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2026, ‘시리 AI’로 반격…애플 인텔리전스 전면 확대

iOS 27·macOS 27 등 전 플랫폼에 AI 기능 강화
사진·메시지·지도까지 일상 기능 깊숙이 통합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애플 제품 전반에 깊이 통합될 것이라고 애플은 밝혔다. 사진 = 애플.
애플이 WWDC 2026에서 인공지능 전략의 핵심 축을 다시 세웠다. 애플은 8일 개막한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차세대 애플 인텔리전스와 완전히 새로워진 ‘시리 AI’를 공개하고, iOS 27, iPadOS 27, macOS 27, watchOS 27, visionOS 27, tvOS 27 전반에 걸친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애플 생태계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가장 큰 변화는 시리다. 애플은 이번에 공개한 시리 AI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시리”로 설명했다. 새 시리는 사용자의 화면 내용을 이해하고, 메시지·이메일·사진 등 개인 맥락을 바탕으로 정보를 찾아주며, 필요할 경우 웹에서 최신 정보를 가져와 답변할 수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애플 비전 프로 전반에 깊게 통합되며, 전용 시리 앱을 통해 과거 대화를 다시 확인하거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애플이 그동안 강조해온 ‘프라이버시 중심 AI’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기능 면에서는 훨씬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애플은 차세대 애플 인텔리전스가 새로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온디바이스 처리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함께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플은 이번 모델이 구글 및 제미나이 모델과의 협업을 통해 애플 플랫폼에 맞게 구축됐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는 서버 처리 과정에서도 저장되거나 애플에 노출되지 않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진, 사파리, 메시지, 메일, 캘린더, 홈 앱 등 일상적으로 쓰는 앱 전반에 확대된다. 사진 앱에는 촬영 후 구도를 조정할 수 있는 ‘스페이셜 리프레이밍’ 기능이 추가되고, 이미지 확장 및 정리 기능도 강화된다. AI로 편집된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신스아이디 워터마크가 적용된다. 사파리는 여러 탭을 주제별로 자동 정리하고, 특정 웹페이지의 가격 변동이나 재입고 같은 변화를 감지해 알려주는 ‘노티파이 미’ 기능을 제공한다. 패스워드 앱은 취약하거나 유출된 비밀번호를 한 번의 탭으로 더 강력한 비밀번호로 바꾸도록 돕는다.

이미지 생성 기능도 크게 강화됐다. 애플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가 사실적인 사진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원하는 이미지를 말로 설명하거나, 특정 대상을 탭·원·브러시로 지정해 이동하거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생성된 이미지는 메시지 배경, 연락처 포스터, 잠금화면 배경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AI 생성 이미지에도 신스아이디 워터마크가 포함된다.

메시지와 메일도 개인 비서형 기능으로 진화한다. 메시지는 대화 맥락을 분석해 메모나 리마인더 생성을 제안하고, 사진 요청이 있을 경우 키워드·장소·인물을 기반으로 적절한 사진을 찾아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메일과 메시지의 스마트 답장 기능은 사용자의 개인 문체를 반영할 수 있다. 전화 앱에는 ‘콜 컨텍스트’가 추가돼 항공사나 식당 등에 전화를 걸 때 이메일 속 예약번호나 확인번호를 자동으로 찾아 보여준다. 캘린더는 사용자가 일정 내용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연락처와 장소를 파악해 일정을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다.
올가을 2027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출시와 함께, 애플은 사용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에 강력한 새 기능들을 선보인다. 사진 = 애플.
애플은 자녀 보호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새 업데이트에서는 부모가 자녀 계정을 만들 때 나이에 맞는 보호 기능을 즉시 적용할 수 있고, 자녀가 새 웹사이트에 접속하려 할 때 부모 승인을 받도록 하는 ‘애스크 투 브라우즈’ 기능이 도입된다. 스크린타임은 더 직관적으로 재설계되며, 엔터테인먼트·게임·소셜미디어 앱에 대해 하루 사용 가능 시간을 설정하는 ‘타임 얼라우언스’와 시간대별 앱 접근을 관리하는 스케줄 기능도 추가된다.

성능 개선도 주요 발표 중 하나다. 애플은 iOS 27과 iPadOS 27에서 앱 실행 속도가 최대 30% 빨라지고, 촬영 직후 사진 로딩은 최대 70%, 에어드롭 전송은 최대 80% 빨라진다고 밝혔다. 아이패드에서 외장 드라이브 파일을 탐색하거나 복사하는 속도도 최대 5배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맥에서는 툴바와 사이드바 등 전통적인 macOS 디자인 요소를 다시 정돈하고, iOS와 iPadOS에는 ‘리퀴드 글래스’ 표현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 설정이 추가된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애플 지도는 AI와 항공 이미지를 결합한 향상된 플라이오버 기능을 제공하고, 미국에서는 지역 맛집이나 가족 친화 장소 등을 묶어 보여주는 로컬 리스트를 추가한다. 애플 월렛은 영수증을 스캔해 애플 캐시로 식사비를 나누는 기능을 지원하며, 실제 멤버십 카드나 바코드 카드를 월렛에 저장하는 기능도 확대된다. 애플 뮤직은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능을 포함해 가사 번역과 발음 지원을 넓히고, 애플 스포츠 앱은 170개 이상 국가와 지역으로 확대된다.

개발자 생태계도 WWDC 2026의 중요한 축이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크리에이티브 에셋, 개인화 컬렉션, 앱 추천 이유를 설명하는 앱 노트, 그룹·조직용 구독 모델, 새로운 앱스토어 번들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맥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인텔 지원이 필수가 아니어서 개발자가 애플 실리콘 전용 앱을 배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애플이 하드웨어, 운영체제, 앱스토어, AI 서비스를 더 강하게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 기능은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즉시 테스트가 가능하며, 공개 베타는 다음 달 제공될 예정이다. 정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올가을 무료로 배포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를 지원하지만, 일부 기능은 언어나 지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시리 AI는 우선 영어 설정 기기에서 베타로 제공되며, iOS와 iPadOS에서는 유럽연합 지역에서 초기 제공이 제한되고 중국에서는 규제 문제로 당분간 제공되지 않는다.

이번 WWDC 2026은 애플이 AI 경쟁에서 더 이상 방어적인 입장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애플은 오픈AI나 구글처럼 단일 챗봇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사용자가 이미 쓰고 있는 아이폰·맥·애플워치·비전 프로의 기본 경험 속에 AI를 녹이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시리 AI가 실제로 애플이 설명한 수준의 개인 맥락 이해와 앱 실행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번 발표는 아이폰 이후 애플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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