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율주행차 규제 검토…긴급출동 방해 시 업체에 비용 부과

소방차·구급차 진로 막는 사례 잇따라
코니 챈 시의원, 비용회수 부담금 추진
시 법무실 법안 마련…연내 시행 목표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 사진=웨이모.
샌프란시스코시가 자율주행차가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출동 차량의 운행을 방해할 경우 운영업체에 벌금 또는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긴급 현장으로 이동하는 소방차의 진로를 막거나 사고·화재 현장에 진입하면서 대응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업체에 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코니 챈 의원은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오류로 허위 긴급 신고가 발생하거나 소방·응급 구조 활동이 방해받을 경우 관련 업체에 비용회수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챈 의원은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안전 위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자율주행차가 긴급 대응을 방해해 발생한 행정·출동 비용을 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은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긴급출동 방해 사례를 내부적으로 기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국은 현재까지 최소 31건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수집한 사례를 토대로 자율주행차 업체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사이렌을 인식하고도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서면서 소방차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간이 충분할 경우 소방차가 자율주행차를 피해 이동하지만, 좁은 도로나 교차로에서는 긴급 출동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관들은 웨이모 차량에 부착된 QR 코드를 이용해 긴급 접근 방해 상황을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이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현장에서 즉각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23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자율주행차가 소방차와 충돌해 승객 한 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 때는 프레시디오 일대의 극심한 교통 혼잡 속에 여러 대의 웨이모 차량이 멈추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견인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규제 검토는 연방정부가 자율주행차의 긴급 대응 방해 문제에 공개적으로 경고한 가운데 나왔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자율주행차가 구급차와 소방차의 이동 경로를 막거나 사고·화재 현장에 진입하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자율주행차 업체들이 긴급차량과 현장 통제 신호에 보다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자율주행차 업체에 개선을 촉구했다. 루리 시장은 “긴급 대응 요원들이 안전하게 활동하고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업체들이 더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몇 년간 업체들의 대응이 개선됐으며, 소방국과 비상관리국이 필요한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업체들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시는 자율주행차의 운행 허가 자체를 직접 승인하거나 취소할 권한은 없다.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자율주행차 시험과 상업 운행 허가는 주 차량국이 담당하고, 승객 운송 서비스 허가는 캘리포니아 공공요금위원회가 맡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권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안전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가 검토 중인 법안도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직접 제한하기보다는, 긴급출동 방해로 발생한 비용을 업체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26년부터 자율주행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경찰·긴급구조 요원의 지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법 집행기관이 공식 위반 통지서를 발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강화됐다.

챈 의원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 법무실이 현재 조례안 문구를 작성하고 있다. 법안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시의회 전체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며, 챈 의원실은 관련 조치가 올해 안에 시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가운데, 이번 법안은 기술 발전과 공공안전 사이의 책임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려는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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