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가린 ‘금문교 불꽃놀이’…샌프란시스코 교통 대란 ‘후폭풍’

독립기념일 250주년 첫 금문교 불꽃놀이
10만 인파 몰렸지만 안개·교통 혼잡 겹쳐
뮤니·웨이모·불법 폭죽까지 도심 운영 논란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금문교에서 열린 불꽃놀이.
샌프란시스코가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준비한 금문교 불꽃놀이가 행사 직후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역사적인 장면을 기대하고 북부 해안가와 프레시디오, 마리나, 피어39 일대에 몰린 시민과 관광객들은 정작 짙은 안개 때문에 제대로 된 불꽃을 보지 못했고, 행사 전후로는 도로 폐쇄와 대중교통 혼잡, 로보택시 정체, 불법 폭죽 사고까지 겹치며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행사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아니었다. 금문교에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다리 자체에서 불꽃놀이가 열린 것도 개통 50주년과 75주년 행사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그만큼 시 당국은 이번 행사를 샌프란시스코 관광 회복과 도시 이미지 개선의 상징적인 이벤트로 내세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장은 시작 전부터 혼잡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대규모 인파를 예상해 금문교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전면 폐쇄했고, 칼트랜스는 오후 8시부터 101번 고속도로 양방향 통제를 시작했다. 피셔맨스워프와 마리나 지역 일부 도로도 주민, 방문객, 배달 차량 등 제한된 접근만 허용됐다. 제퍼슨 스트리트는 하이드 스트리트와 엠바카데로 사이 구간이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통제됐다.

시는 시민들에게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SFMTA는 파월 BART역에서 마리나 지역으로 향하는 셔틀, 엠바카데로역에서 피어39 방향으로 향하는 셔틀, 추가 경전철 서비스 등을 운영했다. 특히 행사 후에는 마리나 미들스쿨, 밴네스·베이, 피어39 일대에 환승 거점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약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고, 파월역과 엠바카데로역에서 셔틀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만원 버스와 장시간 대기, 정체에 갇힌 차량 행렬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버스는 이미 승객이 가득 차 정류장을 지나쳤고, 행사 시작 전 SFMTA는 파월역에서 셔틀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불꽃놀이를 놓칠 수 있다며 도보, 자전거, 스쿠터, 택시, 차량공유 서비스 등 다른 이동 수단을 고려하라고 안내했다.

정작 불꽃놀이 자체도 많은 관람객에게는 실망스러운 경험이 됐다. 오후 9시 30분쯤 금문교 타워와 크리시필드, 피어39 인근 바지선에서 약 15분간 불꽃놀이가 진행됐지만, 다리 주변을 뒤덮은 짙은 해무 때문에 프레시디오와 서쪽 전망 지점에서는 불꽃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안개 사이로 색이 번지는 정도만 보였고, 관람객들은 몇 시간 동안 추위와 바람 속에서 기다린 뒤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불꽃놀이는 15분 만에 끝났지만, 혼잡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오후 10시 전후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프레시디오, 마리나, 피셔맨스워프, 리치먼드 일대 도로는 극심한 정체에 빠졌다. 시 당국은 행사 전부터 귀가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승용차와 버스, 로보택시가 뒤엉키며 이동 자체가 어려운 구간이 속출했다.

특히 로보택시인 웨이모 문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7월 4일 밤 코네티컷 스트리트 1200블록 인근에서는 탑승자가 없는 웨이모 차량이 도로 위 폭죽을 밟은 뒤 불이 붙었다. 다행히 차량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웨이모 측은 샌프란시스코 소방국 및 현지 당국과 협력해 차량을 안전하게 치웠다고 밝혔다. 별도의 영상에서는 승객이 탑승한 또 다른 웨이모 차량이 점화된 폭죽 근처를 지나가며 연기와 불꽃이 발생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뿐만 아니라 레이크 스트리트와 아구엘로 스트리트 인근에서는 고장 난 웨이모 차량 뒤로 여러 대의 로보택시가 줄지어 멈춰 서면서 주변 차량 흐름을 막았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웨이모는 북부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일부 차량 운행에 영향을 줬으며, 현장 지원팀이 당국과 협력해 차량을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대규모 행사나 비상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도시 교통망에 어떤 부담을 줄 수 있는지를 다시 보여줬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공식 불꽃놀이와 별개로 도시 곳곳에서는 불법 폭죽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은 7월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500건이 넘는 출동 요청을 받았고, 폭죽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불 4건과 다이아몬드하이츠, 베이뷰 지역 구조물 화재 2건을 진압했다. 폭죽 관련 부상으로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중상으로 분류됐다. 미션 지역 24번가와 해리슨 스트리트 인근에서는 경찰이 대규모 군중을 해산시켰고 체포자는 없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안개 때문만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해무는 예측 가능한 변수였고, 금문교 주변은 대형 행사 때마다 접근성이 제한되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셔틀버스, 도로 통제, 보행 동선, 로보택시 관리, 귀가 분산 대책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했던 시와 SFMTA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졌다. 대형 행사에서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믿고 움직였는데도 만원 버스, 긴 대기, 도로 정체로 불꽃놀이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뮤니(Muni) 재정난 해결과 대중교통 신뢰 회복을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취약성을 시민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사례가 됐다.

다니엘 루리 시장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루리 시장은 취임 이후 샌프란시스코 도심 회복, 관광 활성화, 치안 개선, 대형 행사 유치를 주요 과제로 내세워 왔다. 이번 금문교 불꽃놀이는 그런 도시 회복 메시지를 보여줄 상징적인 이벤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안개에 가린 불꽃보다 교통 대란과 운영 미숙이 더 큰 기억으로 남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번 행사의 구체적인 비용을 즉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로 폐쇄, 경찰·소방 인력, 대중교통 추가 운행, 교통 통제, 사후 정리까지 막대한 공공 자원이 투입된 만큼, 앞으로 시의회와 시민사회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와 행사 운영 책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인 불꽃놀이는 도시의 자부심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26년 독립기념일 밤 샌프란시스코가 시민들에게 남긴 것은 화려한 장면보다 ‘어떻게 도시가 대형 인파를 관리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겼다. 안개는 자연현상이었지만, 교통 대란과 운영 혼선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행정의 영역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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