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동포간담회서 드러난 총영사관의 인식…“이렇게 한인사회가 무시 당해서야”

윤석열-김건희 결혼식 주례 봤던 정상명 전 검찰총장 동생 헤드테이블에…한인 단체장들은 배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 열린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들과의 '동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샌프란시스코에서 11년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동포 간담회’가 열렸다. 대통령의 방문이 쉽지 않은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만나 한인사회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흔치 않는 기회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불만의 목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에서 북가주 지역 한인단체장들이 모두 제외 되면서다. 유일하게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회장만이 윤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했다.

지역 한인들을 대표하는 한인회장들은 강도높은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한인회장은 “총영사관에서 이렇게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한인사회가 무시 당해서야…”라고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한인회장은 “동포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전에 상의 한 번 없었던 총영사관의 태도도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한인회장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열었을 때 헤드테이블 좌석은 대부분 한인단체장들에게 돌아갔고, 심지어 총영사도 헤드테이블이 아닌 구석자리에 앉는 등 배려가 있었다”며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총영사와 총영사관은 한인사회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대통령이 참석하는 동포간담회라고 해서 꼭 한인회장들이 헤드테이블에 배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인회가 한인들을 대표한다고 보기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헤드테이블에 앉았던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분명 아쉬운 점은 있다. 김한일 회장을 제외하면 한인들을 대표하는 단체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헤드테이블에는 강석희 연방조달청 지역청장, 레스토랑 베누 셰프 코리 리, 황규빈 회장, 박원아 샌프란시스코발레단 수석무용수, 샐리 유 아시안아트뮤지엄 대표 등이 배석했다. ‘미슐랭 3’를 받은 대표적인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인 베누의 코리 리 셰프나, 박원아 수석무용수, 샐리 유 대표 등은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이뤘다고는 하나 한인사회를 속속들이 알고 여러 애로사항들을 이야기 하기엔 분명 부족한 점이 있다. 강석희 청장도 어바인 시장을 지내는 등 남가주 한인 사회에 대해선 잘 안다고 해도 북가주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황규빈 회장도 기업인에 가깝다.

눈에 띄는 인사는 정상봉 MSFW 대표다. 정상봉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 주례를 봤던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동생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사적인 관계인 사람을 헤드테이블에 앉힌 것이다. ‘동포간담회’ 취지에 맞는 결정인지 의문이 든다. 정상봉 대표를 헤드테이블에 배석시킨 것이 총영사관의 결정인지 대통령실의 지시인지 또는 외교부에서 결정한 것인지 총영사관에 수 차례 질의를 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한인회장이 아니더라도 ‘동포간담회’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한인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배제가 됐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한인사회와 한국정부를 연결하며 자문하는 민주평통 최점균 회장도 헤드테이블에서 제외됐다.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는 아니지만 대통령에게 한인들의 의견을 전하는 자문단체의 회장조차 대통령과 의견을 나눌 기회는 없었다. 김한일 회장을 제외한 다른 한인 단체장들에게는 발언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미를 조금 확대해 보면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지지율은 1년 가까이 30%대 남짓으로 10명중 6~7명이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정상들이 윤 대통령이 아닌 큰 성공을 거둔 이재용 회장, 손흥민 선수, BTS 등을 만나 국정 및 외교 현안들을 논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 존경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국정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눌 상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현 한인회장들은 수십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살아오며 누구보다 한인사회를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번 ‘동포간담회’ 좌석 배치는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이번 동포간담회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윤상수 총영사 부임 이후 총영사관이 한인사회에 너무 무관심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취재를 다니며 만나는 한인들로부터 총영사와 총영사관에 대한 불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한인단체장은 총영사가 행사에 참석하면 반기기 보다는 오히려 “왜 왔냐”며 볼멘 목소리를 내는 지경이다.

총영사관의 해명은 한인들을 더 낙담하게 만든다. 총영사관의 한 영사는 한인사회에 총영사관이 너무 무관심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업 및 경제 등의 행사에 총영사가 빠짐없이 참석을 하신다”고 해명했다.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 행사에는 이름을 올리면서도 한인사회에서 수십년 동안 봉사활동과 장학사업 등을 펼치는 한인단체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려 더 참담하다.

한인회도 문제다. 기자가 이런 얘기를 수도 없이 듣는데, 수십년 동안 이 지역에 살며 이런 저런 단체에서 오랜 시간 활동을 해온 한인회장들이 이런 이야기를 못 들었을리 없다. 총영사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한인사회를 위해 앞장서 쓴소리도 해야 하지만 한인회장이 그저 ‘회장’ 지위에 연연하는 사이 총영사관으로부터 ‘무시’ 당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한인회장들은 이제서야 ‘강경대응’을 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곧 부임할 신임 총영사에게 한인들을 대변하는 메신저로 나서 역할을 해준다면 한인들도 지지를 해 줄 것이다. 한인회장들의 실망만큼 앞으로 한인들을 위한 활동으로 한인사회가 더 이상 낙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정현 베이뉴스랩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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