.
베이 지역 곳곳에서 3월 28일 대규모 ‘노 킹스’ 집회가 열리며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번 집회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오클랜드를 비롯한 베이 지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고, 미국 전역에서도 함께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국 50개 주에서 3천 건이 넘는 집회와 온라인 행사가 예정됐으며, 베이 지역에서도 약 60개의 개별 집회가 이어졌다.

‘노 킹스’ 집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 집중과 민주주의 훼손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민 행동이다. 참가자들은 이민 단속과 체포, 추방 강화는 물론 교육·의료·보육 예산 축소, 성소수자 정책과 시민권 문제에서의 후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이란을 둘러싼 전쟁 우려까지 겹치며, 이번 집회에서는 반전 메시지도 한층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번 시위는 세 번째로 열린 ‘노 킹스’ 집회다. 첫 집회는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와 트럼프 대통령 생일 행사에 맞서 열렸고, 두 번째 집회는 10월에 진행돼 베이 지역에서도 더 큰 규모의 참여를 끌어냈다. 주최 측은 첫 집회에 전국 500만 명, 두 번째 집회에 7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베이 지역에서도 지난해 6월 약 14만 명, 10월에는 약 22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 행진 모습. 사진 = ProBonoPhoto.org.
이번 3차 집회에서도 베이 지역 주요 도시마다 많은 인파가 모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엠바카데로에서 시작한 집회가 시청까지 행진으로 이어졌고, 산호세 도심 세인트제임스 공원에는 수천 명이 집결했다. 오클랜드 도심에도 대규모 군중이 모였고, 콩코드와 월넛크릭을 잇는 구간에서는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연대 시위가 펼쳐졌다. 로스가토스에서는 테슬라 매장 앞에서 수백 명이 집회를 열었다.

산호세 집회에는 애덤 시프 연방 상원의원과 로 카나 연방 하원의원, 애시 칼라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 등이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 이란 전쟁, 이민세관단속국의 강경한 단속, 경제 정책 실패, 민주주의 위협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우리는 독재의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와 함께 민주주의와 대학, 시민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를 내세웠지만, 분노의 방향은 비슷했다. 산호세에서는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다 적기에는 팻말이 너무 작다”는 문구가 등장했고, 월넛크릭에서는 “잘못된 일은 너무 많은데 종이는 너무 작다”는 손팻말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의 불만이 한 가지 이슈에 그치지 않고 이민, 전쟁, 경제, 복지, 민주주의 전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이란 전쟁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많은 참가자들이 반전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배지를 들고 나와 미국의 군사 개입 확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일부 참전용사와 시민들은 전쟁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점, 젊은 세대가 다시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피켓과 깃발 등을 들고 샌프란시스코 '노 킹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사진 = ProBonoPhoto.org / Photo by Nate Love.
오클랜드 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이번 시위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전쟁 문제와 유가 상승 등 현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그동안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과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여론의 변화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며 처음으로 ‘노 킹스’ 집회에 나섰다고 밝혔다.

반면 세 차례 집회에 모두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대 행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이 나라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 킹스’ 집회는 베이 지역이 여전히 전국 반트럼프 시민행동의 핵심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오클랜드 등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는,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반발이 특정 지역의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민 단속과 전쟁, 경제 불안,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한데 모이면서 이번 집회는 단순한 항의 시위를 넘어 미국 사회의 불안과 분열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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