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미국내 영주권 신청 대폭 제한…출신국 또는 미국 밖 공관서 수속해야

임시 체류자는 원칙적으로 출신국서 신청
미국 내 신분조정은 ‘예외적 구제’로 축소
가족·취업 이민 대기자 큰 혼란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22일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해 신분을 전환하는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해 신분을 전환하는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임시 비자나 인도주의적 임시 체류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 미국 안에서 신청 절차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출신국으로 돌아가 미 국무부를 통한 이민비자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은 22일 새 정책 메모를 통해 미국 내 ‘신분조정’ 신청을 더 이상 일반적인 영주권 취득 경로로 보지 않고, “예외적인 구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임시 체류자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출신국 또는 해외 미국 영사관에서 이민비자를 신청하고, 심사와 발급 절차를 마친 뒤 이민자 신분으로 미국에 재입국하는 방식이 원칙이 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취업이민, 가족이민, 인도주의적 사유 등을 통해 영주권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신청자의 경우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신분조정을 통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지침은 임시 체류와 영주권 취득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며, 국내 신분조정 허용 범위를 크게 좁히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미 시민권·이민서비스국 대변인은 “미국에 임시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 영주권을 원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신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부는 이 조치가 이민법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절차를 정상화하고, 영주권 거부 뒤 미국에 남아 불법체류로 전환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민 변호사들과 이민자 지원 단체들은 이번 정책이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이미 영주권 신청을 진행 중인 취업비자 소지자,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의 가족, 인도주의적 임시 체류자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변호사들은 해외 출국 뒤 재입국이 보장되지 않거나, 과거 체류 기록에 따라 3년 또는 10년 입국금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청자들이 큰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도주의적 사유로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난민·이민자 지원단체들은 인신매매 피해자, 학대 또는 방임을 겪은 아동, 전쟁이나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이 영주권 심사를 위해 다시 위험한 국가로 돌아가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난민 지원단체는 이번 정책이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경 이민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행정부는 지난해 학생, 문화교류 방문자, 언론인 비자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올해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만 건이 넘는 비자가 취소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적용 범위와 예외 인정 기준은 앞으로의 세부 운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 시민권·이민서비스국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개별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경우가 예외로 인정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의회가 허용해 온 미국 내 신분조정 제도를 행정부 지침으로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는 법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발표로 미국 내 영주권 신청자들은 신청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이미 미국에서 신분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거나 접수한 사람, 취업비자에서 영주권으로 전환하려는 전문직 근로자, 시민권자와 결혼한 이민자, 인도주의적 체류 자격을 가진 신청자들은 출국이 자신의 체류 기록과 재입국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지침은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을 넘어, 미국 안에서 영주권을 기다리던 수많은 이민자들의 생활과 가족, 고용 관계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다. 영주권 신청을 위해 “미국에 머물며 기다리는” 방식에서 “출신국으로 돌아가 다시 들어오는” 방식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미국 이민제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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