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아시아계 불리’ 명문고 입학제도 사건 심리 않기로

토머스제퍼슨고, 2020년 제도 변경 뒤 아시아계 줄고 흑인·히스패닉 늘어
1심은 "명백한 위헌"…2심은 "여전히 아시아계가 다수…차별 아니다"

연방대법원. 자료사진.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이 아시아계를 차별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명문고의 입학 제도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20일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명문고인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의 입학 제도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는 미국 최상위 공립고등학교로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주재원들이 자녀를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 중 하나다.

이 고등학교는 2020년 학생 인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입학 제도를 변경했다. 어렵다고 정평이 난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원서 제출 비용 100달러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학생을 평가할 때 주거 지역과 사회경제적 지위 등 ‘인종 중립’ 요인을 고려하고,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에 소속된 중학교마다 입학 인원을 할당했다. 다만 입학 담당관들에게 지원자의 인종이나 성별,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새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21년 입학에서 아시아계가 전체 학생의 73%에서 54%로 줄었다. 반면 흑인은 2%에서 8%로, 히스패닉은 3%에서 11%로, 백인은 18%에서 22%로 늘었다. 2020년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의 학생 인종 비율은 백인 37%, 히스패닉 27%, 아시아계 20%, 흑인 10%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아시아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시아계 학생 입학을 줄이는 게 새 입학 제도의 목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 제도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가 차별을 주장하며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2022년 학부모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새 제도가 “인종 균등화”이자 “명백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작년 5월 2심 법원은 입학생 다수가 여전히 아시아계라는 이유 등으로 새 제도가 아시아계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학부모 단체는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지만 이날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새 제도를 유지해도 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접수하는 모든 사건을 심리하지는 않으며, 이번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 성향인 새뮤얼 얼리토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둘은 2심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얼리토 대법관은 새 제도가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한 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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