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 카운티 복지·의료 예산 삭감 우려 확산…한인들에게도 큰 영향 미칠 듯

메디캘·푸드 지원·정신건강 위기 대응 프로그램 타격 가능성
산호세·산타클라라·쿠퍼티노 등 한인 밀집 지역 주민도 영향권

자료사진.
산타클라라 카운티가 주·연방 예산 변화로 공공의료와 식품 지원, 정신건강 위기 대응 서비스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호세와 산타클라라, 서니베일, 쿠퍼티노, 밀피타스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도 카운티 서비스권 안에 포함돼 있어, 이번 예산 문제는 한인 가정과 저소득층, 노년층, 유학생, 이민자 가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2026-2027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연방 차원의 의료·푸드 지원 축소로 약 8억 달러에 가까운 초기 재정 부족에 직면했고, 이 부족액이 내년부터 1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카운티는 필수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건의료와 사회안전망 예산이 동시에 압박을 받으면서 실제 현장 서비스 축소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메디캘 재정이다. 메디캘은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년층, 일부 이민자 가정이 병원 진료와 약 처방, 응급치료,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캘리포니아 주 예산 자료에 따르면 메디캘은 2026-2027 회계연도에 약 1,4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 최대 공공의료 프로그램이다. 연방 정책 변화와 주정부 예산 조정이 겹칠 경우 카운티 공공병원과 클리닉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타클라라 카운티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카운티 공공병원 시스템이 지역 저소득층과 무보험·저보험 주민의 최후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세 스포트라이트 보도에 따르면 개빈 뉴섬 주지사의 5월 수정 예산안은 산타클라라 카운티 공공병원에 2026-2027 회계연도 2억3,100만 달러, 다음 회계연도에는 3억2,2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카운티 측 우려를 낳고 있다.

정신건강 위기 대응 프로그램도 위기에 놓였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경찰 대신 훈련된 전문 인력이 정신건강 위기 현장에 출동하는 트러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정신질환이나 위기 상황을 겪는 주민들이 경찰 대응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안적 위기 대응 모델이다. 그러나 주정부 5월 수정 예산안은 메디캘의 이동식 위기 대응 서비스를 의무 혜택이 아닌 선택 혜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프로그램 유지에 필요한 메디캘 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카운티 관계자들은 트러스트 프로그램 재정 가운데 메디캘이 부담하는 비율이 현재 36% 수준에서 25%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별도 정신건강 기금도 오는 11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추가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프로그램 축소나 운영 방식 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주민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푸드 지원도 불안정하다. 캘리포니아의 푸드 지원 프로그램인 캘프레시는 저소득 가정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제도다. 주 예산 자료는 연방 정책 변화로 캘프레시 행정비용 부담이 커지고, 일부 합법 체류 비시민권자와 근로요건 대상자 등에서 자격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생활비가 높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식비 부담을 겪는 가정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인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에는 산호세, 산타클라라, 서니베일, 쿠퍼티노, 밀피타스, 캠벨 등지에 한인 가정과 유학생, 시니어, 소상공인, 저소득 노동자들이 넓게 분포해 있다. 겉으로는 실리콘밸리의 고소득 지역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주거비와 의료비, 식비 부담으로 공공 지원에 의존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특히 영어 접근성이 낮은 시니어와 이민 초기 가정은 메디캘, 푸드 지원, 정신건강 상담, 카운티 클리닉 서비스가 줄어들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의료 서비스 축소는 단순히 병원 이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카운티 클리닉 예약이 어려워지거나 정신건강 상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진료가 늦어지고 결국 응급실 이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저소득층에게는 작은 진료 지연도 건강 악화와 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인 시니어의 경우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지속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가진 사례가 많아 공공의료 접근성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

푸드 지원 축소 역시 한인 가정에 체감도가 높다. 실리콘밸리의 높은 렌트와 생활비 속에서 식료품 가격까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캘프레시 혜택이 줄거나 자격 심사가 강화되면, 한부모 가정, 저소득 노동자, 유학생 가족, 은퇴 시니어 가정의 생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서류 준비나 갱신 절차를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어도 중도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출 조정과 인력 감축, 프로그램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카운티는 2025년에 통과된 판매세 인상분을 공공병원과 클리닉 운영 유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재원만으로는 연방·주 예산 변화에 따른 손실을 모두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운티는 주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추가 지원과 정책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예산 논쟁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드러내는 문제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과 고소득 인력이 집중된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도 의료와 식품, 정신건강 지원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저소득층과 이민자, 노년층, 장애인, 청소년이다. 한인 사회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변화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인 주민들은 메디캘이나 캘프레시 갱신 통보, 카운티 클리닉 예약, 정신건강 서비스 안내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격 변경이나 서류 제출 요구를 놓치면 혜택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와 커뮤니티 기관들도 관련 정보를 한국어로 안내하고, 시니어와 저소득 가정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 창구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산타클라라 카운티 예산 논의는 앞으로 주정부 최종 예산 협상과 카운티 예산 채택 과정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메디캘, 푸드 지원, 정신건강 위기 대응 서비스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활 안정에 직결된다. 한인 사회 역시 이번 예산 변화를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성장 이면에서 공공 안전망이 약화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지역 주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