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00안타 금자탑에도 팀부터 떠올린 이정후…“하반기에는 꼭 반등했으면”

MLB 전체 14명만 달성…정작 본인은 기록 몰라
지난해 이치로 3루타 타이기록 이어 올해도 새 역사
“7월 페이스 떨어져”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시즌 100번째 안타를 치고 있는 이정후. 7월 10일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00안타 이상을 기록중인 선수는 이정후를 비롯해 총 14명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시즌 100안타를 달성하며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이정후는 자신이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추신수에 이어 두 번째로 전반기 100안타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정후는 11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달성한 시즌 100안타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소감이라고 할 게 있나요. 그냥 안 다치면 치는 거죠”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기자가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추신수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라고 설명하자 이정후는 처음에는 정규시즌 전체를 기준으로 한 기록으로 이해한 듯했다. 이어 전반기에만 100안타를 기록한 한국인 선수가 추신수 이후 두 번째라는 설명을 듣자 “전반기에만요?”라고 되물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의 정확한 의미를 그제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정후의 전반기 100안타는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MLB 공식 기록에 따르면 7월 10일 경기까지 2026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정후를 포함해 단 14명뿐이다.

오토 로페스가 127안타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루이스 아라에스가 117안타로 뒤를 잇고 있다. 이정후는 정확히 100안타를 기록해 공동 14위에 올라 있다. 바로 뒤에 있는 TJ 럼필드와 제임스 우드는 각각 99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5명도 되지 않는 선수만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는 사실은 이 기록의 난도를 보여준다. 꾸준한 출전은 물론 시즌 초반부터 큰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안타를 생산해야 가능한 기록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전반기 100안타를 달성한 선수도 추신수와 이정후 단 두 명뿐이다.

하지만 이정후가 먼저 떠올린 것은 개인 기록이 아니라 팀 성적이었다. 그는 “팀이 져서 그렇기는 하다”며 “지금 팀이 조금 좋지 않은데 하반기에는 많이 반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7월 들어서 페이스가 떨어진 것 같다”며 자신의 최근 타격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전반기 100안타라는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최근 주춤한 타격감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정후는 왼쪽 어깨 부상과 수술로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자 사실상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2025년에는 150경기에 출전해 12개의 3루타를 기록했다.

12개의 3루타는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내셔널리그 2위 기록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로는 2012년 앙헬 파간의 15개 이후 가장 많은 3루타이기도 했다.

특히 이정후는 12개의 3루타로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삼아온 이치로 스즈키가 2005년 세운 아시아 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3루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등번호 51번도 이치로를 동경해 선택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부터 자신의 우상과 기록으로 나란히 선 것이다.

이정후는 이어 2026년 추신수 이후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두 번째로 전반기 100안타를 달성했다.

2025년에는 이치로의 아시아 출신 선수 단일 시즌 최다 3루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2026년에는 전반기 100안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메이저리그에서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이후 해마다 한국과 아시아 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100안타는 시즌 중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10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정후는 지난해 이치로의 3루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올해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매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새로운 금자탑을 쌓은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개인 성적이 아닌 팀을 향해 있었다.

“지금 팀이 조금 좋지 않은데 하반기에는 많이 반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반기 100안타의 기쁨보다 팀의 반등을 먼저 생각한 이정후의 한마디였다.


글·사진 =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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